이번호 특집은 프랑스, 미국, 일본에서 보내온 <기생충> 해외 비평이다. <카이에 뒤 시네마>의 뱅상 말로사, <필름 코멘트>의 니콜라스 라폴드, <기네마준보>의 아야코 이시즈 평론가가 소중한 원고를 보내왔다. 뱅상 말로사는 지난해 초 나홍진의 <곡성>(2015) 블루레이에 들어갈 코멘터리 작업을 위해 한국을 찾았을 때 <씨네21>과 인터뷰를 가진 적 있다. 그해 본 최고의 영화로 <곡성>을 꼽았던 그는, 봉준호의 <살인의 추억>(2003)까지 언급하며 ‘위대한 누아르-경찰영화’라 불렀다. 인터뷰를 진행한 송경원 기자에 따르면, ‘위대한’이라는 수식어를 꼭 살려달라는 것이 그의 부탁이었다고. 아무튼 그는 <살인의 추억>에 대해 “가까이에 있지만 잡히지 않는 악에 관한 이야기”라며 “특히 <살인의 추억> 영화 초반부 시네마스코프로 넓게 보여주는 풍경은 이 영화가 단순한 경찰영화가 아니라 형이상학적인 탐구를 담고 있음을 짐작하게 한다”고 덧붙였다.
더불어 뱅상 말로사는 “봉준호 감독은 코미디로 시작했고 늘 거리를 두는 방식으로 영화를 만든다. 아이러니가 많이 들어가 있다. <괴물>(2006)만 보더라도 아이러니와 풍자가 가득하다”며, 그가 한국영화를 보며 느꼈던 인상적인 무드를 막연하나마 ‘검은 에너지’라 표현했다. 봉준호 감독이 <옥자>(2017)를 칸국제영화제에 출품하기 전 편집하고 있을 때 만나기도 했던 그는, 봉준호 감독 또한 그 검은 에너지라는 표현에 깊이 공감했다고 전했다. 코미디와 아이러니, 그리고 검은 에너지, 모두 <기생충>에까지 이어지는 것들이다. 그런 <기생충>이 지난 6월 5일 프랑스에서 개봉한 지 20여일 만에 역대 프랑스 개봉 한국영화 중 최다 관객을 동원했다. 지난 2013년 개봉해 67만 관객을 동원했던 <설국열차>의 기록을 6년 만에 깬 것이다. 2주 전 <씨네21> 1210호 에디토리얼에서 언급한 것처럼 프랑스에서의 반응은 다른 한국영화 개봉 사례와 비교했을 때, 가히 ‘폭발적’이라 불러도 이상할 것이 없다. 심지어 6월 17일에는 <맨 인 블랙: 인터내셔널>과 <엑스맨: 다크 피닉스>를 각각 2위와 3위로 두고 프랑스 전체 박스오피스 1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뱅상 말로사의 글은 그러한 분위기를 짐작하게 해줄 것이다.
니콜라스 라폴드의 글도 흥미롭다. 마치 순수한 영화광의 심정으로 쓴 것 같은 그의 글에서 “봉준호 감독이 공간의 분위기를 이용하여 마치 탱고를 추듯이 영화의 플롯을 구성하는 기술의 능숙함에 대해서 꼭 언급하고 싶다. 기택(송강호)과 그의 가족들이 박 사장(이선균) 집에 들어가기 위해 그의 환심을 사는 장면은 거부할 수 없을 정도다. 그래서 기택과 그의 가족들이 마침내 박 사장 집에 들어가게 됐을 때, 나를 비롯한 관객은 박수를 칠 수밖에 없었다”며 이미 칸국제영화제에서 <기생충>에 매혹되었음을 고백했다. 엄숙한 칸국제영화제 시사회장에서 그처럼 “관객을 쥐락펴락하며 들숨과 날숨까지도 좌지우지했던 영화”로, 같은 해 영화제에서 상영된 쿠엔틴 타란티노의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할리우드>와 마렌 아데의 <토니 에드만>(2016)을 거론했다. <기생충>의 학생증 위조와 <어느 가족>(2018)의 컵라면 절도를 동일선상에 두고 시작하는, 지난해 칸국제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작인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어느 가족>과 <기생충>을 비교하며 몇 가지 의미심장한 공통점을 짚어내는 아야코 이시즈 평론가의 글도 일독을 권한다.
PS. <지극히 문학적인 취향>을 쓴 오혜진 문학평론가가 윤가은 감독의 뒤를 이어 맨 마지막 페이지 칼럼 ‘디스토피아로부터’ 필자로 합류했다. 그가 쓴 마지막 문장처럼 매번 흥미로운 ‘상상’의 시간을 선사해주리라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