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타]
<사자> 우도환 - 부대끼며 만들어가는 즐거움
2019-07-23
글 : 임수연
사진 : 최성열

드물게 빠르고, 인상적인 도약이었다. <마스터>(2016)에서 넉넉잡아 3분 남짓 얼굴을 비춘 우도환은 업계에서 가능성을 인정받고 드라마 <구해줘> <매드독> <위대한 유혹자> 등에 연달아 주연급으로 출연하는 행운을 누렸다. <사자>는 관객의 눈을 붙들어놓는 개성 있는 마스크와, 표정에 따라 순해 보이기도 악해 보이기도 하는 미묘한 인상을 가진 우도환의 장점이 더욱 빛을 발할 수 있는 작품이다. 그가 연기하는 지신은 특별한 힘을 가진 용후(박서준)와 바티칸에서 온 구마사제 안 신부(안성기)가 맞서야 할, <사자>의 ‘최종 빌런’ 같은 존재이다. 하지만 그것만으로 설명되지 않는 복잡다단한 내면을 가진 인물인지라 이 유망한 신인배우에게 묵직한 숙제를 안겨줬다.

-지신은 추상적인 ‘악’을 캐릭터화한 것 같은 인물이다. 이런 인물을 연기한다는 건 어떤 경험이었나.

=정말 추상적인 인물이라 연기에 답이 없었다. 어떻게 하면 지신이 신선하면서 이질적으로 느껴지지 않을까 고민하다가, 주변에 있을 법한 느낌을 주는 데 주안점을 뒀다. 또한 무언가를 따라하기보다는 <사자>만의 무언가를 만들고 이게 답이라고 믿고 가는 것이 중요했다. 지신이 외우는 주문도 기존에 있던 단어가 아니라 의식의 흐름 속에서 자연스럽게 나오는 느낌으로 만들었다.

-용후가 무찔러야 할 평면적인 악역으로 보이지 않는 것도 숙제였을 듯한데.

=지신은 악하지만 약한 인물이다. 진짜 강한 사람은 흔들리지 않는데 지신은 때때로 흔들린다. 이기고 싶은 욕구는 있지만 자신의 힘만으로는 안 되기 때문에 악에게 힘을 달라고 부탁한다. 그래서 인간의 본질을 잘 보여줄 수 있는 캐릭터다. 지신에게는 그만의 희로애락이 있고 항상 강하지도 않다. 용후, 안 신부와 대적할 때 무너지고 다시 이기다가도 또 깨지는 일련의 과정이 반복된다. 그리고 악을 숭배하는 캐릭터는 뭔가 겉모습이 음침하고 사람들이 기피하는 존재로 인식되는 경향이 있는데, 지신은 다르다. 화려한 겉모습을 하고 사람도 많이 만나는 그를 설득력 있게 연기하려고 고민을 많이 했다.

-5~7시간이 걸리는 특수분장을 했다.

=맨몸 상태에서 전신에 특수분장을 했다. 새로운 옷을 입는 느낌이었다. <엑스맨> 시리즈의 미스틱이나 <블랙팬서>의 킬몽거를 생각하면 된다고 감독님과 얘기도 나눴는데 막상 해보니 너무 힘들더라. 옆에서 5~7명이 붙어서 분장을 해주셨는데, 같이 힘드니까 서로를 위로하며 버텼다. 찍어놓은 영상을 보면서 고생을 감수할 만한 가치가 충분하다며 감탄했다. 그렇게 분장을 하고 박서준 선배님과 액션 신을 찍었다. 촬영 첫날에는 많이 힘들었지만 셋쨋날쯤 되니 이게 원래 내 몸인 것처럼 받아들여졌다. 역시 사람은 환경에 적응하는 동물이구나 싶었다. (웃음)

-용후의 어린 시절은 상세하게 등장하지만, 지신의 과거사는 상상의 영역에 맡겨야 한다. 지신은 어떤 성장과정을 거쳤을 거라고 보나.

=용후와 비슷한 환경에서 비슷한 느낌으로 자랐을 것이다. 다만 누구를 만났느냐가 달랐다. 용후는 어릴 때 성당을 다니며 하나님을 만난 적이 있지만, 지신은 선이 아닌 악을 만난 인물이다. 그런 환경의 차이가 두 사람이 다른 길을 걷게 만들었다.

-신인인데도 촬영장에서 긴장하기보다 재미있는 놀이터로 즐기는 것 같다.

=사람들과 부대끼면서 무언가를 만들어나가는 작업이 즐겁다. 쉴 때는 그냥 집에 혼자 있기 때문에 다른 사람과 대화를 나눌 수 있는 곳이 촬영장밖에 없다. 함께 작품을 하면 5~6개월간 거의 매일 만나는 사이가 되는데, 어떻게 보면 또 다른 가족 같다. <사자> 현장에서는 어디 배달 음식이 맛있다거나 어느 집 떡볶이가 괜찮다는 둥 하는 얘기를 자주 나눴다. (웃음) 앞만 보지 않고 조금씩 옆도 뒤도 보면서 시야를 넓게 가져갈 수 있는 배우가 됐으면 좋겠다.

-<마스터> 이후 영화에서 자주 보기를 바랐는데, 의외로 드라마를 연달아 찍었다.

=드라마만 해야겠다고 생각한 것은 아니다. 스케줄이나 회사의 입장, 제작자의 생각이 잘 맞아야 배우가 작품을 할 수 있다는 점도 영향을 줬다. 그리고 <마스터> 이후에 주로 악역이 들어왔다. 또다시 악역을 연기하기에는 내가 아직 준비되어 있지 않았다는 마음이 컸던 것 같다. 난 언제나 영화를 찍고 싶다.

-영화 <귀수>가 개봉예정이며, JTBC의 대작 드라마 <나의 나라>를 찍고 있고, 김은숙 작가의 드라마 <더 킹: 영원의 군주>에 출연한다.

=<귀수>의 ‘외톨이’는 어릴 때 아버지를 여의고 아버지를 죽게 만든 사람들을 찾아 복수하는 인물이다. 권상우 선배님이 연기하는 귀수에게 걸림돌이 되기도, 동질감을 느끼게도 한다. 고려 말 조선 초를 배경으로 한 드라마 <나의 나라>에서는 양반 집안에서 얼자로 태어난 남선호를 맡았다. 신분 차별 없이 잘 사는 세상을 열망하는 캐릭터다. 김은숙 작가님의 <더 킹: 영원의 군주>는 아직 캐스팅이 완료되지 않았고 철두철미하게 대본 보안이 약속된 작품이라 내가 어떤 말도 하면 안 될 것 같다.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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