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님의 과거 사진을 보며 깔깔 웃던 시대는 지났다. 유행은 돌고 돌아 70∼90년대를 풍미한 아이템이 가장 힙하고 세련된 위치를 차지했다. 이 시기를 묘사한 할리우드의 청춘 영화들을 모았다. 미성숙하고 불안하지만, 기꺼이 하고 싶은 대로 저질러도 보는 청춘들의 통렬함이 여기 이 영화들에 담겨있다.
독타운의 제왕들, 2005
-세상 힙한 스케이트 보더들의 열정
제이(에밀 허쉬), 보니(빅터 라숙), 스테이시(존 로빈슨)는 뛰어난 실력을 인정받고 이내 아이돌에 버금가는 인기를 얻는다. 이들 중 누군가는 빵빵한 스폰서도 얻고, 스포트라이트에 익숙해진 면모도 보여주지만 서로의 관계는 언제부턴가 빛이 바랜다. 물 빠진 수영장의 굴곡면을 활용하면서까지 연습에 매진하던 젊은 스케이트 보더들의 위험천만한 속도감이 짜릿함을 안기는 성장물이다.
엠파이어 레코드, 1995
-국가가 허락한 유일한 마약
사인회를 하러 온 스타와 첫 경험을 하려는 모범생 코리(리브 타일러), 모든 남자를 유혹해야만 직성이 풀리는 지나(르네 젤위거), 정처 없는 우울감을 견디지 못해 극단적인 시도를 반복하는 데브(로빈 튜니) 등. 불안으로부터 서툰 도피를 감행하는 청춘들의 단면을 보여준다. 게릴라 콘서트로 레코드점을 위기에서 구하는 결말이 다소 뻔해 보이지만, 그 공식마저 90년대 할리우드의 향수에 취하도록 이끈다.
인형의 집으로 오세요, 1997
-알록달록 범상치 않은 그녀의 패션
답안 커닝을 들킨 브랜든(브랜든 색스턴 주니어)은 강간을 하겠다며 돈을 협박해 오고, 짝사랑하는 오빠 스티브(에릭 마비우스)에게선 저능아라는 소리까지 들었다. 어느 날 동생 미시가 유괴를 당하자 돈은 가족들의 사랑을 얻을 기회로 여긴다. 보는 눈을 즐겁게 만드는 화려한 패션 감각과는 달리, 세상은 돈에게 너무 가혹하다. 사회에 쉽게 물들지 못하는 어린 청춘을 냉정하고 솔직하게 묘사했다.
페리스의 해방, 1986
-부모님 페라리 정돈 훔쳐야 일탈이지
최근 카메론의 아버지가 구입했다는 고가의 빨간 페라리까지 훔친 이들은 고급 레스토랑에도 갔다가, 미술 작품도 감상했다가, 시가행렬의 무대에 뛰어들어 비틀즈의 노래를 열창하기도 한다. 영화 평론가 스티븐 슈나이더는 <페리스의 해방>이 "모든 사춘기 소년의 꿈이자 모든 부모의 악몽"이라고 말했다. 비상한 잔꾀로 어른들의 의심을 하나하나 피해 가는 페리스라면 충분히 그럴 만하다. 히어로 영화 <데드풀>의 몇몇 장면은 <페리스의 해방>을 그대로 오마주한 패러디이기도 했다.
청춘 스케치, 1994
-내 자본주의의 괴물이 되지 않으리
친구들의 일상을 캠코더로 촬영하는 취미가 있는 레이나는 남자친구인 방송국 부사장 마이클(벤 스틸러)의 도움으로 친구들의 다큐멘터리를 출시하려 하지만, 자극적으로 편집된 영화는 친구들을 대책 없는 꼴통들로 묘사해 버렸다. 꿈을 실현하거나, 돈을 벌거나. 두 마리 토끼를 잡는 일이 녹록지 않은 세상에서 방황하는 청춘들을 스케치하는 영화.
조찬 클럽, 1985
-우린 정말 문제아인 걸까
부모에게 인정받지 못해 거친 반항아가 된 존(쥬드 넬슨), 승부에 집착하는 아버지 때문에 동료와 싸움을 한 레슬링 선수 앤디(에밀리오 에스테베즈), 성적 압박으로 자살 기도까지 한 브라이언(안소니 마이클 홀), 부모의 잦은 다툼에 사치에 빠진 클레어(몰리 링왈드), 관심을 받기 위해 괴상한 행동을 일삼는 알리슨(앨리 쉬디)까지. 이들을 모은 건 선생이지만 정작 그는 아이들에게 아무런 관심도 없다. 각각 다른 개성을 가진 아이들은 그런 선생의 무관심 뒤에서 각자의 상처를 터놓으며 나름의 유대를 쌓는다.
볼륨을 높여라, 1990
-위험하지만 짜릿한 해적 방송
하지만 학생들은 그의 정체를 궁금해하며 밤마다 라디오 볼륨을 키우고 열광한다. 그러던 중 극심한 우울을 사연으로 남겼던 학생이 목숨을 끊자, 마이크는 망연자실하며 방송을 그만둔다. 하지만 열 명의 어른보다 한 명의 진실된 목소리가 필요했던 학생들의 응원에 힘입어 해적 방송을 이어가고, 자신의 목소리를 내는 십 대들의 나비효과를 만들어 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