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밤의 문이 열린다> 왜, 어떻게 유령이 되었는가
2019-08-14
글 : 장영엽 (편집장)

혜정(한해인)은 공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다. 공장 근처의 작고 조용한 집에서 여성 동료들과 함께 생활하는 그는 어떤 것도 바라지 않고, 누구에게도 기대지 않는 삶을 이어간다. 그러던 어느 날, 혜정은 유령이 되어 깨어난다. 자신이 왜 유령이 되었는지 알지 못한 채, 그는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며 과거를 되돌아보기 시작한다. 그런 혜정의 시야에 외로운 소녀 수양(감소현)과 불안정해 보이는 효연(전소니)이 들어온다.

<밤의 문이 열린다>는 고요하고 사색적인 유령영화다. ‘혜정은 왜, 어떻게 유령이 되었는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을 비워둔 채, 영화는 유령-혜정의 시선으로 서로간의 소통이 단절된 세계의 풍경을 바라보고 있다. “내일이 없는 유령은 사라지지 않기 위해 왔던 길을 반대로 걷는다”는 극중 대사처럼, 이 영화의 유령은 실체가 없는 자신의 현재를 혼란스러워하고 세계로부터 잊혀지지 않기 위해 끊임없이 세계 속 자신의 흔적을 찾아 헤매는 존재다. 그 과정에서 유령-혜정이 만나게 되는 건 유령과 다름없이 세상으로부터 잊혀진 삶을 살아가는 소외된 존재들이다. 영화의 시간적 배경인 시끌벅적한 추석 연휴의 공기와, 바로 맞은편 건물에서 누군가가 죽어나가도 알지 못하는 재개발 도시의 풍경은 극명한 대비를 이룬다. 장르를 자기만의 방식으로 재해석하고 풀어나가는 솜씨가 예사롭지 않은 신인감독의 작품. 지난해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에서 관객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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