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여름 극장가는 싱겁게 막을 내렸다. 1년 중에서 가장 시장이 크고, 그만큼 경쟁이 치열한 7월 중순부터 8월 중순까지 총관객수 2500만여명(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 집계)을 불러모으는 데 그쳤다. 매년 3천만여명을 쓸어담는 최대 성수기임을 감안하면 저조했다고 볼 수 있다. 올해 여름 극장을 찾은 2500만여명은 2012년의 2423만여명 이후 최저 관객수고, ‘천만영화’가 단 한편도 나오지 않은 여름 시장은 2013년 이후 처음이다. <극한직업>(1626만여명), <알라딘>(1252만여명), <기생충>(1008만여명) 등 천만영화가 무려 세편이나 나오면서 ‘한국영화 위기설’을 반전시켰던 상반기와 달리, 올해 여름은 857만여명(8월 29일 오전 기준)을 동원한 <엑시트>를 제외하면 함박웃음을 터트린 영화가 없다. “총량(관객수)불변의 법칙이 입증됐다”(이러나저러나 1년에 극장을 찾는 총관객수는 큰 변화가 없다)는 우스갯소리가 영화계 안팎에서 나오는 것도 그래서다.
“관객이 보기에 ‘여름영화’라 할 만한 작품이 없었다.” 한 투자·배급사의 배급 관계자는 “<신과 함께> 시리즈나 <군함도>처럼 규모가 큰 영화가 올해 여름 시장엔 없었다”며 “더이상 여름에 볼만한 영화가 없다고 생각한 일반 관객이 상반기 화제작(<극한직업> <알라딘> <기생충> 등)들을 이미 챙겨본 것도 여름 시장 부진과 관련 있다”고 설명했다. 조성진 CJ CGV 담당 또한 “학생들의 여름방학이 예년에 비해 열흘가량 짧아진 것도 관련이 있는 것 같다”고 전했다. <엑시트>를 제외하면 손익분기점을 넘긴 한국영화가 없다는 점에서 “지난해 추석 극장가에서 이어진 한국영화 위기설이 유효한 게 아니냐”는 분석도 있는 동시에 “좀더 지켜봐야 한다”는 신중론도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