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1]
2002 충무로 파워 50 - [3] 11위~20위
2002-05-03
누가 한국영화산업을 이끄는가

11 김승범 튜브엔터테인먼트 대표 6

지난해 배급계 1위를 노리다 좌초하고 만 김승범 대표는 최근 한시름 놓았다. 튜브엔터테인먼트의 향방을 놓고 지루하게 벌여왔던 논의를 일단락지었기 때문. 우여곡절 끝에 배급을 포기했음에도 그가 여전히 높은 순위에 오른 것은 자회사 튜브픽처스가 만든 <집으로…>의 성공과 <성냥팔이 소녀의 재림> <튜브> <내츄럴 시티> 등 투자작에 대한 기대감이 작용한 결과로 보인다. 블록버스터의 열매를 거둬들이게 될 올해는 그에게 튜브의 위상과 조직, 시스템을 재정비해야 하는 한해이기도 하다.

지나온 1년 자금난이 있었고, 사업 파트너에게 상처를 주기도 했고, 직원들과 헤어지기도 했다. 한마디로 지옥 같은 한해였다.

앞으로 1년 그동안의 고생이 헛되지 않게 관리를 타이트하게 할 생각이다. 큰 영화에 연연하지 않고 <집으로…> 같은 좋은 영화를 만들겠다. 자숙하는 1년이 될 것 같다.

12 김정상 시네마서비스 사장 46위

강우석 감독과 더불어 시네마서비스를 움직이는 두축. 2000년에 20세기 폭스 한국지사장을 그만두고 시네마서비스로 옮겨와 안정적인 경영구조를 만드는 데 힘썼다. 주식스와핑부터 시작해 로커스홀딩스와 합병작업을 추진했다. “한편한편 흥행에 일희일비하는 구조를 탈피, 유관사업을 결합시켜 안정적인 경영이 이뤄지도록 하는 데 힘썼다”는 것이 지난 1년에 대한 자체 평가. 제작투자가 강우석 감독의 몫이라면 시네마서비스의 그외 모든 업무는 김정상 사장의 결재로 이뤄진다.

지나온 1년 로커스홀딩스와 합병, 안정적인 경영의 토대를 만들었다.

앞으로 1년 멀티플렉스 사업 신규 진출, 아트서비스에서 준비중인 스튜디오는 내년 완공 예정.

13 문성근 스크린쿼터문화연대 이사장·배우 8위

영화정책 분야에 있어 자타가 공인하는 최고의 파워맨. “특유의 열정으로 영화계 개혁운동을 넘어 유권자 운동까지 펼치고 있다”는 한 추천인의 촌평처럼, 지난해에는 ‘지역감정 타파’를 외치며 민주당 노무현 후보 지지를 선언한 뒤 국민경선에 주도적으로 참여해왔다. 끊임없이 샘솟는 아이디어, 왕성한 실천력, 무엇보다 ‘역사’를 고민하며 해마다 행동반경을 넓혀가는 그의 행보에 대한 영화인들의 신뢰는 여전하다. 바쁜 일정 때문에 뒤늦게 알았지만, 그는 최근 문화관광부의 영화진흥위원회 예산 변경 승인은 정부가 자율성을 침해한 것이라며, “영화인들의 뜻을 존중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지나온 1년 <질투는 나의 힘>을 찍었다. <오! 수정> 이후 2년 만에 본업인 배우로 잠깐 돌아온 셈이다. 이후 세 작품 정도 출연 계획이 있었지만, 노무현 후보의 국민경선을 돕게 되면서 양해를 구하고 결국 빠지게 됐다.

앞으로 1년 일단은 일산 집에서 칩거할 계획이다. 작품도 하고, 영화계 심부름도 하고, 민주화 투쟁의 차원에서 떠맡은 일도 있고, 이 세 가지를 버무려놨더니 좀 복잡하다.

14 임권택 영화감독 17위

임권택 감독은 한국영화를 해외에 소개하는 데 있어 선구자였을 뿐 아니라, <취화선>으로 2회 연속 칸영화제 경쟁 부문에 진출하는 등 아직도 세계영화계의 최전선을 누비고 다닌다. 현역 최고령 감독으로서 수십년 동안 갈고 닦은 장인의 솜씨를 발휘해 영화의 본질을 탐구하고 영화의 한계를 돌파하려는 그는 한국영화계의 귀감이라 할 수 있다. “만날 사극만 할 순 없으니 다른 배경의 영화도 만들고 싶다”는 임 감독은 영화에 대한 새로운 꿈을 거듭 만들어가는 진정한 ‘영화청년’이다.

지난온 1년 <취화선> 때문에 말도 못하게 힘들었다. 고마운 것은, 이렇게 많은 사람들의 지원과 성원이 있었던 적도 없었다는 점이다. 만약 칸 경쟁 부문에 들어가지 못했다면 그런 분들에게 면목없는 일이 될 뻔했다.

앞으로 1년 올 한해는 <취화선> 뒤치다꺼리하느라 다 보낼 것 같다. 벌써 세계적인 배급사들이 관심을 갖는 모양인데, 영화가 해외에 팔려나가면 우리 의지와 관계없이 그쪽에서 영화제에 내보낸다. 그러면 감독은 도리없이 쫓아다녀야 하므로 그 치다꺼리를 해야 할 것이다.

15 박동호 CGV 대표 NEW

국내 최초의 멀티플렉스 CGV강변11을 시작으로 전국적인 극장체인을 만들고 있다. 제일제당 기획실, 육가공본부, 멀티미디어사업부를 거쳐 2000년 8월부터 CGV 대표로 일하고 있다. 지난해 전국의 CGV 체인이 동원한 관객 수만 약 1370만명, 매출액으로 약 920억원이다. 메가박스, 롯데시네마가 뒤쫓고 있지만 일찌감치 요지를 점령한 CGV의 속도에는 아직 못 미치고 있다. 머지않아 안양, 불광동, 용산, 청량리, 창동, 일산 등에도 CGV체인이 생길 예정이며 올해 CGV 전국체인이 동원할 예상관객 수만 1700만명에 달한다.

지나온 1년 지난해 명동 5개관, 부산 남포 2개관, 대전 9개관 등을 오픈했고 올 1월 구로에 10개관을 열었다. CGV강변11은 10억원을 들여 리노베이션을 실시했다.

앞으로 1년 8월 말 목동에 7개관, 12월 말에 수원에 8개관을 오픈할 계획.

16 곽정환 서울극장 회장 10위

“나, 정말 은퇴했다.” 그는 지난해 서울시극장협회 회장 직함까지 내놓았으니, 이제 아무것도 쥔 것 없다고 말한다. 하지만 1주일에도 몇번씩 부산과 대구를 오가며 극장 라인을 점검하는 그의 말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이는 사람들은 없다. 순위가 다소 하락했지만, 올해도 배급·극장 업계 추천인들은 그의 영향력을 다섯 손가락 안에 꼽았다. 그의 최대 무기는 남들보다 한 박자 빨리 판을 읽고 대처하는 비즈니스 감각. 고령에도 불구하고 전혀 녹슬지 않았다는 게 그를 주위에서 지켜본 이들의 전언이다. 스스로 “극장은 사양산업이고, 40년 한길 걷다보니 그냥 하는 것”이라고 말하지만, 종로통 서울극장에 대한 그의 자부심을 모르는 이는 많지 않다.

지나온 1년 부산 대영시네마 6관을 9개관으로 늘리는 공사를 시작했다. 사세확장이 아니라 일종의 관객을 위한 서비스임을 강조.

앞으로 1년 5월부터 현재 7개인 서울극장 바로 옆 부지에 3개 스크린 규모의 극장을 증축한다. 좌석 수는 그리 많지 않고 관당 200석 규모가 될 듯.

17 이춘연 씨네2000 대표·(사)영화인회의 이사장 15위

지난해 대종상 사태가 빚은 불미스러운 사태로 인해 백의종군했지만, 이후 젊고 부지런한 영화인들을 끌어들여 조직을 짜임새있게 재정비하고, 영화계 대소사에 팔을 겉어붙이고 앞장서 나선 것이 득표의 근거다. <인터뷰> 이후 한동안 제작하는 영화가 없다가, 올해에만 <서프라이즈><중독> 등 그동안 꼭꼭 쟁여둔 아이디어를 연이어 영화화하는 저력을 보이고 있는 것도 한몫한 듯 보인다. 씨네2000이 올해에만 크랭크인하는 작품은 이를 포함해 모두 5편. <여고괴담 세번째 이야기> <운명계산시계> <지상최대의 작전> 등 규모가 크진 않지만, 다양한 개성들이 담길 장르영화들 역시 하반기에 본격적인 촬영에 들어간다.

지나온 1년 하루도 쉰 적이 없다. 준비하느라고. 영화인회의는 반성과 전진을 한 한해였다고 자평하고 싶다. 또한 서울영상위원회를 만든 게 가장 기쁜 일이다.

앞으로 1년 당장의 소망이 있다면 임권택 감독님의 <취화선>이 칸영화제에서 수상했으면 한다. 늦었지만, 후배들한테는 좋은 선물이 될 것 같다. <여고괴담> 시리즈는 10편까지 했으면 한다. 돈벌이가 아니라 신인 감독, 신인 배우들의 등용문이 됐으면 하는 바람에서다.

18 이은 영화진흥위원회 위원·디엔딩닷컴 이사 7위

순위가 11계단이나 떨어졌다. 그러나 이는 ‘일시적’인 현상이라는 지적이 주를 이룬다. 영진위 위원 임기가 곧 끝나는 만큼, 제작자로서 전면에 나설 경우 쉽게 회복되리라는 것을 예상하기란 어렵지 않다. 특히 단일 제작사로서 최초로 코스닥 등록이 이뤄질 경우, “자본과 소프트웨어를 아우르게 된다”는 점에서 그의 잠재 파워는 위력적이다. “코스닥 등록은 명필름이라는 회사의 투명한 운영을 위한 것이다. 안정적인 자본이 마련된다고 해서 제작편수를 늘리는 것이 아니라 퀄리티를 높이기 위한 인프라 확보에 쓸 것”이라는 게 그의 설명.

지나온 1년 영진위 위원 일이 끝나는데, 솔직히 후련하다. 완벽하지는 않지만, 영진위가 어느 정도 방향을 잡는 데 일조했다는데 보람을 느낀다.

앞으로 1년 눈에 띄거나 주목받는 일은 안 하고 싶다. 대신 명필름 운영이나 내부 시스템 구축에 좀더 집중할 생각이다. 직접 프로듀싱하는 작품은 임상수 감독의 <마지막 연애의 상상>과 정지영 감독의 <아리랑>이다.

19 송강호 배우 14위

<복수는 나의 것>이 전국 50만명을 넘지 못하는 성적을 기록했지만 영화인들은 여전히 그를 최고의 흥행배우로 꼽는다. 특히 프로듀서들이 그에게 거는 신뢰는 대단한데 이는 결코 흥행성적 때문만은 아니다. 영화를 대하는 태도, 진지함, 성실함이 그를 ‘최고’로 인정하게 만드는 힘이다. 게다가 그는 흥행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다. <복수는 나의 것>은 어느 정도 각오를 하고 출연한 영화였다. 매번 흥행작을 선택하는 것보다 자신의 연기폭을 넓힐 좋은 작품에 출연하는 게 더 중요하다는 걸 아는 배우이다. 그런 면에서 <복수는 나의 것>에서 그가 보여준 연기는 송강호의 새로운 경지였다. <쉬리>에서 아쉬웠던 부분을 말끔히 털어내며 <초록물고기>의 ‘판수’를 다시 떠올리게 했다. 분명 그와 작업하는 것은 프로듀서에게나 감독에게나 대단한 행운일 것이다.

지나온 1년 <복수는 나의 것>에 바친 한해.

앞으로 1년 촬영중. 이 영화가 흥행작이 되리라는 예상은 <챔피언>이 흥행작이 되리라는 예상 못지않게 업계의 정설이 돼 있다. 이 끝나면 곧바로 봉준호 감독의 <살인의 추억>에 출연할 예정이다.

20 김우택 (주)미디어플렉스 상무 18위

‘관객 수 600명만, 매출액 450억원.’ 서울 지역 단일 극장으로는 최다 관객을 동원(점유율 17%)한 멀티플렉스 메가박스의 실세. 이를 기반으로 투자배급사 쇼박스를 차렸으며, 일단 본 궤도에 오를 경우, 파괴력은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튜브엔터테인먼트와의 합병 무산에서 보여지듯, 신규 사업 진출시엔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셈을 많이 따져보지만, 일단 판단이 서면 공세적으로 밀어붙이는 저돌적인 스타일이라는 평. 한국영화에 비중을 두고, 한해에 15∼20편의 영화를 배급할 계획이다. 시네마서비스, CJ엔터테인먼트 등과 함께 메이저 투자배급사로서 ‘3강’을 이룬다는 것이 그가 털어놓는 쇼박스의 미래다.

지나온 1년 수원, 부산, 대구 등에 메가박스 안착. 반응이 좋아 행복한 한해였다.

앞으로 1년 쇼박스를 성공적으로 키우는 것이 관건이다. 한국영화 투자·배급에 비중을 두고 있는 만큼 KM컬쳐, 씨네2000, 씨네라인2 이외에도 파트너를 물색중. 해외쪽 역시 안정적인 작품 수급을 위한 파트너와 계약 성사 임박. 제우메가투자조합에 이어 새로운 창투사를 끌어들여 100억원 규모의 펀드 조성 예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