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1]
2002 충무로 파워 50 - [4] 21위~30위
2002-05-03
누가 한국영화산업을 이끄는가

21 박병무 로커스홀딩스 대표 36위

시네마서비스, 싸이더스 등을 ‘밖에서’ 묶는 지주회사 로커스홀딩스의 수장이었던 박병무 대표는 5월31일부터 이들을 ‘안으로’ 품는 플레너스 엔터테인먼트 주식회사의 대표이사 자리에 오른다. 파워 1위를 포함, 파워 50에 든 7명이 그의 ‘패밀리’일 정도니 플레너스의 파워는 막강해 보인다. 올해 매출 1500억원을 내다보는 이 대형 항공모함의 함장인 그는, 그러나 ‘조직은 통합하고 운영은 독립적인’ 노선을 계속 견지할 계획. CEO로서의 역할과 각 부문을 실질적으로 운영하는 ‘키플레이어’들에 대한 지원에 충실하겠다는 얘기다.

지나온 1년 강우석, 차승재 등 한국영화계를 대표하는 분들과 큰일을 해낼 수 있어 즐거웠다. 나야 그저 그들을 묶어 힘을 발휘할 수 있도록 하고, 투자금 부담을 갖지 않고 그들이 열심히 할 수 있도록 한 역할밖에 없는 것 같다.

앞으로 1년 지난해까지는 종합 엔터테인먼트 회사로 모양새를 갖추기 위해 콘텐츠를 모으는 과정이었다고 본다. 올해는 엔터테인먼트가 하나의 산업, 기업이 될 수 있구나 하는 것을 실질적으로 보여주는 한해가 될 것 같다. 극장까지 포함해서 우리가 부족했던 엔터테인먼트의 여러 요소들을 보충하면서 영상, 음반, 게임 3개 부문이 기반을 잡을 수 있도록 노력할 계획이다.

22 이정향 영화감독 NEW

재기 넘치는 대사와 독특한 구조로 무장한 로맨틱코미디 <미술관 옆 동물원>으로 충무로에 신선한 바람을 일으킨 이후 3년의 긴 휴식과 모색 끝에 튜브픽처스와 손잡고 내놓은 두 번째 영화 <집으로…>로 ‘소포모어 징크스’라는 표현을 무색하게 만들었다. 담백한 스토리와 비전문 배우 캐스팅으로 말미암아 애당초 상업적인 모험으로 간주됐던 영화 <집으로…>는 개봉 3주째인 4월26일 현재 전국 관객 200만명 돌파를 눈앞에 두는 성공을 구가하고 있다. 두편의 장편영화를 통해 이정향 감독은 “주어진 상영시간 동안 관객과 당당히 줄다리기를 벌이되 관객이 게임에 흥미를 잃지 않도록 하는 것”이 영화 만들기의 요체라고 다짐하는 감독답게, 성실한 주제의식뿐 아니라 관객의 감정선을 컨트롤하는 직관과 뛰어난 타이밍 감각을 함께 갖춘 연출자의 면모를 확고히 했다. 영화아카데미 4기 출신으로 입봉 전에는 <오늘 여자> 연출부, <비처럼 음악처럼> <천재선언> 조감독을 거쳤다.

지나온 1년 <집으로…>를 만들었다.

앞으로 1년 <집으로…>를 잊을 것이다.

23 설경구 배우 NEW

<박하사탕>의 김영호를 맡은 이후 설경구는 한석규를 대신해 시나리오가 가장 많이 몰리는 남자배우가 됐지만, <단적비연수>와 <나도 아내가 있었으면 좋겠다>로 이어진 경력에서 올해 또 하나의 분기점이 생겼다. <공공의 적>의 형사 강철중은 분명 설경구의 또 다른 도약이다. 단순무식하지만 비굴하거나 약삭빠른 면이 전혀 없는 강철중의 모습에는 시대가 요구하는 안티히어로의 상이 들어 있었다. 설경구는 마치 그런 영웅상을 의도치 않았던 듯 연기함으로써 모든 사람을 사로잡을 수 있는 영웅이 된다. 그처럼 자연스럽게 관객을 끌고 가는 힘이야말로 설경구 아니면 발견할 수 없는 특징이다.

지나온 1년 <공공의 적>은 설경구 최대 흥행작이 됐다. <공공의 적> 출연하면서 89kg까지 찌운 살을 <오아시스> 준비하면서 65kg으로 줄였다.

앞으로 1년 <오아시스>의 주인공 종두는 아마 관객을 많이 울릴 것 같다.

24 이태원 태흥영화 대표 30위

이태원 대표는 상업영화에 대한 호감을 노골적으로 표하면서도, 임권택 감독의 <춘향뎐> <취화선> 등 예술영화를 제작하는 ‘이율배반’을 통해 아직도 충무로식 미덕이 남아 있음을 알려주는 인물. 그동안 임 감독과 함께 각종 영화제를 찾아 한국영화를 세계에 알려온 그는 <취화선>으로 다시 칸을 찾게 됐다. 지난 1월 스크린쿼터 문제가 다시 불거졌을 때 <취화선> 팀을 이끌고 기자회견장을 찾았을 정도로 한국영화계의 든든한 큰형 노릇을 하고 있다.

지나온 1년 오직 <취화선>이 잘되기를 고대하며 열심히 한 것밖에 없다.

앞으로 1년 솔직히 이젠 돈 좀 벌면 좋겠다. 그래서 돈이 되는 영화를 할 계획이다. 우선 송능한 감독의 신작 을 찍는다. 4월 말이면 시나리오가 나와 7월쯤에 크랭크할 것 같다. 그것 말고도 이것저것 두리번거리며 찾고 있다. 작업하고 있는 것도 있는데 올해는 2∼3편 정도를 생각중이다.

25 유인택 기획시대 대표·한국영화제작가협회 회장 20위

“이제 벤처 기업가로 불러달라”고 말하는 그다. 두 차례의 유상증자를 실시하고, 사외이사제도를 도입하고, 전문경영인을 불러들이면서 영화사 규모를 키웠다. “산업 지형이 달라진 만큼 체질 개선에 나설 수밖에 없었다”는 게 그의 설명. 스스로도 마음을 다잡고자 금연을 선포하고, 내친 김에 영어와 일어회화까지 꾸준히 하고 있다. 안정적인 자금을 확보했고, 올해 개봉하는 작품만 무려 4편. 개인 이름 내걸 때와 달리 65%의 지분을 갖고 있는 주주들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어 부담이 만만치 않다고. 제협 회장으로서 남은 임기 동안 아시아 제작자들과의 교류를 더욱 증대시켜나갈 계획을 갖고 있다.

지나온 1년 새로운 시스템을 갖추고 <일단 뛰어!>를 만들었다. 달라진 뒤 첫작품이니만큼 개봉을 앞둔 지금 무척 초조하다.

앞으로 1년 <해적, 디스코왕 되다> <성냥팔이 소녀의 재림> <방아쇠> <목포는 항구다> 등을 선보인다. 이송희일 같은 재능있는 독립영화 감독 외에도 AV 출신의 봉만대 감독 등이 준비하는 프로젝트도 제작할 예정.

26 이준익 씨네월드 대표 NEW

지난해 <달마야 놀자>가 흥행하면서 새롭게 50위 안에 진입했지만 영화계 경력은 프로듀서 1세대에 속한다. 서울극장 기획실을 거쳐 씨네월드를 만들었고 <키드캅>으로 데뷔했다. <키드캅>이 실패하면서 한동안 수입에 전념하다 <간철 리철진> <아나키스트> <공포택시> 등을 차례로 만들었다. <공포택시>가 흥행에 실패해서 고전했지만 <달마야 놀자>로 만회, 다시 주목할 만한 제작자로 떠올랐다.

지나온 1년 2001년 외화로는 <메멘토>와 <러시아워2>가 선전했고 한국영화로는 <달마야 놀자>가 흥행에 성공했다. 배급대행한 <어둠 속의 댄서>도 기대 이상의 성과를 올려 지난해 매출액만 230억원에 달한다. 올해는 배급대행한 <디 아더스>가 흥행하고 수입·배급한 <블레이드2>도 선전했지만, <존 큐>는 손해를 봤다.

앞으로 1년 직접 연출, 제작할 <황산벌> 외에 공동제작하는 영화 <남남북녀>가 있다. 외화는 해리슨 포드 주연의 가 기대작이다.

27 장동건 영화배우 NEW

장동건은 올해 파워50에서 단연 돋보이는 신성이다. 지난해 상반기 화제작 <친구>와 하반기 화제작 에 출연했던 전적 때문만은 아니다. <친구>를 계기로 청춘스타의 이미지에서 온전히 벗어난 뒤에 한결 두터워진 자신감과 여유, 그리고 누구도 생각지 않았던 조합, 김기덕 감독과의 작업에 ‘자발적으로’ 뛰어든 용기와 도전의식. 이런 것들이 충무로의 현직 영화인들이 배우 장동건의 내일에 ‘한표’를 던지고 싶어지는 이유인 것이다.

지나온 1년 의 촬영과 개봉으로 1년이 다 갔다. 제작하신 분이 손해를 안 봤다니 다행이다. 개인적인 수확은 감독님 그리고 상대배우와의 교감, 외국어 대사 연기, 강도 높은 액션 연기 등 다양한 경험을 통해서 자신감을 얻었다는 것.

앞으로 1년 김기덕 감독님 작품을 좋아하긴 했지만, ‘내 것은 아니다’라고 생각해왔는데, 지금이 아니면 못할 것 같아 용기를 냈다. 역할 선택 폭을 넓히는 데 주력할 예정.

28 김기덕 감독 NEW

50위 안에서 가장 의외의 인물로 꼽힐 만하지만 다른 시각에서 보면 뒤늦은 인정일 것이다. 어떤 영화보다 찬반논쟁이 치열했던 <나쁜 남자>가 흥행에 성공함으로써 주류영화계도 예의주시하지 않을 수 없는 감독이 됐다. <섬>과 <수취인불명>이 연달아 베니스영화제 경쟁 부문에 나가고 <나쁜 남자>도 베를린영화제 본선에 진출, 해외에선 가장 지명도 높은 한국 감독 중 하나로 꼽힌다. 불쾌감을 주면서도 너무 강렬해서 잊을 수 없는 캐릭터, 시선을 사로잡는 회화적 이미지, 반복되지만 번번이 끌려들어가는 이야기 등이 김기덕 영화의 힘. 최근 장동건이 <해안선>에 출연하기로 결정한 것은 김기덕 감독의 치열한 영화 만들기가 주류영화계마저 감화시킨 증거로 보인다.

지나온 1년 <나쁜 남자> 논쟁에 시달렸지만 결과적으로 김기덕의 힘을 보여준 한해가 됐다.

앞으로 1년 지금 시나리오를 다듬고 있는 <해안선>은 6월10일경 크랭크인할 예정. <해안선>을 찍자마자 <봄여름가을겨울 그리고 봄>을 촬영할 계획이다.

29 김상진 감독·감독의 집 대표 NEW

<주유소 습격사건>과 <신라의 달밤>, 연타석 장타로 ‘흥행감독’의 이미지를 굳힌 게 순위 진입을 도왔다. 한때 김미희 대표와 좋은영화의 공동대표를 맡다, 지난해 하반기에 제작사 감독의 집을 따로 차렸다. 하지만 그때나 지금이나 달라진 건 없다. “경영에는 영 젬병”인 탓에 여전히 “메가폰 잡을 궁리”만 하고 있다는 게 그의 말. 차기작은 탈옥을 소재로 한 코미디영화 <광복절 특사>. 6월부터 본격적인 촬영에 들어간다. 환갑을 맞기 전까지는 관객이 배꼽 잡고 웃을 수 있는 대중영화에 복무하겠다며, 칸이나 베를린 등의 해외영화제를 겨냥한 ‘심오한’ 영화는 그 이후에나 도전해보겠다고.

지나온 1년 좀더 완성도를 갖춘 작품을 내놓기 위해 박정우 작가와 함께 <광복절 특사> 시나리오에 매달렸다.

앞으로 1년 제목 때문에 8월15일 전에 개봉하려고 했으나, 지금 상황으로선 일정이 너무 빡빡해서 추석 정도에 개봉할 예정이다. 만화적인 코드가 더 들어간 영화가 될 듯. 그외에 최창호 감독의 로맨틱코미디 <홍수한, 김추자를 만나다>를 준비중.

30 박무승 KM컬처 대표 41위

<달마야 놀자>에 투자해서 20억원 정도를 거둬들였다. ‘짭짤한’ 한해였던 셈. 그러나 쿠앤필름의 <이중간첩> <빙우>, 씨네2000의 <중독> <지상최대의 작전>, LJ필름의 <두 사람이다> 등 투자작뿐 아니라, <품행제로> <이웃집 살인마> 등을 자체 제작하는 등 라인업을 대폭 늘린 것이 순위 상승요인으로 보인다. 쇼박스와도 제휴, 이들 작품들을 소화할 수 있는 배급라인을 확보하기도 했다. 한해 투자·제작하는 영화의 규모를 6∼8편씩 꾸준히 유지할 생각이다.

지나온 1년 <달마야 놀자>에 투자했고, 씨네2000, 쿠앤필름 등이 제작하는 2편의 영화에 투자하기로 제휴관계를 맺었다.

앞으로 1년 가장 중요한 한해가 될 것 같다. 일단 자체 제작하는 <품행제로>가 곧 크랭크인한다. 이 밖에도 협력관계를 유지할 제작사를 좀더 넓히는 등 공격적으로 영화사업에 투자할 예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