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lture]
[오수경의 TVIEW] <스터디 그룹>
2025-02-21
글 : 오수경 (자유기고가)

공부를 잘하고 싶었다. 그러나 신은 공부 머리 대신 싸움 능력을 주셨다. 티빙 드라마 <스터디그룹>은 공부 못하는 ‘싸움 천재’ 윤가민(황민현)이 유성공고에 입학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는다. 유성공고는 ‘조폭 양성소’라고 불릴 정도로 폭력이 만연한 곳이다. 그 속에서 가민은 ‘공부할 눈빛’들을 모아 ‘스터디그룹’을 결성해 공부도 하고 자신만의 방식으로 정의를 구현하며 성장해간다. 지금까지 학원물은 사회의 축소판으로서의 학교를 보여주거나 청소년의 우정과 성장을 그렸다면 <스터디그룹>은 ‘먼치킨’ 캐릭터가 폭력과 불의를 시원하게 응징하는 데 방점을 찍었다. 먼치킨 캐릭터가 주는 쾌감은 단순하고 명확하다. 답답한 현실에서 우리가 하지 못하는 일을 대신해주는 것. 현실에서는 불가능한 정의를 구현하는 것. 그렇다고 <스터디그룹>이 가민의 싸움 능력만 보여주는 것은 아니다. 이 드라마가 흥미로운 점은 아무리 싸움을 잘해도 가민의 궁극적인 목표는 ‘공부’라는 데 있다. 가민은 눈앞의 폭력으로부터 자신과 친구들을 보호하기 위해 싸우지만 스터디그룹을 유지하며 좋아하는 공부를 하기 위해 몸을 던진다. 또한 드라마는 학교라는 공간이 어떻게 부패할 수 있는지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교사들은 학생들을 방치하거나 폭력을 묵인하고, 심지어 학생들의 싸움을 이용하기까지 한다. 배우기 위해 싸워야 하는 학생들과 그 배우려는 노력을 비웃으며 학교라는 공간을 불의와 폭력의 장이 되게 방치한 교사들의 선명한 대비를 보며 이런 질문을 해본다. 학교는 어떤 공간이어야 할까? “배움을 멈추는 순간 삶도 멈”추듯 공부가 불가능한 학교는 더는 학교일 수 없는 것 아닐까? 유성공고 스터디그룹의 학업 투쟁을 응원한다.

check point

<약한영웅>의 시은(박지훈)과 <소년시대>의 병태(임시완)를 잇는 폭력적 세계관에 물들지 않고 자신만의 방식으로 정의와 평화를 구현하는 ‘맑눈광’ 모범생의 등장이라. 셋이 싸우면 가민이 최종 승자가 되지 않을까? 노력하는 천재를 이길 수 없는 법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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