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덤 바일스 지음 정혜윤 옮김 열린책들 펴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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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광명소이기도 한 파리의 독립서점 셰익스피어 앤드 컴퍼니에서 진행한 북토크 중 스무개를 묶은 인터뷰집이 나왔다. 2010년대부터 2022년대까지의 행사 기록이 묶였는데, 1950년대 중반부터 아나이스 닌, 훌리오 코르타사르, 리처드 라이트 같은 파리 거주 작가가 모이는 공간으로 알려진 셰익스피어 앤드 컴퍼니의 역사에 대한 짤막한 글이 흥미롭다. 윌리엄 버로스가 <벌거벗은 점심>을 이 서점에서 처음으로 공개했다든가, 일손을 보태는 이들이 하룻밤 묵어갈 수 있었다든가 하는 일화들 말이다. 한국에 소개된 작가들의 인터뷰를 먼저 읽게 되는데, 아니 에르노가 2018년 <세월>에 대해 한 이야기가 특히 흥미롭다. “지나온 시간을 가만히 돌이켜보니 제 이야기가 제 세대 이야기의 일부라는 게 보이더군요”라고 운을 뗀 아니 에르노는 ‘나’라는 단어를 쓰는 게 도저히 불가능하다고 느껴 ‘우리’ (nous)와 ‘그녀’(elle)의 목소리를 택했다고 설명한다. 이 주어의 민감성은 나아가 책의 주인공이 시간 그 자체라는 인식으로 이어진다. 68혁명 이후의 세계에 대해 “이상에 대한 열망에서 소비에 대한 열망으로 일종의 전환이 일어난 것”을 지적하는 것 역시 흥미롭다. 여성의 목소리를 담아내는 문학적 시도라는 점에서는 매들린 밀러의 <키르케> 이야기를 연결해 읽으면 좋다. “이 소설의 매우 중요한 부분은 키르케가 섬에 홀로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다분히 <자기만의 방>의 버지니아 울프적 전통에 속한다고 할 수 있지요. 그는 가족과 공동체로부터 이탈하고 나서야 자신의 목소리를 찾고 사회의 제약을 벗어던질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것은 그가 치러야 하는 대가이기도 하죠.” 지금보다 더 읽혀야 한다는 믿음을 불러일으키는 조지 손더스의 독특한 역사소설 <바르도의 링컨>은 링컨 대통령이 11살짜리 아들의 죽음을 겪는 이야기인데 그가 소설을 쓰며 의식한 시대정신에 대한 이러한 말이 있다. “우리가 오바마 대통령과 보낸 8년이 좋았던 이유 중 하나는, 제 생애 처음으로 어쩌면 우리가 <거기>에 도달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고 진지하게 생각하게 됐기 때문입니다.” 더불어 그는 링컨에 충실하거나 진짜 링컨을 만들고자 하지 않았으며, “링컨에 대한 환상”을 잘 만들어 독자에게 감동을 주고자 했다고 말한다. 소설과 비소설을 넘나들며, 삶과 문학을 오가며 이야기를 나누는 하나하나의 글이 즐겁다. 책을 더 읽게 만들고 싶어 할뿐더러 이 책 자체로도 충분한 사유를 제공하니까. 소설의 존재 가치에 대한 저마다의 생각 역시 생각해볼 점을 남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