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업적, 틈새(niche) 취향의 영화를 상영하는 소규모 공간을 뜻하는 마이크로시네마는 학문적으로 명료하게 정립된 개념은 아니다. 인가된 영화관, 전시 공간, 공연 공간뿐 아니라 대학 강의실이나 강당, 클럽, 사무실, 카페, 버려진 건물, 개인용 거주 공간도 포괄하는 마이크로시네마의 상영 실천은 북미와 유럽, 일본 등에서 각자 상이한 영화 문화 및 제도적 조건을 바탕으로 표준적 영화산업과 상업적 영화 공간에 대한 대안을 마련하기 위해 전개되어왔다.
1990년대 초 본격화된 마이크로시네마 실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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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크로시네마라는 용어가 널리 쓰이기 전에도 마이크로시네마 실천의 역사적 전거들을 북미와 유럽의 비대중적, 대안적 영화 문화에서 발견할 수 있다. 1920년대와 1930년대 파리와 런던을 비롯한 유럽의 주요 도시에서 결성되었던 시네-클럽들, 아모스 보겔이 비영리적 회원제를 기반으로 1947년부터 1963년까지 운영하며 유럽의 실험영화, 전후 미국의 전위영화, 교육영화를 포함한 다큐멘터리를 포함하는 가치 전복적인 프로그래밍을 선보였던 시네마 16(Cinema 16)은 마이크로시네마의 선구가 되었다. 1960년대와 1970년대 미국 언더그라운드 영화 문화는 뉴욕의 앤솔러지 필름 아카이브(Anthology Film Archive)와 같은 전통적인 극장 공간뿐 아니라 대학 강의실, 영화감독의 집 등 다양한 비극장 공간들에서 번성했으며 이들의 상영 실천 또한 즉흥적이거나 비공식적인 프로그래밍 방식, 그리고 8mm 및 16mm 영사기, 텔레비전, 아날로그 비디오 등 제도화된 극장에서의 영사기를 넘어서는 장치들을 포함했다. 런던에서는 1960년대 후반부터 1970년대에 걸쳐 런던영화감독협동조합(London Filmmakers Co-op)이 다수의 실험영화 상영 및 영사 퍼포먼스를 시도했고, 1980년대 후반과 1990년대 초에는 무정부주의와 급진적 비디오 액티비즘, 반-예술 프로젝트가 뒤섞인 대항문화 운동의 허브였던 남부 런던의 브릭스턴에서 익스플로딩 시네마(Exploding Cinema), 키노 클럽(Kino Club) 등의 상영 콜렉티브가 활동했다.
미국과 캐나다의 주요 도시에서 마이크로시네마 실천이 본격적으로 펼쳐진 시기는 1990년대 초였다. 도나 드 빌에 따르면 이같은 활성화의 조건은 경제적 불황에 따른 예술영화전용관의 폐쇄와 예술에 대한 공적자금의 축소, 상대적으로 저렴해진 도시 공간 대여 비용, 그리고 비디오의 보급을 통해 증폭된 과거 영화의 접근 가능성 등이었다. 마이크로시네마라는 용어의 확산에 기여한 사례는 1994년 샌프란시스코에서 실험영화 감독 레베카 바텐과 데이비드 셔먼이 아파트 지하에 불법적으로 설립한 토털 모바일 홈 마이크로시네마(Total Mobile Home Microcinema)다. 관객에게 5달러의 기부를 권유하며 4년 동안 운영된 이 자주적 ‘영화의 집’은 120회 이상 상영회를 열었고, 그중 대부분은 감독과 작가들이 100달러의 사례비로 참석했으며(그들 중 일부는 이를 수령하기를 거부하기도 했다), 이들은 상영 전후 수평적으로 관객과 대화했다. 대규모의 하향적인 영화 프로그래밍에 반발하여 브루스 베일리, 조지 쿠차, 너새니얼 도어스키 등의 실험영화 및 비디오를 소규모로 상영하고 관객의 집중을 촉진한 바텐과 셔먼의 실천은 미국의 대안적 영화 문화사에서 지금까지도 신화적으로 알려져왔다. 이들의 회고에 따르면 식탁에 앉아 떠올린 이 공간의 이름은 각 단어의 의미를 세심하게 염두에 둔 것이었다. ‘토털’은 영화의 가치와 취향에 대한 총체적인 규정의 불가능성을, ‘모바일’은 ‘끊임없이 움직이는 관점’을, ‘홈’은 ‘잠정적인 자율적 지대’를 뜻하는 것이었고, 이들이 정의하는 마이크로시네마는 ‘영화 상영을 위한 작은 공간이자 행동의 범주’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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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에 설립되어 현재까지도 운영되고 있는 대안적, 비표준적 영화 프로그래밍 성향의 마이크로시네마 중 잘 알려진 두 가지 사례는 뉴욕 브루클린의 라이트 인더스트리(Light Industry)와 스펙터클(Spectacle)이다. 비평가이자 프로그래머인 에드 할터와 토머스 비어드가 시네마 16을 포함한 뉴욕 언더그라운드 영화 문화의 전통에서 영감을 받아 2008년 설립한 라이트 인더스트리는 실험영화와 비디오의 상영 및 퍼포먼스는 물론 뤽 물레, 재키 레이날 등 북미와 유럽의 영화사에서 상대적으로 덜 다루어진 감독을 재조명하는 상영과 대화, 그리고 영화미디어학의 주목할 만한 신간을 주제로 한 강연을 위한 플랫폼으로 정착해왔다. 특히 액트 업(Act Up), 디바TV(Diva TV) 등 1980년대와 1990년대 액티비즘 비디오의 상영을 포함한 퀴어시네마와 무빙 이미지 작품의 프로그래밍은 할터의 말에 따르면 “공유된 경험과 이해를 통해 연대의 가능성을 모색하기” 위한 것으로, 마이크로시네마 실천의 동기 중 하나인 비주류적인 공동체성에 호응한다. 2010년에 설립되어 공동으로 운영 중인 스펙터클은 틈새 취향의 추구라는 점에서 주목할 만한 프로그래밍을 선보여왔다. 맥주를 포함한 음료 구입이 가능한 바를 지나 어두운 통로를 통해 마주칠 수 있는 25석 남짓의 작은 공간에서 영화사의 정전과 예술영화 시네필의 관심에서 벗어난 혼종적 장르영화, 성애영화, 비디오아트, 다큐멘터리 등이 매일 상영되고, 퍼포먼스와 워크숍을 포함한 특별 행사도 열린다. 이곳에서의 체험은 시네필리아의 종교성과 호응하지만 밀교적이거나 배교적이고, 제도적인 예술영화 공간에서 종종 강요되는 엄숙주의보다는 집중, 몽환적 상태, 자유분방함이 모두 허용된다.
새로운 공간들의 출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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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트 인더스트리와 스펙터클이 언더그라운드 영화 문화의 전통을 갱신하는 반면, 최근 미국에서는 다른 형태와 제도의 마이크로시네마 공간도 생겨나고 있다. 비평가이자 영화 큐레이터인 조던 크론크가 2017년 설립한 아크로폴리스 시네마(Acropolis Cinema)는 LA 지역의 여러 영화관과 예술 공간을 잠정적으로 빌려 고전 예술영화와 실험영화는 물론 북미 내에 배급되지 않은 유럽 및 아시아 동시대 예술영화의 상영 및 감독과의 대화를 마련해왔다. 2021년 쿠엔틴 타란티노가 인수한 비스타 극장(Vista Theater)은 내부 정비를 거쳐 다시 개장하면서, 그가 이전에 인수한 캘리포니아 지역의 비디오 대여점이었던 비디오 아카이브(Video Archives)의 컬렉션을 상영하는 20석 규모의 마이크로시네마를 더했다. 예술영화를 서비스하고 있는 스트리밍 플랫폼 무비(MUBI)가 배급 작품들의 상영을 위해 제휴를 맺은 LA 지역의 영화관 중에는 비영리 비디오 대여점으로 2023년 다시 문을 연 비디오츠 파운데이션(Vidiots Foundation)도 있는데, 이곳의 35석 규모 영화관에는 무비 마이크로시네마(MUBI Microcinema)라는 이름의 프로그램이 운영되고 있다. 예술영화전용관 및 배급망과도 연결된 이와 같은 새로운 공간들은 실험영화와 비디오의 소개를 지향하는 마이크로시네마, 고전영화를 전문적으로 상영하는 시네마테크 등 인가된 제도 내의 마이크로시네마 등과 공존하며 동시대 시네필들의 분화된 취향과 가치에 호소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