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링크오브시네아시아’는 매년 아시아 영화계에서 가장 새롭게 대두되는 이슈를 다루는 세미나를 연다. 10월6일과 7일 양일간 벡스코 제2전시장에서 열린 올해 행사가 주목한 키워드는 ‘스토리’와 ‘5G’다.
10월 6일 한국시나리오작가조합과 공동주관한 세미나1, ‘작가간 협업, 새로운 성장의 해법을 찾아서’는 아시아 3국의 시나리오작가가 각국의 상황과 국제공동제작 등 해외 교류 사례를 공유하는 시간이었다. 한국의 황조윤 작가, 타이의 오누사 돈사와이와 뿐 홈츤 작가, 대만의 구어광왕 작가가 패널로 참석하고 부산아시아영화학교의 조희영 교수가 모더레이터를 맡았다. 타이의 <Cracked>은 한국의 <미인도>(2008년 개봉한 전윤수 감독의 작품이 아닌, 아직 한국에서 영상화되지 않은 동명의 시나리오다. 터키에서 영화화된 바 있다. -편집자)를 현지화한 작품이다. 오누사 돈사와이와 뿐 홈츤 작가는 CJ ENM이 타이 현지에 만든 호러 스릴러 영화 전문 레이블 ‘413 픽처스’와 함께 각본을 작업했다. 오누사 돈사와이는 “타이 제작사는 보통 작품성보다는 관객의 입맛에 집중하고, 너무 광범위하고 막연한 코멘트를 해준다. CJ ENM은 기획·개발에 대해 아주 구체적이고 상세한 코멘트를 줘서 많은 도움을 받았다”며 한국 대기업과 작업하며 느낀점을 전했다. 원작 <미인도>는 드라마 스릴러 장르였지만, 타이 실정에 맞춰 호러 요소를 가미해 각색했다. “아직까지 타이에서는 코미디, 호러, 로맨스 세 가지 장르가 아니면 관객이 들지 않는다. 이런 형식으로 타이 관객 취향에 맞는 로컬라이징 작업을 진행했다.”(오누사 돈사와이)
대만의 구어광왕 작가는 내년 초 <HBO 아시아>에서 방영될 드라마 <드림 라이더>의 개발 과정을 소개했다. 그는 다국적 미디어 그룹인 HBO의 의뢰를 받아 대만 현지에 맞게끔 대본을 수정하는 업무를 맡았다. “원래 <드림 라이더> 대본 속 형사는 셜록 홈스 같은 캐릭터였지만 대만에는 이런 형사가 존재하지 않는다. 직접 행동으로 보여주는 <다이하드> 시리즈의 존 맥클레인(브루스 윌리스) 같은 캐릭터가 대만 상황에 더 어울려 인물 성격을 완전히 바꿨다.” 또한 대만에서 촬영이 어려운 신을 골라내 축소하거나 삭제하는 것도 그의 주된 일 중 하나였다. “시나리오작가가 존중받는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는데, HBO는 달랐다. HBO는 스토리상 논리적으로 의문이 드는 부분만 의견을 제시했고, 기본적으로 내 결정을 신뢰했다. 한회 분량의 대본을 수정 완료할 때마다 HBO와 원거리 화상회의를 진행해 의견을 교류했다. 언어의 차이는 창작의 걸림돌이 아니라 솔직한 소통으로 오히려 더 좋은 결과를 낼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일본 만화를 각색한 <올드보이>, 김영하 작가의 소설을 영화화한 <살인자의 기억법>, 영화 흥행 후 소설 및 뮤지컬로 리메이크됐던 <광해, 왕이 된 남자> 등의 시나리오를 쓴 한국의 황조윤 작가는 크로스미디어 시대의 작가 처우에 주목했다. 그는 이른바 “‘OSMU’(One Source Multi Use) 시대에 시나리오는 각종 매체로 확장될 수 있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강조했다. 또한 “크로스미디어 작업이 미디어 산업을 양적으로, 질적으로 발전시키는 데 긍정적이나 작가 입장에서 우려되는 지점도 존재한다. 저작권을 인정받지 못하거나 정당한 수익을 보장받지 못하는 경우도 허다하다. 국적을 떠나 모두가 공유해야 할 문제의식”이라는 비판을 제기하기도 했다. “크로스미디어의 장이 작가가 속한 국가에 한정되지 않고 국제적으로 확장돼 서로 교류할 수있는 소통의 장이 마련될 필요가 있다”는 말도 전했다.
5G가 바꾸는 영화제작 환경
매년 디지털베이가 주최하는 기술 세미나가 선택한 올해의 이슈는 ‘5G’다. 7일 열린 세미나2, ‘5G 그리고 영화, 새로운 영화제작의 패러다임’에서는 영국의 로봇특수촬영장비 제조사인 MRMC(Mark Roberts Motion Control Ltd.)의 아사프 라우너 CEO, 강상우 넷플릭스 코리아 프로덕션 테크놀로지 스페셜리스트, 하정수 넷플릭스 코리아 포스트 프로덕션 매니저가 참석해 5G 서비스와 연계된 영화계 이슈를 공유했다. 모더레이터를 맡은 구재모 한국영상대학교 교수는 “4차 산업혁명 이후 기계가 사람을 대신할 것이라는 말도 있지만, 영화는 사람이 기술을 이용해서 만드는 창작 예술”이라는 멘트와 함께 발제자들을 소개했다. MRMC의 아사프 라우너 CEO는 자사의 ‘시네마로보틱스’ 카메라 주요 기능을 중점적으로 소개했다. 가령 스포츠 경기 등 생중계 방송에 활용되는 ‘볼트 하이 스피드 카메라 로봇’은 트래킹이 가능하기 때문에 경기장에서 선수가 어디에 있는지 정확히 파악할 수 있다. 원하는 선수만 따라다니며 경기를 감상할 수 있는 것이다. 그는 이러한 ‘시네마로보틱스’가 영화계에 다각적인 변화를 가져다줄 수 있다고 주장했다. “전통적으로 크리에이티브와 프로덕션 영역은 하나의 스튜디오 내지 로케이션에 모여서 이루어졌다. 한번에 많은 데이터를 전송할 수 있는 5G 서비스는 리모트 프로덕션을 가능케 한다. 로케이션에 스탭을 모두 보내지 않아도 촬영이 가능하다. 이는 제작 비용을 절감하고 생산성도 높일 수 있다.” 강상우 넷플릭스 코리아 프로덕션 테크놀로지 스페셜리스트는 “미래 지향적인 고품질 콘텐츠 제작”을 지향해야 하는 이유를 설명했다. “넷플릭스 작품을 찍으면 까다로운 기술적 조건을 충족시켜야 한다는 세간의 이야기를 들어봤을 거다. 우리가 풀 4K 촬영을 요구한다고 하면 다들 놀라는데, 이것 은 새로운 것이 아니다. 이미 산업에서 공용되는 스탠더드다. 전세계에서 TV를 가장 많이 생산하는 삼성과 LG가 있는 한국에서 4K의 중요성이 부각되지 않는 건 문제가 있다. 변화가 필요하다.” 또한 지금 2K로 영화나 드라마를 제작하면 4K가 보편화됐을 때 리마스터링을 하거나 화질이 떨어진 상태로 봐야 한다고 부연했다. 또한 “한국에서 가장 저평가된 롤이 ‘데이터 매니지먼트’”라며 ‘3:2:1 백업 원칙’, “최소 3개의 촬영 원본과 오디오를 보관하고 최소 2가지 이상의 저장 매체를 활용하며 최소 1곳 이상의 다른 보관 장소에 데이터를 두는 작업 방식”을 소개했다. 더불어 어떤 카메라로 찍든지, 어떤 디스플레이에서 보든지 같은 색과 퀄리티를 유지할 수 있는 ‘컬러 매니지먼트’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하정수 넷플릭스 코리아 포스트 프로덕션 매니저는 작품의 피칭에서부터 작품 공개까지 넷플릭스의 후반작업 과정을 소개했다. “제일 중요한 것은 기본적인 연출 의도를 서포트하고 획기적인 작품을 딜리버리하는 것”이라는 게 자사의 모토라는 전제하에 발표가 이루어졌다. 그에 따르면, 넷플릭스는 “‘fix it in post가 아닌 fix it in pre’”를 지향한다. 프리 프로덕션 과정에서 후반작업을 함께 진행하며, 시리즈 작품의 경우 프로덕션 과정에서 편집 작업을 병행한다. 매일매일 촬영한 분량의 편집본을 공유하는 픽스 시스템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작업의 효율성을 높이기도 한다. 후반작업 과정에서 ‘Picture Lock’이라는, 이후 편집을 하지 않겠다고 약속하는 단계를 밟는다는 내용도 눈길을 끌었다. 그는 작품을 론칭하는 순간 190여개국에 함께 공개되는 넷플릭스 작품의 특성상 “편집이 바뀌면 더빙 및 자막 작업을 전부 다시 하는 일을 방지하기 위함”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