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날씨의 아이> 환경의 변화가 바로 이 ‘일상’을 잃어버릴 위험이라는 것을 전달
2019-10-30
글 : 이화정

작은 섬마을을 떠나 도쿄로 온 가출 소년 호다카(다이고 고타로). 근미래 도쿄는 연일 내리는 비로 우울하기 짝이 없고, 집나온 소년에게 대도시는 호락호락 곁을 내어주지 않는다. 배고프고 갈 곳 없어 헤매는 그를 받아준 곳은 도심의 한 허름한 르포 잡지사. 편집장 스가(오구리 슌)가 기자 나츠미(혼다 쓰바사)와 함께 미스터리한 사건을 취재하는 곳이다. 호다카는 이곳에서 일하던 중 자신을 도와준 햄버거집 소녀 히나(모리 나나)와 재회하는데, 히나는 염원하면 비를 멈추게 하는 신비한 능력을 지녔다. ‘맑음소녀’로 명명되는 히나의 능력을 활용해 둘은, 맑은 날씨를 바라는 사람들의 소원을 들어주는 작은 비즈니스를 시작한다. 한편 두 소년, 소녀 사이의 감정에도 맑은 기류가 형성되다 먹구름이 덮친다.

<날씨의 아이>로 신카이 마코토가 돌아왔다. <언어의 정원>(2013)에서 공원에 내리던 비와 <너의 이름은.>(2016)의 마을을 삼키는 구름같이 신카이 마코토의 작품에서 ‘날씨’는 인물들에게 심적, 물적으로 큰 영향을 끼쳐왔다. <날씨의 아이>는 그 영향권을 더 가시화한다. 도심의 자연재해는 낯설다고 느꼈던 지구촌 사람들, 하지만 하루도 빠지지 않고 비가와 침수되는 도시의 이미지는 지금 전세계가 당면한 기후변화, 대재앙이 닥칠 미래를 상징한다. 신카이 마코토는 이 묵시록적 세계관의 바탕에, 집 없는 소년, 소녀를 위치시킨다. ‘맑음소녀’에게는 끊이지 않고 의뢰가 들어오는데, 영화는 두 소년, 소녀의 눈을 통해 환경의 변화가 바로 이 ‘일상’을 잃어버릴 위험이라는 것을 전달하고자 한다.

<날씨의 아이>의 플롯은 판타지적인 설정 하나로 전작에 비해 더 단순해졌다. 단순한 구조 안에서, 이야기가 근심하는 주제는 더 보편적으로 확장됐다. 흥미로운 설정에 비해 플롯이 아쉽지만, 히나가 맑게 한 눈부신 하늘의 작화를 스크린으로 보는 건 분명 작화의 신이자 포스트 미야자키 하야오, 신카이 마코토라서 줄 수 있는 선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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