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모리스> 남성에 대한 자신의 사랑을 자각한 청년 모리스의 여정
2019-11-06
글 : 장영엽

<콜 미 바이 유어 네임>(2017)의 각색으로 아카데미상을 수상한 제임스 아이보리 감독의 1987년작. 국내에서는 첫 개봉이자, 4K 디지털 마스터링을 거쳤다. 동성에 대한 사랑이 금기로 여겨지던 20세기 초 영국을 배경으로 남성에 대한 자신의 사랑을 자각한 청년 모리스의 여정을 다뤘다. 영국 케임브리지대학에 재학 중이던 모리스(제임스 윌비)는 상급생 클라이브(휴 그랜트)를 만나 사랑에 빠진다. 두 사람은 서로에 대한 마음을 우정으로 위장해 각자의 집을 오가며 비밀스러운 연애를 즐긴다. 하지만 정치 유망주였던 동급생 리슬리가 남성과 밀회를 나눴다는 이유로 한순간에 몰락하는 모습을 보며, 클라이브는 자신이 가진 것들을 잃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모리스에게 이별을 고한다. 상실감에 빠진 모리스는 클라이브를 잊지 못하고, 그런 그에게 클라이브의 저택에서 일하는 하인 알렉(루퍼트 그레이브스)이 다가온다.

영국 작가 E. M. 포스터의 사후 출간된 자전적 소설이 원작이다. <모리스>는 <전망 좋은 방> <하워즈 엔드> 등 문학 작품을 기반으로 한 우아하고도 섬세한 시대극으로 20세기 후반을 풍미한 머천트-아이보리 프로덕션의 정수를 보여주는 영화다. 인상주의 회화를 그대로 옮겨놓은 듯한 서정적인 풍경과 우아한 클래식 음악, 아름다운 배우들, 안온해 보이는 일상의 작은 틈을 통해 엿볼 수 있는 감정의 격랑이 보는 이의 마음을 뒤흔든다. 시대와 관습이라는 장애물은 동성간의 사랑을 다룬 영화에서 적지 않게 볼 수 있는 설정이나 제임스 아이보리, 킷 헤스케스 하비가 공동 집필한 각본은 극중 대사처럼 신사의 얼굴을 하고 “인간의 본성을 용인하길 꺼려한” 20세기 영국의 실상을 세밀한 디테일로 담아내고 있다. 모리스와 클라이브의 후일담을 들려주는 엔딩 시퀀스는 <콜 미 바이 유어 네임>의 엔딩만큼이나 강한 여운을 남긴다.

최신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