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2]
3D 라이브 액션으로 재탄생한 <캣츠> 미리보기
2019-12-12
글 : 임수연
우리는 모두 고양이로소이다

뮤지컬 <캣츠>가 스크린에서 3D 라이브 액션으로 재탄생한다. <캣츠>는 집 없는 고양이 무리, ‘젤리클’ 멤버들의 하룻밤을 담는다. 무리를 떠났다 돌아온 그리자벨라(제니퍼 허드슨)가 고양이들의 천국 헤비사이드 레어로 올라가 새로운 생명을 얻는다는 것이 영화의 주요 내용이다. 하지만 줄거리만 보고 <캣츠>가 단순한 영화일 거라 생각하는 건 오산이다. 매캐버티 역의 이드리스 엘바는 <CBS> 토크쇼 <레이트 쇼 위드 스티븐 콜베어>에 출연해 <캣츠>에 대해 소개해달라는 요청을 받자, “<캣츠>는 고양이 천국을 향해 가는 한 고양이의 여정이다. 우리 모두는 고양이 천국으로 가기를 열망한다. 한 고양이가 어떻게 고양이 천국에 갈 수 있는지, 당신이 고양이 천국에 가기 위해서는 무엇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이야기”라고 요약했다. 그만큼 결과물이 공개되기 전까지는 작품의 면면을 예상하기 어렵지만, 예고편과 배우들의 인터뷰로 짐작할 수 있는 정보를 정리해 <캣츠>의 밑그림을 그려보았다. <캣츠>는 국내에서 12월 24일 개봉한다.

●그래미를 방불케 하는 스타 라인업

제니퍼 허드슨부터 테일러 스위프트까지, 배우들의 면면만 보면 그래미 시상식을 방불케 하는 라인업이다. 이언 매켈런과 주디 덴치, 제임스 코든과 이드리스 엘바 같은 탄탄한 배우진이 <캣츠>의 앙상블로 뭉쳤다. 캐스팅 과정에는 톰 후퍼 감독의 전작 <레미제라블>(2012)과 연결되는 흥미로운 비하인드가 있다. <레미제라블>의 판틴을 연기했던 앤 해서웨이와 리한나가 출연을 논의했지만, 스케줄 문제로 최종 불발됐다. 테일러 스위프트는 <레미제라블> 에포닌 역의 캐스팅 후보에 오르며 스크린 테스트를 받은 적이 있다. 당시 제작진은 그 대신 사만다 바크스를 선택했지만, <캣츠> 제작 단계에서 테일러 스위프트는 오디션 없이 바로 캐스팅되는 행운을 누렸다. 올드 듀터러노미 역의 주디 덴치는 <캣츠> 초연 당시 그리자벨라 역에 캐스팅돼 연습까지 함께한 배우다. 아킬레스건 부상으로 인해 아쉽게 중도 하차했던 그는 30여년 만에 다시 <캣츠>와 인연을 맺게 됐다. 연출을 맡은 톰 후퍼는 고전적인 서사를 대중영화로 푸는 데 재능이 있는 감독이다. 드라마 <엘리자베스 1세> <존 아담스>, 아카데미 작품상을 받은 <킹스 스피치>(2010), <레미제라블>, <대니쉬 걸>(2015)에 이어 <캣츠>의 영화화에 도전한 그가 이번에도 대중을 사로잡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캣츠>는 <레미제라블>에 이어 워킹 타이틀과 유니버설 픽처스가 제작한 두 번째 뮤지컬영화이기도 하다.

●최첨단 기술로 구현된 고양이들

배우가 직접 고양이 분장을 하고 무대에 올랐던 뮤지컬과 달리, 영화 <캣츠>는 시각특수효과(VFX)와 모션 캡처 기술로 고양이의 외양을 구현한다. 배우들은 모션 캡처 슈트를 입고 연기했고 고양이 털은 후반작업 과정에서 더해진 것이다. 컴퓨터애니메이션으로는 창조할 수 없는 인간 본연의 생생한 몸짓을 얻어내기 위한 선택이었다. 배우들은 사전에 이른바 ‘캣 스쿨’에 다니며 “어떻게 고양이의 움직임을 만들어내는지, 어떻게 고양이처럼 생각하는지, 어떻게 그들처럼 사물을 감지하는지 배웠”다. <엔터테인먼트 위클리>에서 테일러 스위프트는 “이것은 기존의 모션 캡처 기술과도 다르다”고 설명했다. “이전에 없던 방식으로 자연스럽게 움직이는 꼬리와 귀와 수염을 만들어냈다. 내가 본 것 중 가장 멋진 작업이었다.” 또한 고양이를 연기하는 배우들이 실제 고양이처럼 보이게끔 주변 공간과 인간은 그보다 크게, 약 3~4배 규모로 지어진 점도 공개된 예고편에서 눈길을 끈다. 뮤지컬보다 다양한 그림을 보여줘야 하는 영화의 특성상 런던 도시 전체가 과장된 것을 본편에서 확인할 수 있다. 한편 뮤지컬 <해밀턴> <인 더 하이츠>로 이름을 알린 안무가 앤디 블랑켄뷸러가 2016년 브로드웨이 공연에 이어 영화판 <캣츠>의 안무를 맡았다. 발레·힙합·재즈·스트리트·탭을 아우르는 다채로운 댄스가 <캣츠>를 채우는 가운데, 특히 눈여겨볼 인물은 <캣츠>가 첫 장편영화 출연작인 로열발레단의 수석 무용수 프란체스카 헤이워드. 뮤지컬 <캣츠>에서도 가장 화려한 안무를 선보였던 빅토리아 역을 맡았다.

●8천만 관객이 선택한 원작의 힘

<캣츠>라는 콘텐츠가 가진 힘은 단지 숫자를 나열하는 것만으로도 실감할 수 있다. 1981년 런던 웨스트엔드에서 초연되고 1983년 미국 브로드웨이에서 선보인 이후 전세계 30개국, 300여개 도시에서 공연하며 8100만 관객의 선택을 받았고 한국에서만 200만명이 <캣츠>를 관람했다. 미국 토니상, 영국 로렌스 올리비에상, 영국 이브닝 스탠더드상 등 수상 실적도 화려하다. 영국의 시인 T. S. 엘리엇의 <지혜로운 고양이가 되기 위한 지침서>(1939)를 토대로 제작된 뮤지컬 <캣츠>의 영화화가 논의된 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90년대 앰블리메이션에서 영화화가 논의된 적이 있지만 스튜디오가 문을 닫으면서 무산됐다. 프로젝트가 재점화된 것은 2013년 겨울 앤드루 로이드 웨버와 유니버설 픽처스가 영화판 <캣츠>를 만들 것이라는 뉴스가 보도된 이후다. 뮤지컬 <캣츠> <오페라의 유령> <에비타> <지저스 크라이스트 슈퍼 스타> 등을 제작한 앤드루 로이드 웨버가 영화 기획 및 작곡에 참여하면서 원작과의 접점을 단단히 하고, <로켓맨>의 각본을 썼던 리홀이 시나리오에 참여했다.

●영화에서 최초로 공개되는 뮤지컬 넘버

<레미제라블>이 <I Dreamed a Dream>을 각인시켰다면, <캣츠>는 <Beautiful Ghosts>다. 앤드루 로이드 웨버는 “처음 시나리오를 읽었을 때 가장 먼저 한 말이 ‘빅토리아를 위한 노래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었다”고 전한다. 테일러 스위프트는 애플뮤직의 <비츠 원> 라디오 방송에서 앤드루 로이드 웨버가 연주하는 <Beautiful Ghosts>의 선율을 듣자마자 “이곡이 어디에 삽입될지 알 것 같았다. 아마 그리자벨라 역의 제니퍼 허드슨이 (뮤지컬 <캣츠>에서 가장 유명한 넘버로 꼽히는) <Memory>를 부른 직후일 것”이라 생각했다고 말했다. “만약 빅토리아가 방금 들은 노래에 대한 반론을 보여준다면 흥미롭지 않을까? <Memory>는 믿을 수 없을 만큼 아름다운 그리자벨라의 과거를 노래하는 곡이다. 화려한 순간을 보냈고 지금은 그렇지 못하다. 만약 버려진 새끼고양이가 런던 길거리를 돌아다니다 이 노래를 듣는다면 이렇게 생각할 것이다. ‘적어도 넌 멋진 기억을 가지고 있구나.’ 그래서 첫 번째로 떠오른 가사가 ‘그 기억은 오래전에 사라졌지만, 적어도 너는 아름다운 유령을 갖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톰 후퍼 감독은 “내가 믿을 수 없었던 건, 테일러 스위프트가 쓴 가사가 주는 비범한 아름다움이었다. 우리가 <캣츠>를 통해 하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 나에게 되짚어준 것 같았다. 짜릿했다”고 말했다. 그렇게 테일러 스위프트와 앤드루 로이드 웨버가 함께 쓴 신곡 <Beautiful Ghosts>는 원작 뮤지컬보다 확장된 빅토리아 캐릭터의 주제곡이 됐고, 극중 올드 듀터러노미 역의 주디 덴치에 의해 다시 불린다. 엔딩 크레딧에서 흘러나올 테일러 스위프트 버전의 <Beautiful Ghosts>는 11월 15일 선공개됐다. 한편 <캣츠>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곡 <Memory>는 12월 초에 한국어 버전으로도 만날 수 있다. 옥주현이 전세계 유일한 커버송의 주인공이 돼 최근 녹음을 마쳤다.

●인간인 듯, 고양이인 듯

아직까지는 반신반의하는 반응이 많은 것이 사실이다. 지금까지 유튜브 공식 채널에서 1200만명 넘게 시청한 <캣츠> 예고편에 대한 반응은 ‘좋아요’가 12만명, ‘싫어요’가 31만명이다. 대체로 모션 캡처로 구현한 고양이 비주얼이 낯설고 오히려 독이 됐다는 반응이다. 이에 거스 역의 이언 매켈런은 <엔터테인먼트 투나이트>와의 인터뷰에서 “뮤지컬 <캣츠>는 배우들이 진짜 고양이로 보이고자 하지 않는다. 인간들이 자신의 고양이 같은 본성을 발견하는 것에 관한 작품이다. 그리고 엄청난 성공을 거뒀다”고 말하며 영화판 <캣츠>를 옹호했다. “<라이온 킹>이 그랬던 것처럼 뮤지컬을 영화로 만들 때 실감나는 고양이를 구현하고자 하는 유혹이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건 진짜 고양이가 아니다. 배우는 고양이를 연기하는 사람일 뿐이고, 그것이 필름의 개념이다. 내가 생각하기에 영화 <캣츠>는 이 본질을 뜻깊게 성취한다. 영화 속 고양이에게서 자신을 발견할 때 여러분은 기쁨을 주체하지 못할 것이다. 덴치와 제임스 코든과 나, 그리고 나머지 배우 모두 우리 버전의 고양이를 연기하느라 바빴다.” <캣츠>의 정수는 고양이에 완벽히 빙의된 배우들의 춤과 노래를 만끽하는 데 있다. 영화의 태생과 이를 다른 예술과 차별화하는 본질이 서사를 실어나르는 데 있지 않음을 상기할 때, <캣츠> 예고편이 주는 기괴함은 오히려 원작에 가까울 수 있다. T. S. 엘리엇의 유산을 관리하는 클레어 레이힐은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영화판 <캣츠>에 대한 생각을 이렇게 밝혔다. “시 속의 고양이는 고정되어 있지 않은 세계에 살고 있다. 때때로 고양이들은 평범한 인간세계에 존재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하고, 고양이만이 가득한 세계에 살고 있는 것처럼 보일 때도 있다. 이것은 명확하지 않다. 나는 엘리엇이 예고편에서 느껴지는 인간과 고양이 사이의 모호한 경계, 그로 인한 기이함을 즐겼을 거라고 생각한다. 이는 원작 시가 갖고 있던 세계와도 일치한다. 혹은 뮤지컬 <캣츠>의 대표곡 <Memory>의 전신이 된 <공허한 밤의 광시곡>이 가진 야행적 초현실주의와도 맥을 함께한다. 엘리엇은 초현실적 세계관을 보여준 자크 타티의 팬이기도 했다.”

사진 유니버설 픽쳐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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