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2]
[제6회 한중청년꿈키움단편영화제] <하찮은 목숨> 조루 감독 인터뷰 - 살아 있다는 게 비극인 사람도 있다
2020-03-12
글 : 김현수

베이징전영학원 촬영학과를 졸업한 조루 감독은 “개 목숨만큼 천한 것이 사람 목숨이다”라는 냉소적인 평소의 생각이 가감 없이 담긴 <하찮은 목숨>을 졸업작품으로 만들었다. 촬영과 연출을 겸하면서 점점 생각이 많아진다고 말하는 조루 감독은 이제 장편영화 완성의 길로 한 발짝 다가섰다. 저예산으로 지인들을 괴롭혀가며 만든 단편영화지만, 힘들게 아들과 생활하는 엄마 린챠오펑의 충격적인 비밀 직업의 정체가 밝혀지는 과정의 밀도가 굉장히 높다. 그의 첫 장편영화가 완성되어 한국 극장에서도 볼 수 있기를 기대한다.

-심사위원대상 수상을 축하한다. <하찮은 목숨>을 선정한 심사위원들로부터 “배우들의 연기와 감정선, 시나리오 등이 모두 완성도가 높다”라는 평가를 받았다. 소감이 어떤가.

=내 이름을 호명하기 전까지 정말 긴장했다. 지난해 <최후의 태평소 장인>으로 초청됐을 때는 입선만 했었다. 올해는 상까지 받게 되니 꿈만 같다. 아마도 석사를 마치면서 찍은 영화라서 더 좋게 봐주신 것 같다. (웃음)

-‘하찮은 목숨’을 뜻하는 제목의 한자 ‘구명’(狗命)은 중국에서는 부정적인 의미라서 일상에서도 잘 쓰지 않는다고 알려져 있다. 강렬하다고 볼 수 있는 이 제목을 고집한 이유가 있나.

=어떤 사람에게는 인생이 귀하고 소중하지만 목숨을 연명하는 것 자체가 비극인 사람도 존재한다. 그런 사람들의 인생이 어떻게 펼쳐지는지를 다루고 싶어서 지은 제목이었다.

-3만위안의 상금이 주어지는데, 어디에 쓸지 혹시 생각해봤나.

=이 영화를 찍는 데 대략 6만위안 정도의 제작비가 들었다. 졸업작품은 대부분 사비로 찍어야 하기 때문에 아르바이트를 열심히 했는데도 많은 도움이 필요했다. 딱 절반을 보상받은 셈이다. 우선은 일부 금액으로 함께 고생한 동료들과 즐겁게 노는 데 쓰고 싶지만, 전부를 어디에 쓸지는 차차 고민해보겠다. 아마도 다음 작품 제작비에 들어갈 것 같다.

-엄마가 아들의 학원비를 마련하기 위해 벌이는 일은 가짜 사고 위장으로 사기에 가깝다. 그런 그녀가 길거리의 개를 이용하는 방식이 충격적이다.

=장위총 작가의 단편소설이 원작이다. 소설을 읽고 나서 바로 영화화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극중 엄마가 벌이는 행위를 우리는 “펑츠”라고 부른다. 그런 행위를 해야만 돈을 벌 수 있는 상황에 처한 것이다. 그리고 소설에는 아들과 여자친구의 관계라든지 디테일한 부분이 많았지만 영화로 옮기면서 어떤 부분을 덜어내야 할지 고민했다.

-극중 거리의 개들 장면이 많다. 동물을 조련하면서 촬영하기가 쉽지 않았을텐데.

=영화 촬영 전문으로 훈련된 개들과 촬영했다. 그런데 문제는 촬영장에 너무 많은 사람들이 있어 훈련받은 개라도 피곤함에 점점 지쳐갔다는 거다. 최대한 개에게 스트레스를 주지 않는 선에서 찍었고 의도치 않게 우연하게 찍힌 장면도 과감하게 본편에 삽입했다.

-생존을 위해 돈을 벌어야 하는 엄마와 철없는 아들의 슬픈 관계를 통해 관객에게 보여주고자 한 메시지가 있다면.

=사람이라면 누구나 자유롭게 살고 싶을 것이다. 그런데 누군가는 원하는 삶을 자유롭게 살아가는 반면 누구는 태어날 때부터 마치 운명이 결정된 것처럼 고통 속에서 살아간다. 그런 인생을 통해 무엇을 느끼고 배울 수 있을까를 함께 고민하고자 했다.

-다음 영화는 어떤 작품을 구상하고 있나.

=나쁜 마음을 품은 운전사와 그에게 납치당한 소녀의 관계를 통해 인간은 날 때부터 악한 존재가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는 의미의 해피엔딩을 담은 영화를 구상 중이다. 과연 영화화될 수 있을지 걱정이지만 한번 해보려 한다.

사진 CJ문화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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