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는 아직 못 봤지만 배경에 쓰일 영화음악을 몇곡 들어봤는데, 오! 마치 디즈니 영화 같았다.” 동물영화 혹은 가족 코미디라는 분류로 소개될 <미스터 주>는 한국영화에선 쉬이 도전하지 않았던 새로운 영역을 개척하는 영화다. 수많은 동물이 영화 내내 쏟아지듯 등장할 텐데, 동물 캐릭터들은 극중 사람과 대화를 하거나 함께 액션 연기를 선보인다. 주연을 맡은 배우 이성민은 이미 <로봇, 소리>(2015)에서 로봇과의 교감 연기를 경험한 적 있지만 역시나 동물들과 호흡을 맞추는 영화는 낯설 수밖에. 물론 부제인 ‘사라진 VIP’가 의미하는 어떤 숨은 작전의 실체 또한 극의 재미를 책임질 요소다. 어쨌거나 2020년에도 배우 이성민의 마초적인 매력을 보여줄 개봉예정작이 줄줄이 대기 중인 가운데, 이번 영화는 그의 필모그래피에서 독특한 변곡점이 되어줄 것 같다.
-동물과 교감하는 능력을 얻게 된 국가정보국 요원 태주(이성민)의 소동극을 다룬 이번 영화의 시나리오를 읽고 어떤 점에서 끌리게 됐는지 궁금하다.
=과연 이런 이야기가 한국에서도 만들어질 수 있을까, 궁금증이 밀려왔다. 그런데 이제는 한국도 기술력이 좋아졌다고 하니 선택에 방해가 되진 않았고. 김태윤 감독의 인품도 믿음이 갔고, 살아 있는 동물들과의 연기가 과연 어떻게 펼쳐질지, 현장도 기대됐다.
-동물들과 연기 호흡을 맞추기 위해 무엇을 준비했는지, 또 촬영 현장은 어떻게 돌아갔는지 모든 게 궁금하다.
=당사자인 우리도 궁금했다. 콘티를 준비해도 현장에서 어쩔 수 없이 수정해야 하는 경우도 있었고 돌발 상황에 늘 대비해야 했다. 감독님이 제일 바빴다. 알리를 사람 대하듯 컨트롤해가며 찍을 수가 없었으니까. 하다못해 나랑 알리 사이의 간격도 일정하게 맞출 수 있는 게 아니었으니까. 할리우드영화를 보면 주인공과 개가 나란히 길을 걷는 장면이 나오는데 볼 때는 아무것도 아닌 것 같지만 막상 현장에서 간격을 맞춰 걸어보니까, 어휴. (웃음)
-극중 태주는 동물을 극도로 싫어하는 결벽증을 지닌 남자로 나오는데 알리와 교감하면서 자연스레 변해간다. 평소 개나 고양이 등 반려동물들과 친하게 지내는 편이었나.
=<목격자>를 찍을 때는, 그 영화에도 개가 등장하는데 제대로 안지도 못했다. 태주와 비슷한 사람이었다. 지금은 그렇지 않다. 알리의 연기 지도를 해줬던 소장님과 함께 원반 던지기를 하면서 알리와 친해졌다. 특별한 노하우가 있었던 건 아니다. 맨날 같이 놀다보니 자연스레 친해졌다.
-화보 촬영하면서 큰소리 한번 내지 않고 모든 지시에 따르는 알리의 모습을 보니 예사로운 개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일반적인 개들과 다르다. 알리가 직접 거의 모든 장면을 연기했다. 보통 현장에는 개들이 문제가 생길 경우를 대비해서 대역을 몇 마리 준비하는데 알리는 혼자서 대부분의 연기를 소화했다. 딱 한 장면, 내가 알리를 들고 뛰어야 하는데 너무 무거워서 대역을 쓸 수밖에 없었던 것 빼고는. (웃음) 현장에 스탭들이 많으니 어떤 개는 긴장해서 소리도 지르고 날뛰기도 한다는데 알리는 그런 어려움은 없었다. 타고난 배우다.
-주인공 태주와 만식(배정남) 두 사람의 슬랩스틱 코미디도 중요한 웃음 포인트다. 배정남 배우와의 호흡을 딱 보니 <보안관>이 떠오르던데.
=나를 현장에서 늘 긴장시켰던 두 배우는 알리와 배정남이다. (웃음) 배정남의 연기는 수를 읽을 수가 없기 때문에 바짝 긴장해야 한다. 뭐랄까, 불사조 같은 연기라고 표현하고 싶다.
-촬영을 마친 김태윤 감독을 만나 영화에 관한 이야기를 들었을 때, CG 후반작업과 동물 목소리 더빙작업 때문에 두편의 영화를 찍는 기분이 든다는 말을 해줬다. 그 많은 동물이 모두 현장에 실사로 등장한 것은 아닐 텐데.
=실사영화임에도 많은 동물 CG 캐릭터가 등장한다. 그들을 연기하기 위해 현장에서 때로는 쫄티 입은 사람들이 왔다갔다하면서 모션 캡처 연기를 하기도 하고 염소는 녹색 종이인형으로 등장하기도 했다. 한번은 내가 사람 눈을 보고 연기하고 싶다고 이야기하기도 했으니까. (웃음) 후반작업 이후에 만들어진 영화를 볼 생각을 하니 묘한 기대감이 생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