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30년대 독일 드레스덴에서 태어난 쿠르트(톰 실링)는 나치 독일과 2차 세계대전을 겪으며 성장한다. 예술 학교에 입학한 그는 그곳에서 죽은 이모(자스키아 로젠달)와 같은 이름을 가진 엘리(폴라 비어)를 만나 사랑에 빠진다. 엘리의 아버지 제반트 교수(제바스티안 코흐)는 쿠르트를 탐탁지 않게 여긴다. 동독의 사회주의리얼리즘 사조에 답답함을 느끼던 쿠르트는 보다 자유로운 사회인 서독으로 거처를 옮긴다. 그리고 자신만의 그림을 그리기 시작한다.
작중 이름은 다르지만 독일의 대표적인 현대미술가 게르하르트 리히터의 삶을 바탕으로 했다. 영화의 드라마틱한 상황과 설정을 만드는 건 주로 제반트 교수 캐릭터인데, 역할을 맡은 배우 제바스티안 코흐는 폰 도너스마르크 감독의 아카데미 외국어영화상 수상작인 <타인의 삶>(2006)에 이어 인상 깊은 연기를 보여준다. 3시간이 넘는 긴 러닝타임이 지루하지 않을 만큼 몰입도가 좋으며, 현대미술 및 리히터의 작품세계에 대한 감독 나름의 시선도 흥미롭다. 다만, 현지 개봉 당시 비판받았던 가스실이나 드레스덴 폭격 등의 극적인 묘사는 다소 불편함을 남긴다. 요컨대 <게르하르트 리히터의 회화>(2011) 같은 접근법의 영화라기보단 20세기 독일의 역사적 흐름을 화가의 삶으로 그려낸 멜로드라마에 가깝다. 제75회 베니스국제영화제 경쟁부문 초청작이며, 제91회 아카데미 외국어영화상 후보에 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