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소정씨가 제2회 ‘독립영화비평상’ 오디오비주얼필름 크리틱 부문 수상자로 선정됐다. 독립영화비평상은 한국독립영화협회에서 발간하는 비평 전문지 <독립영화>가 주관하는 비평상으로, 올해 처음 오디오비주얼필름 크리틱 부문 수상자를 냈다. 강소정씨의 ‘홍상수의 카메라’는 사진과 카메라라는 소재를 통해 홍상수의 영화세계를 살피는 일종의 영상비평이다. <클레어의 카메라>를 중심으로 홍상수 감독의 14편의 영화에서 사진, 카메라, 카메라를 든 사람이 등장하는 장면을 모아 시각적 유사성을 보여주고 그것의 의미를 읽어내는 작업물이다. 글로써 영화를 분석하는 문서비평이 지배적인 환경에서 오디오비주얼필름 크리틱이라는 새로운 비평매체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 강소정씨를 만나 그것의 가능성에 대해 들었다.
-영화비평 응모는 처음인가.
=글을 써서 응모해본 적도 없고, 오디오비주얼필름 크리틱도 처음이다.
-오디오비주얼필름 크리틱이 생소한 사람도 많은데 쉽게 설명해준다면.
=문학비평은 문학과 같은 매체(글)로 비평을 하는 것이 가능하다. 마찬가지로 오디오비주얼필름 크리틱은 영화를 영화의 매체(오디오/비주얼)로 비평한다. 코멘터리가 아닌 인용의 방식으로 영화를 비평하고, 인용을 통해 드러나지 않았던 것을 드러내는 비평의 한 방식이다.
-오디오비주얼필름 크리틱이라는 새로운 비평의 형식에는 어떻게 관심을 가지게 되었나.
=인디다큐페스티발에서 오디오비주얼필름 크리틱 관련 포럼도 열고 상영도 했었다. 포럼을 직접 들은 건 아니지만 자연스럽게 오디오비주얼필름 크리틱이 있다는 걸 알게됐고, 지난해에 미디액트에서 관련 수업을 들었다. 이번 수상작은 미디액트 강의 수료작이다. 한때 영화를 만들고 싶었던 적이 있고 편집을 해본 적도 있어서 이러한 비평의 형식이 나와도 맞지 않을까 싶었다. 막상 해보니 글 쓰는 것보다는 덜 괴로운 것 같다. (웃음) 글은 퇴고하는 과정에서 내가 쓴 문장들을 돌아보며 부끄러운 생각이 드는데, 영상은 반복해서 보는 즐거움이 있더라.
-글이 아닌 영상에 익숙한 세대라서 그런가.
=그렇진 않다. 영화를 보기 시작한 것도 대학에 들어가서부터다. 영상은 시간의 흐름 속에 있기 때문에 시간을 원하는 대로 조절할 수 없으므로 유튜브를 보는 게 답답하게 느껴질 때도 있다. 유튜브를 기본 검색창으로 쓰는 지금의 청소년 세대는 확실히 영상에 익숙한 눈을 가지고 있을 테고, 그들이 어떤 문화를 만들어갈지 나 또한 궁금하다.
-문서비평과 비교했을 때 오디오비주얼필름 크리틱만의 재미와 매력은 무엇인가.
=사운드/이미지가 아니라 오디오/비주얼을 사용한 이 새로운 장르의 이름에 그 특성이 드러나 있다. 사운드/이미지에 어떤 간격이 들어갔을 때 오디오/비주얼이 된다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문서비평에서는 영화 속 장면을 복기할 때 주로 이야기의 맥락 속에 있는 이미지를 기술하는 반면, 오디오비주얼필름 크리틱은 원래 작품의 맥락에서 떨어져나와 속성이 제거된 시청각적 기호로서의 클립을 재료로 사용한다. 홍상수의 영화에서 사진이나 카메라가 등장하는 장면이 많은데, 오디오비주얼을 재료로 사용했을 때 새로운 것을 보게 되는 과정이 재미있었다. 예컨대, <클레어의 카메라>에서 클레어가 카페의 대형견을 불러와 사진을 찍는 장면을 글로 기술하면 ‘클레어는 만희가 해고되던 순간에 있던 개를 찾아 사진을 찍었다’가 될 것이다. 그런데 그 장면을 오디오비주얼로서 인용하면서 ‘클레어가 사진찍는 모습이 정면으로 보이는데 특이하게도 그녀는 두눈을 뜨고 사진을 찍는다’는 사실이 보였고, 그것이 또 다른 장면을 불러와 새로운 계열을 만들었다. 오디오비주얼의 특성은 이러한 자율성이고, 대사까지도 정보가 아니라 리듬과 톤을 가진 소리로 들을 수 있다.
-오디오비주얼필름 크리틱의 가능성을 확인하게 해준 작품, 이번 크리틱에 도움이 된 작품이 있다면.
=<Transformers: The Premake>로 유명한 비디오 에세이스트 케빈 B. 리는 이 분야에서 가장 활발하게 활동하는 비평가인 것 같다. 오즈 야스지로 영화에서 시각적으로 유사한 장면들을 3채널로 나란히 배치한 코고나다의 <Ozu//Passageways> 같은 작품도 재밌게 봤다. 미디액트 수업에서 최종 과제를 할 때도 처음에는 홍상수 영화에서 시각적 패턴의 유사성을 찾아내려고 했다. 그런데 클립들을 모으다 보니 시각적 유사성보다는 영화 속 상황이나 장면 구성이 주는 효과의 측면에서 유사성이 보였고, 설명을 위한 자막이 필요하게 되었다. 이 과정에서 특히 사진이 보이는 장면에서 이야기의 서술 바깥에 있는 배우의 얼굴을 언급한 부분은 가장 흥미롭게 본 마크 라파포트의 작품들과도 연관이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라파포트는 <진 세버그의 일기>나 <우리 시대의 스타> 등 여러 작품에서 다른 인물로 출연한 동일한 배우의 클립을 가져와 픽션과 현실을 연결하거나 새로운 픽션을 만들어낸다. 나 역시 영화 속 인물과 실제 배우의 관계에 관심이 있고, 그러한 주제로 차이밍량의 <서유>에 관한 학위 논문도 썼다.
-오디오비주얼필름 크리틱을 하기에 더 적합한 영화나 감독이 있다고 보나.
=만약 그런 영화가 있다면 우연성에 열려 있는 작업이나 무의식적 측면이 들어갈 여지가 있는 작품들이지 않을까. 홍상수야말로 우연적인 것을 많이 받아들이는 감독이라, 인용했을 때 자율성을 가질 여지가 많은 것 같다. 또한 오디오비주얼 크리틱의 대상은 영화에 국한되지 않고 시각예술 전반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나는 홍상수의 영화를 아우르는 하나의 주제를 가져와 오랜 작가론적 비평을 새로운 장르로 풀어냈다. 어찌 보면 이것은 소극적인 자율성이다. 한 작품이나 작가에 대한 비평뿐만 아니라 하나의 담론을 대상으로 할 수도 있을 것이다. 오디오비주얼 크리틱의 장점은 자유로움이 아닐까.
-한국예술종합학교에서 영상이론을 공부했고, CGV아트하우스 큐레이터, <오큘로> 온라인 콘텐츠 편집인으로도 활동 중이다. 영화의 곁을 계속 맴돌고 있는데, 궁극적으로 영화를 통해 하고 싶은 일은 무엇인가.
=모든 게 호기심으로 시작한 일인 것 같다. 오디오비주얼필름 크리틱 역시 운이 좋아 상까지 받게 됐는데, 국내에선 이런 비평의 장르가 이제 막 알려지기 시작한 것 같아서 사람들에게 비평의 새로운 채널로 더 다가갈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오디오비주얼필름크리틱이 기존의 비평에 대해 생각할 여지를 줄 수 있다고 본다. 무언가가 무언가를 완전히 대체하는 상황은 오지 않겠지만, 다시 말해 극장과 종이책은 여전히 존재하겠지만, 오디오비주얼필름 크리틱이 새로운 비평의 채널로 자리할 수 있다고 보고 그것이 보다 접근 가능한 것이 되도록 고민하고 노력할 생각이다.
* 강소정씨의 오디오비주얼필름 크리틱 <홍상수의 카메라>는 <씨네21> 공식 유튜브 채널에서 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