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타]
드라마 '반의반' 김성규·이하나 - 봄이 온다
2020-08-19
글 : 배동미
사진제공 무비락

어디서도 본 적 없는 조합이다. 김성규와 이하나는 <반의반>을 이끄는 또 다른 축으로, 이 작품에서 처음 만났다. 김성규가 연기한 인욱은 아름다운 선율을 연주하는 피아니스트다. 극악무도한 장첸 일당의 행동대장(<범죄도시>), 연쇄살인마(<악인전>), 총알 하나로 좀비를 고꾸라뜨리는 저격수(<킹덤>) 등 전작에서 그가 선보인 위태롭고 절박한 인물들을 떠올려보면 ‘피아니스트’ 김성규는 낯설다. “전작들과 다른 장르나 역할에 대한 갈망이 있었는데 마침 <반의반> 대본을 만났다. 가슴에 따뜻하게 스며드는 이야기가 정말 좋았다.” 그의 말대로 <반의반>은 김성규의 첫 멜로드라마 출연작이다. 몸이 먼저 움직이던 전작과 달리 몸보단 감정을 세심하게 표현해야 한다는 점에서 이번 작품은 그에게 도전이나 마찬가지였다. “액션은 움직임에 감정을 담아 에너지 있게 표현한다면, 멜로는 감정만을 섬세하게 표현한다는 점에서 다르다. 상대적으로 몸은 편하지만, 그렇다고 멜로연기가 쉽지만은 않았다.”

피아노 연주만큼은 누구에게도 지기 싫어하는 인욱을 준비하기 위해 김성규는 출연이 결정된 지난해 11월부터 피아노 연습에 매달렸다. 어린 시절 피아노를 배운 적 없었던 까닭에 그는 “촬영이 시작되기 직전까지 거의 매일 피아노 연습실에 갔다.” 오래 곁에 두는 것만으로도 그 존재에 익숙해진다고 믿었을까. “피아노와 친해지기 위해 레슨 시간 외에도 피아노 연습실에 머물며 대본을 읽었다.” 그건 피아니스트에 체화되기 위한 그만의 노력일 것이다.

“눈빛이 강인한 배우”라는 이하나의 평가와 달리 그는 의외의 매력을 갖춘 사람이다. 다디단 과자와 고양이를 좋아하는 부드러운 면모가 이번 드라마에서 드러날 것 같다. “카페에 가면 무조건 브라우니를 먹는다. 최근에는 마카롱에 눈을 떴다. <범죄도시> 때 입양해온 고양이 ‘드니’ 와 3년째 함께하고 있고, 최근에는 또 다른 고양이 ‘라방’을 보호소에서 데려왔다. 고양이들의 이름은 좋아하는 프랑스 배우에게서 따왔다.” 그러니까 우리가 이제껏 지켜봤던 범죄영화 속 김성규는 진짜 김성규가 아니었던 셈이다.

이처럼 김성규가 이미지 반전을 시도한다면, 이하나는 팬들이 그리워하는 로맨틱코미디나 멜로드라마 속 여성으로 되돌아왔다. 그가 맡은 순호는 식물을 가꾸는 가드너다. 자신의 할머니로부터 후원을 받아 성장한 하원(정해인)을 “삼촌”이라고 부르며 하원의 짝사랑 인생에 훈수를 둔다. 그리고 인욱에게 도움의 손길을 내민다. 이하나가 처음 시나리오를 읽었을 때 순호는 “입바른 소리를 잘하고, 남의 눈치를 보지 않고 ‘돌직구’도 잘 날리는 캐릭터”로 다가왔다. 그런 성격은 짝사랑에 눈이 먼 캐릭터들 사이에서 숨통을 틔우고, 사람들의 관계를 회복시킬 것으로 짐작된다.

그가 이 드라마에 참여한 건 순호만큼이나 영화 <유열의 음악앨범> 의 각본을 쓴 이숙연 작가에 대한 신뢰도 한몫했다. “우리가 딱 한번 만날 수 있다면, 우리는 어떤 이야기를 하게 될까 하고 늘 생각했다”라는 하원의 대사를 노래하듯 내뱉을 만큼 <반의반> 대본에 깊은 애정을 드러냈다. “어렴풋하게 느꼈던 감정들이 대사에 그대로 옮겨져있어 신기했다.” 그러다보니 “경찰복을 입고 치열하게 시간을 다투는 전작 <보이스>를 작업할 때와 달리 이 드라마 촬영 현장은 봄을 먼저 만끽하는 기분”이라고 한다. <보이스>에서 그는 무게감 있는 경찰로 변신해 좋은 반응을 얻은 바 있다. 당시 선한 눈빛을 바꾸기 위해 따로 복싱을 배웠던 그가 “배려가 스며들어 있는 대사들”이 넘치는 <반의반>에 마음을 뺏긴 건 이해할 만하다. “빠르지 않은 템포로 잔잔하게 스며드는 봄 드라마”(김성규)의 계절이 오고 있다.

사진제공 무비락

“전작들과 다른 장르나 역할에 대한 갈망이 있었는데 마침 <반의반> 대본을 만났다. 가슴에 따뜻하게 스며드는 이야기가 정말 좋았다.”

사진제공 무비락

“어렴풋하게 느꼈던 감정들이 대사에 그대로 옮겨져 있어 신기했다. 그러다보니 경찰복을 입고 치열하게 시간을 다투는 전작 <보이스>를 작업할 때와 달리 이 드라마 촬영 현장은 봄을 먼저 만끽하는 기분이다.”

사진 제공 무비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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