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2]
올해의 히든픽처스, 8월까지 올레 tv ‘아트무비 살롱’에서 독점 무료 서비스
2020-04-28
글 : 이주현
숨은 명작과 함께 영화로운 나날을

영화진흥위원회와 <씨네21>이 함께하는 독립예술영화 온라인 유통지원사업 히든픽처스. 극장에서 놓친 좋은 작품을 발굴하고 온라인 미출시작의 유통과 마케팅을 지원해 다양한 독립예술영화가 디지털 플랫폼에서 많은 관객을 만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사업이다. 올해 히든픽처스로 선정된 영화 50편은 4월부터 8월까지 올레 tv ‘아트무비 살롱’에서 독점 무료 서비스된다(편당 30일 무료, 4월 예외). 4월 16일 론칭한 아트무비 살롱은 KT가 ‘제2의 봉준호 감독 작품을 만나다!’라는 캐치프레이즈를 내걸고 준비한 독립영화 활성화 프로그램으로, 매달 주제를 선정해 히든픽처스 작품뿐만 아니라 여러 독립영화들을 함께 편성한다. 4월의 주제는 ‘사랑의 추억’으로, 히든픽처스 선정작 <환상속의 그대> <영화로운 나날> 이상 2편을 4월 16일부터 30일까지 무료로 볼 수 있다(올레 tv 홈▶영화/시리즈▶오늘은뭘볼까?▶아트무비살롱에서 시청 가능). <씨네21>은 매달 주제별 히든픽처스 작품을 안내할 예정이며, 4월의 히든픽처스로 <환상속의 그대>와 <영화로운 나날>을 소개한다.

환상속의 그대

감독 강진아 / 출연 한예리, 이희준, 이영진 / 제작연도 2012년

<환상속의 그대>는 단편영화 <네 쌍둥이 자살> <백년해로외전> <구천리 마을잔치> 등으로 주목받은 강진아 감독의 데뷔작으로, 제9회 미쟝센단편영화제 사랑에 관한 짧은 필름 부문 최우수작품상을 수상한 <백년해로외전>을 장편으로 발전시킨 영화다. 사별한 연인 혁근과 차경의 이야기에 집중한 단편과 달리 <환상속의 그대>는 기옥이라는 인물을 더해 삼각관계를 형성한다. 차경(한예리)은 친구 기옥(이영진)의 자전거를 빌려 타고 밤중에 남자친구 혁근(이희준)의 집에 가다가 교통사고로 사망한다. 어느 날 갑자기 사랑하는 연인과 사랑하는 친구를 잃어버린 두 사람은 쉽게 일상으로 복귀하지 못한다. 기옥은 자신이 빌려준 자전거의 브레이크가 고장 나 있었다는 사실에 죄책감을 느끼고, 혁근은 차경의 환청과 환상에서 헤맨다. 차경의 기일에 만나 어쩌다 섹스를 한 뒤로 두 사람의 관계는 더욱 뒤틀려버리고, 서로를 원망하거나 회피하거나 공격하는 일이 반복된다. 그러는 사이 차경은 ‘환상 속의 그대’가 되어 불쑥불쑥 이들의 삶에 끼어든다.

<환상속의 그대>는 죽음이라는 무거운 주제를 이야기하는 멜로영화지만 과거와 현재, 현실과 환상을 매끄럽게 넘나드는 차경의 존재 덕에 기묘한 판타지 멜로의 무드를 띤다. 감당이 불가능한 감정을 쏟아내고 육탄전을 벌이는 인물들을 이성적으로 이해하려는 시도는 무의미하며, 감정 과잉 상태의 캐릭터를 통해 도리어 이해와 용서와 극복에 이르는 과정이 얼마나 험난한지를 깨닫게된다. 신인 시절 한예리와 이희준의 연기를 볼 수 있는 작품이기도 한데, 이들이 얼마나 떡잎부터 남다른 배우였는지 확인하는 재미도 쏠쏠하다.

영화로운 나날

감독 이상덕 / 출연 조현철, 김아현, 서영화, 전석호, 공민정, 이태경, 문혜인 / 제작연도 2019년

<여자들>(2016)을 만든 이상덕 감독의 두 번째 영화 <영화로운 나날>은 가난한 배우 영화(조현철)가 연인 아현(김아현)과 다투고 난 뒤 집을 나와 겪게 되는 한나절의 이야기를 그린다. 소박하고 예쁘게 서로의 생활을 공유하며 살아가는 커플 영화와 아현의 연애 이야기로 영화는 시작된다. 함께 밥을 먹고 이야기 나누는 것만으로도 행복하던 두 사람은 이내 상대방이 자신에게 소홀한 것 같고 자신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만 같아 감정이 상한다. 아현은 영화에게 말한다. 연기에 대해 생각하는 것만큼 내 생각을 해본 적 있냐고. 그렇게 옷도 제대로 갖춰입지 못하고 쫓겨난 영화는 길에서 뜻밖의 사람들을 만난다. 오랜만에 만난 선배 배우 석호(전석호)는 영화에게 난감한 부탁을 들어달라 떼쓰고, 버스에서 만난 누나 혜옥(서영화)은 친척 할머니의 장례식에 함께 가자 하고, 장례식에서 돌아오는 길엔 영화 촬영 중인 감독(공민정)과 출연배우 태경(이태경)을 만난다. 그 과정에서 사람들은 영화를 종종 다른 사람으로 착각한다.

<영화로운 나날>이란 제목처럼, 영화는 주인공 영화가 겪게 되는 영화적 일탈의 순간에 다정한 눈길을 보낸다. 일상에 틈입한 우연, 그것이 변화를 만들어낸다. 일상의 우연은 정지해 있던 것을 움직이게 만들고, 인지하지 못하고 살았던 자전과 공전을 일깨운다. 영화와 아현이 천문대에서 함께 별자리를 보며 나눈 대화처럼 어쩌면 우리의 삶은 ‘그대로인데 계속 움직이는 것’일지도 모른다. 조현철과 김아현을 비롯해 전석호, 서영화, 공민정, 이태경, 문혜인 등 영화에 등장하는 모든 배우가 분량과 상관없이 적재적소의 연기를 선보이며 흐뭇한 웃음을 안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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