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안녕, 미누' 한국 노래를 유창하고 구슬프게 불렀던 네팔 남자 미노드 목탄에 관한 기록
2020-05-26
글 : 김소미

<안녕, 미누>는 한국 이름 ‘미누’로 살면서, 한국 노래를 유창하고 구슬프게 불렀던 네팔 남자 미노드 목탄에 관한 기록이다. 미누는 1992년 20살에 한국에 와 청년기 내내 식당과 공장을 오가며 노동했고, 일하지 않을 땐 밴드 보컬로 활동했다. 그러나 11년 전, 정부는 미등록 이주노동자인 미누를 강제추방했고 그는 고국으로 돌아가야만 했다. <안녕, 미누>는 38살에 네팔로 돌아가 고향에서도 경계인의 삶을 살아야 했던 미누의 고독을 지켜본다. <목포의 눈물>을 즐겨 불렀던 미누를 위해 한국의 밴드 멤버들이 어렵게 네팔로 건너가 함께 1천석 규모의 공연을 여는 등 극영화만큼 드라마틱한 순간들도 이따금 등장한다. 그의 밴드 ‘스탑 크랙다운’은 이주노동자 강제추방을 반대하는 농성장에서 결성된 한국 최초의 다국적 밴드다. 그들은 영화에서 기계에 잘려나간 노동자들의 손을 상징하는 빨간 목장갑을 끼고, <단속을 멈춰라> <손무덤> 등을 부른다.

지혜원 감독의 두 번째 다큐멘터리로 제10회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 개막작에 선정돼 호평받았다. 미국 트럼프 정권의 반이민자 정책을 지켜보며 추방자들의 삶에 관심을 갖게 된 감독이 1세대 이주노동자이자 인권운동가였던 미노드 목탄과 협업하면서 성사된 영화다. 미노드 목탄은 영화가 완성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돌연사로 세상을 떠났다. 감독은 인도에서 일반인 합창단을 꾸린 김재창 성악가를 다룬 전작 <바나나쏭의 기적>(2018)과 마찬가지로, 개인의 삶에 깃든 소소한 희로애락을 응시하며 주제를 도출해낸다. 인물의 아픔을 헤집지 않으면서도 이주노동자의 인권, 다문화가족문제의 폐부를 찌르는 면밀한 시선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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