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제]
제8회 서울구로국제어린이영화제 즐기는 법 베스트3
2020-06-25
글 : 씨네21 취재팀
코로나19에 대처하는 슬기로운 영화제 생활편

매년 봄의 한가운데서 어린이들에게 추억을 선사하던 서울구로국제어린이영화제가 올해는 여름의 시작과 함께 찾아온다. 코로나19에 대비해 ‘무엇보다 어린이들의 안전이 최우선’이라는 김한기 집행위원장의 판단에 따라 대책을 마련한 것이다. 해마다 구로구 일대를 수놓던 축제의 풍경은 보기 힘들겠지만 올해는 다른 모양의 영화제로 찾아온다고 하니 더욱 기대가 된다. 이에 <씨네21>은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대비한 제8회 서울구로국제어린이영화제를 소개하고자 한다.

우리는 모두 어린이다

제8회 서울구로국제어린이영화제(이하 어린이영화제)가 달라진 부분이 있다면 영화제를 즐길 수 있는 연령대가 넓어졌다는 것이다. 기존의 주타깃이었던 어린이와 가족 관객을 넘어 20, 30대를 포함한 전 연령층이 어린이영화제의 타깃층이 되었다. 이에 내건 캐치프레이즈가 바로 ‘우리는 모두 어린이다’. 이미 훌쩍 커버린 어른이어도 우리 모두는 어린이였던 시절이 있기 때문이다. 어린 시절의 추억을 하나쯤 가지고 있다면, 혹은 아직까지 어린 날의 동심을 지키고 있다면 우리 모두가 어린이영화제의 주인공이 될 수 있다. “우리 영화제를 통해 아이들은 세상을 발견하고, 어른들은 더 나은 미래를 꿈꾸길 바란다”는 박일아 프로그래머의 말처럼 어린이영화제는 모두가 함께 즐길 수 있는 건강한 콘텐츠를 발굴하고, 다음 세대를 위한 다양한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시도를 이어오고 있다.

그 대표적인 시도가 바로 올해 신설된 ‘어른들을 부탁해’ 섹션. 해당 섹션은 어린이 및 가족 관객을 대상으로 하는 기존의 상영작 이외에 후속 세대에 관심이 있는 어른 세대를 위한 작품들로 구성되어 있다. <박강아름 결혼하다> <남매의 여름밤> <어린 의뢰인> 등 장편 4편과 단편 6편으로 완성된 프로그램 라인업을 통해 과연 ‘동년배 어른들’의 어떤 고민거리가 공유될지 기대된다.

새 단장한 섹션, 41개국 200여편으로 돌아온다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영화제 개최까지는 어려움이 있었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올해의 어린이영화제 출품 규모는 ‘역대급’이었다. 제8회 영화제에 108개국에서 1886편이 출품되었고 그중 41개국 200편 내외의 작품이 본선에 올라 영화제 기간 중 상영된다. 출품된 작품 모두 참신하고 기발한 소재들이 많아 본선 진출작을 선정하는 데 프로그래머들이 적잖이 애를 먹었다는 후문이다. 또 한 가지 주목할 점은 어린이영화제의 꽃이라고 할 수 있는 전세계의 단편영화가 새로운 섹션에서 소개된다는 것이다. 단편들을 모은 ‘구키프 단편 경쟁부문’엔 참신한 시도가 돋보이는 작품부터 동시대의 문제의식을 기록한 작품들까지 다양한 장르와 스타일을 지닌 150편의 단편들이 출품되었다. 이에 주제에 따라 ‘아이-씨네,’ ‘와우-씨네’, ‘하트-씨네’,‘넥스트-씨네’ 등의 섹션을 신설해 작품들을 프로그래밍했다. ‘아이-씨네’섹션은 개인의 내면에 집중하는 영화로 자아, 꿈, 행복, 모험, 성장, 성평등이 주요 키워드다. ‘와우-씨네’는 기발하고 톡톡 튀는 상상력으로 아이들에게 새로운 시각을 제공한 작품들이, ‘하트-씨네’에는 가족, 친구, 동물, 자연 등과 교감하며 겪는 변화에 초점을 맞춘 작품들이 선정되었다. 마지막으로, ‘넥스트-씨네’ 섹션에는 환경보호, 디지털 문화, 미래산업 등 아이들이 마주할 세상에 대한 이야기들로 구성된다.

한편, 어린이영화제 정체성의 시작이라 할 수 있는 어린이 영화감독들이 제작한 영화들도 상영작 라인업에 이름을 올렸다. 지난해 12월부터 공모를 시작한 ‘키즈무비 부문’에는 중학생 이하의 학생들이 제작한 작품이 영화제 기간에 공식 상영된다. 특히 키즈무비는 초중학생 심사위원단이 직접 심사한 12편의 작품들로 선정되어 세상을 바라보는 어린이들의 기발한 시선을 엿볼 수 있다.

코로나19에 대처하는 방법

코로나19로 칸국제영화제가 사실상 개최 취소를 선언하고 국내외 주요 영화제들도 개최 일정을 변경하거나 취소했다. 어린이영화제도 상황은 다르지 않았다. 더욱이 어린이들이 대상인 만큼 코로나19 이슈에 더욱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었다. 개막 일정을 5월에서 7월로 옮기며 사태가 진정되길 기다렸지만 상황은 좀처럼 회복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이에 영화제 전반을 코로나19에 대비해 운영하기로 결정했다.

Chapter1. 구키프 Online

영화제의 모든 오프라인 행사를 정상 운영하기에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이런 상황 속에서 온라인은 실낱같은 희망이 된다. 어린이영화제는 행사 일부를 온라인으로 전환하며 코로나19에 대처하기로 했다.그 첫 시작은 바로 개막식. 개막식 전반을 외부 게스트 초청 없이 온라인으로만 진행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사전녹화 형식으로 제작된 개막식 영상은 7월 2일 어린이영화제 공식 유튜브를 통해 공개된다. 영화제 홍보대사인 구키프렌즈의 아역배우 오아린양의 깜찍한 인사말로 시작될 개막식은 조직위원장의 개막 선언에 뒤이어 집행위원장의 인사말, 그리고 세계 각지의 어린이영화제에서 보내온 축하 인사까지 준비되어 있다.

이외에도 어린이영화 장르의 관계자를 초청해 해당 장르에 대한 논의를 이어가는 ‘구키프톡Talk’ 프로그램이 영화제 동안 4회에 걸쳐 유튜브를 통해 공개될 예정이다. 또 상영작 관람 후 등장인물들에게 편지를 써보는 ‘무비레터’ 이벤트가 온라인으로 진행된다. 영화제 관계자는 무비레터 참가자에게 별도의 심사를 통해 소정의 상품을 제공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Chapter2. 특별한 상영관

영화제의 분위기를 온전히 느낄 수 있는 곳은 상영관이다. 그러나 많은 영화관이 코로나19에 직격타를 맞고 있는 만큼 상영관 운용에도 변화를 줄 수밖에 없다. 당초 어린이영화제는 사회적 거리두기를 고려하여 좌석간 거리를 두어 상영관을 운영하겠다고 결정한 바 있다. 그러나 이로 인해 상영관에 입장할 수 있는 문도 좁아졌고, 또 매 시간 소독 및 방역을 진행한다고 해도 불안감은 쉬이 가시질 않을 것이다. 이에 영화제가 내놓은 또 다른 방안은 온라인 상영관. 특별히 영화제 기간 동안 공식 홈페이지에서 해외 단편작들을 관람할 수 있는 온라인 상영관이 오픈된다. 뿐만 아니라 온 가족이 색다른 추억을 쌓을 수 있는 자동차극장이 영화제 기간인 7월 4일 구로구의 안양천 오금교 일대에서 운영된다. 제8회 영화제의 공식 상영작이자 구키프 초이스: 한국장편 부문 <오목소녀>가 자동차극장에서 상영될 예정이다. 본 영화제는 전 연령대를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모두가 즐길 수 있는 작품으로 선정된 것이다. 온라인 상영관과 자동차극장 모두 무료로 운영된다고 하니 서두르는 것이 좋을 듯하다.

Chapter3. 구로에 뜬 ★

어린이영화제에는 비단 영화를 보는 즐거움만 있는 게 아니다. 어린이영화제를 보는 또 다른 즐거움은 바로 영화제 현장을 찾는 수많은 ‘별’들이다. 그러나 기존 영화제와 달리 어린이영화제를 방문하는 스타, 즉 영화인들은 비단 유명한 배우들만이 아니다. 어린이영화에 관심이 있거나 어린이를 사랑하는 이들이라면 누구나 어린이영화제의 주인공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가장 대표적인 이들이 바로 어린이 시네필이다. 매년 아역배우와 어린이 감독, 학생 심사위원들이 어린이영화제에 참석해 자리를 빛내주고 있다. 폐막식에서는 중학생 이하의 어린이들이 제작하고 심사를 진행한 ‘키즈무비’에 대한 시상식을 진행한다. 올해는 특별히 지난해 전세계를 ‘패러사이트’ 열풍으로 휩쓴 <기생충> 제작사 바른손이앤에이의 곽신애 대표가 ‘키즈무비’ 부문 시상자로 나선다. 영화제 관계자는 “올해 우리 영화제에 출품한 대부분의 어린 학생들은 미래의 봉준호를 꿈꾼다고 밝힌다. 그만큼 <기생충>이 영화계에 의미하는 바가 크다. 곽신애 대표가 직접 상을 수상한다는 것만으로도 아이들이 미래의 영화인으로 성장하는 데 큰 힘이 될것”이라고 밝혔다.

올해 신설된 토크 프로그램인 ‘구키프톡Talk’에도 또 다른 ‘별’이 등장한다. 가족영화와 어린이영화 장르에서 독자적인 세계관을 구축하고 있는 윤가은 감독과 영화 <우리집>의 김나연·안지호 배우다.‘구키프톡Talk’을 통해 <우리집> 제작기부터 어린이영화제의 근본적 질문인 ‘어린이영화란 무엇인가’까지 폭넓은 이야기를 나눌 예정이다. 비록 코로나19로 화려하고 웅장한 행사는 어렵게 되었지만 영화제에 다양한 방법으로 찾아올 ‘별’들이 있기 때문에 꽤나 알찬 영화제가 되리라 생각된다. 무엇보다 영화제를 가장 빛낼 관객까지 있다면 어린이영화제는 그 어느 때보다 빛나는 영화제가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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