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임>(1980), <미드나잇 익스프레스>(1978)로 오스카상 후보에 두번이나 오른 카멜레온” 앨런 파커 감독이 지난 7월 31일(현지시각) 런던에서 76살로 세상을 떠났다. 아카데미측이 트위터를 통해 남긴 추모의 글처럼 앨런 파커는 뮤지컬부터 사회비판적인 영화까지 장르와 스타일에 얽매이지 않고 뛰어난 감각과 통찰력을 선보인 “위대한 영화감독”(배우 존 쿠색)이었다. “위대한 이야기꾼이자 대중이 무엇을 원하는 지를 아는”(영화평론가 피터 브래드쇼) 앨런 파커의 죽음에 영화계는 일제히 애도를 표했다. <미드나잇 익스프레스>를 함께 제작했던 데이비드 퍼트넘은 “언제나 그의 재능에 감탄했다”며 고인을 그리워했고, <에비타>(1996)의 음악을 작곡한 앤드루 로이드 웨버는 “뮤지컬을 스크린에 제대로 옮길 줄 알았던 몇 안되는 감독”이라며 그를 추모했다.
1944년 런던 이즐링턴에서 태어난 앨런 파커는 광고 카피라이터로 경력을 시작한 뒤 1976년 뮤지컬영화 <벅시 말론>으로 영화에 발을 디뎠다. 이후 할리우드에 진출한 그는 터키에서 억울하게 옥살이를 한 미국 청년의 실화를 바탕으로 <미드나잇 익스프레스>를 만들어 1979년 아카데미 감독상 후보에 올랐다. 앨런 파커는 특히 스타를 꿈꾸는 청춘들의 이야기를 다룬 <페임>, 에바 페론의 극적인 삶을 그린 <에비타> 등 뮤지컬영화에서 빼어난 재능을 선보였다. 하지만 장르에 얽매이지 않고 시대가 요구하는 영화들을 쉼 없이 연출했으며 이윽고 베트남전 참전 군인의 우정을 그린 <버디>(1984)로 제38회 칸국제영화제 심사위원대상을 거머쥐었다. 수상 실적이 영화의 가치를 증명하는 건 아니지만 삶의 궤적을 압축적으로 설명하기엔 모자람이 없다. 영국 아카데미상을 7번 수상하고, 2002년 기사 작위는 물론 2013년 평생 공로를 인정받아 협회상까지 받은 앨런 파커의 족적은 영화사에서 한장을 당당히 차지한 채 영원히 기억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