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2]
실사영화로 만들어진 디즈니의 '뮬란', 원작과 차별화된 점이 논란 일으키며 미국 개봉
2020-09-15
글 : 안현진 (LA 통신원)
디즈니의 선택은 옳았을까?
사진제공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1500년 전 탄생한 용감한 여전사 뮬란이 다시 깨어난다. 1998년 개봉한 디즈니 애니메이션 영화 <뮬란>을 실사화한 것으로 유명한 영화 <뮬란>(9월 17일 개봉)은 사실 그보다 한참 전인 중국의 위진남북조시대의 유명한 민가인 <목란가>를 바탕으로 했다. 아버지를 대신해 전장에 나간 목란화는 자신의 운명을 누군가에게 의탁하지 않고 스스로 목숨을 바쳐 나라와 가족의 명예를 위해 싸우는 강인한 여성이다. 영화 <뮬란>은 음악과함께 동양 문화를 서양에 소개했던 애니메이션에서 한발 더 나아가 젊은 여성이 이미 내재한 스스로의 힘을 깨닫고 자신의 위치를 찾아가는 여정을 장대하게 그렸다. 지난 3월 9일 LA, <뮬란> 프리미어 현장에서 공개된 영화를 보고 정리한 관전 포인트와 함께 LA 현장에서 만난 니키 카로 감독과 배우 이연걸, 견자단이 들려준 <뮬란>의 대서사시를 소개한다. 이제 광활한 대지를 무대로 말을 타고 창을 휘두르는 전사 뮬란을 스크린으로목도할 시간이다.

디즈니 애니메이션의 실사화 프로젝트에서 <뮬란>(2020)은 <말레피센트>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와 한데 묶어야 할 것 같다. 원작 애니메이션과 굳이 달라지기 위해 다양한 요소에 변화를 주었기 때문이다. 이 차별화의 요소들은 1998년 개봉한 애니메이션 <뮬란>이 20년 넘게 대중에게 사랑받은 이유와 일부는 겹치기도 해서 <뮬란>의 실사화가 진행됨에 따라 애니메이션 팬들은 우려와 반감을 드러냈고, 디즈니는 그때마다 해명하기에 급급했다.

실사화된 <뮬란>은 애니메이션의 뮤지컬적 요소와 가족영화로서 품고 있던 코미디적 요소를 과감히 포기했다. 그 유명한 주제곡 <Reflection>도 가사 없이 오케스트라 버전으로 웅장하게 울려 퍼지는 게 전부라 가사 “Who is that girl I see”를 싱어롱할 수 있는 순간은 엔딩 크레딧이 올라갈 때나 가능하다. 뮬란과 부대원들과의 우정과 협동도 영화에서는 전사의 운명을 짊어진 소녀에게 집중하기 위해 축소됐다. 뮬란과 러브라인을 형성했던 리샹 캐릭터는 시대적으로 정치적으로 불편하지 않은 관계를 만들기위해 텅 장군(견자단)과 홍휘(요손 안) 두 캐릭터로 나뉘어졌다. 애니메이션에서 배우 에디 머피가 목소리 연기하면서 코믹하게 그려졌던 용 ‘무슈’는 드라마의 진정성을 해칠 것을 우려해 뮬란의 영적 수호자인 봉황으로 대체됐다.

사진제공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애니메이션에서 사랑받았던 부분들이 실사영화에서 변경되거나 삭제된 이유는 <뮬란>의 가장 큰 관객 시장인 중국의 반응을 고려한 결과다. 니키 카로 감독은 리안 등 초기에 물망에 올랐던 여러 감독들을 제치고 자신이 <뮬란>의 감독으로 선택된 이유를 “디즈니의 문화와 중국 문화 사이의 밸런스를 맞출 수 있기 때문”이라고 답하기도 했는데, 그 대답에서도 중국 문화를 이전보다 더욱 이해하고 배려함으로써 중국 관객에게 한층 더 어필하려는 디즈니의 노력을 읽을 수 있다. 이를테면 사이드킥 캐릭터인 무슈가 우아하고 영적인 존재로 대체된 이유는 중국 문화에서 중시되는 용을 희화화한 캐릭터가 과거 중국 관객에게 반감을 얻었기 때문이다. 또 스스로 긴 머리칼을 자르는 상징적인 장면 대신 전장에서 장발을 풀어헤치는 뮬란을 포스터에 등장시킨 까닭은 머리카락을 자르는 행동이 결단력을 드러내기보다는 오히려 여성성을 드러내기 때문에 이야기의 흐름을 저해했다는 리뷰를 충분히 반영한 결과물로보인다. 카로 감독은 영화 <뮬란>의 뿌리는 중국 민화 <목란사>라고 밝혔는데, 영화는 1500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다양하게 변주되어온 민화가 가진 유연성을 변화의 근거로 삼았다. 뮬란이 대적하는 악당이 훈족 샨유에서 유연족 보리 칸으로 바뀐 것, 보리 칸 옆에 새로운 캐릭터 마녀 시아니앙(공리)을 더해 극단적으로는 남과 여, 뮬란과 세상으로 대치되던 불균형을 깨뜨린 것도 멀리서 보면 시대적인 흐름을 거스르지 않으려는 디즈니의 안전성 지향으로 볼 수 있겠다.

사진제공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한편 <뮬란>에는 마녀 역의 공리 외에도 황제 역에 이연걸, 뮬란의 지휘관인 텅 장군 역에 견자단 같은 레전드급 중화권 배우들이 총출동하는데, “디즈니가 만드는 중국 문화를 알리는 이야기”에 출연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고 견자단과 이연걸은 한목소리로 출연 의사를 밝혔다. 두 배우 모두 딸들이 애니메이션 <뮬란>의 팬이어서 자신들이 영화에 출연하기를 졸랐다는 에피소드까지 같았다. 영화를 보면 이들은 조연으로만 머문다. 화려한 무술이나 익살맞은 입담은 감추고 뮬란을 드러내주는 배경으로 충분히 활약한다. 자칫 신스틸러가 될 수 있는 두 배우에게 “그 어떤 것도 드러내지 않는 익숙한 모습”을 연기해달라고 특별히 부탁했다는 니키 카로의 디렉션에 충실히 따른 결과다.

사진제공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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