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조용한 사무실에서 연쇄적으로 퍼져나가는 기자들의 한숨 소리를 들으며 이 글을 쓰고 있다. 코로나19 라는 초유의 상황으로 인해 올해 부산국제영화제는 프레스 배지를 발급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화제작의 경우 별도의 온라인 언론 시사를 진행하지 않는 작품이 많아 기자들도 영화를 보려면 관객과 예매 전쟁을 치러야 하는데, 오늘(10월 15일)이 바로 그날이다. 영화당 1회 상영을 원칙으로 하기에 예매가 쉽지 않을 거라 예상은 했지만 1분도 채 지나지 않아 ‘해당 상영작은 매진되었습니다’라는 문구와 마주하고 나니 허탈감이 앞선다. 다년간의 굿즈 구매 경험으로 가장 수월하게 예매에 성공할 거라 짐작했던 김현수 뉴미디어팀 팀장이 ‘그동안 너무 안일하게 살았다’고 가슴을 치며 반성하는 한편, 온라인과 가장 거리가 먼 송경원 기자가 예매 경쟁이 가장 치열했던 작품 중 하나인 픽사의 신작 <소울> 예매에 성공하는 등 <씨네21> 기자들 사이에서도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예년과는 사뭇 다를 영화제 취재에 대한 경험은 향후 지면을 통해 보다 자세히 다룰 예정이다. 안타까운 소식도 있다. 매년 부산국제영화제 곳곳에서 만날 수 있었던 공식 데일리를 올해는 발행하지 않는다. 종종 품절 사태를 빚을 만큼 <씨네21>이 제작하는 데일리를 애정하는 독자/관객 분들이 많았던 터라 아쉬움이 더하다. 지면으로 접하는 영화제 소식이 그리운 분들이라면 부산국제영화제 추천작과 경향을 소개한 <씨네21> 1275호와 10월 넷쨋주 주말 발행될 1278호, 1279호를 통해 만나보길 바란다.
오프라인을 통해 영화와 마주하는 방식에 제약이 늘어난다는 건 번거로움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굳이 영화제를 예로 들 필요도 없이 지난 한달간 김성훈, 임수연 기자가 취재한 극장의 위기는 생각보다 심각했다. 추석 연휴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한 영화 <담보>가 연휴 닷새 동안 동원한 관객수는 75만여명으로, 평소 추석 대목 이틀이면 불러모을 수 있는 관객수에 불과했다. 문제는 한국 영화산업의 극장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다는 것이다. 지난 5월 영화진흥위원회는 ‘코로나19 충격: 한국 영화산업 현황과 전망’이라는 보고서를 발표했는데, 연말까지 극장 매출이 60~70% 감소할 시 2만명 이상의 영화산업과 인근 산업 종사자들의 고용 불안을 야기할 것으로 전망했고 이러한 시나리오는 10월 중순에 접어든 지금 점차 현실이 되어가고 있다. 이번호 특집 기사에 따르면 극장 매출의 급감으로 인해 2021년 이후 한국영화 라인업에 대한 투자는 일단 멈춘 상황이라고 하니, 극장의 위기는 곧 영화 콘텐츠의 감소로 이어질 수도 있을 것이다. 오프라인을 기반으로 한 한국 영화산업의 복잡한 수익 구조를 하루아침에 바꿀 수 없는 만큼, 더 큰 위기 상황이 오기 전에 다양한 영화 주체가 머리를 맞대고 정부의 지원을 촉구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극장의 위기에 대한 후속 보도는 앞으로도 이어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