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각사각, 손으로 몇번 움켜잡는 듯한데 장의사 성길(안성기)의 손에는 어느새 완성된 종이꽃이 놓여 있다. 누군가의 죽음을 애도하는 손길이 이렇게나 섬세하고 정갈하다. 영화 <종이꽃>은 장의사 성길과 불의의 사고로 하반신이 마비된 아들 지혁(김혜성), 어둡기만 한 이들의 일상에 온기를 불어넣는 간병인 은숙(유진)의 관계를 다룬다.
<종이꽃>은 지난해 부산국제영화제에 초청된 후 제53회 휴스턴국제영화제에서 백금상과 한국 배우 최초로 남우주연상을 수상하는 등, 정식 개봉 전부터 국내외에서 좋은 소식을 접한 작품이다. 수상의 영예를 안은 안성기 배우는 1천여장에 가까운 종이를 접으며 성길의 능숙한 작업 방식을 익혔고, 김혜성 배우는 제한된 움직임 속에서 지혁의 요동치는 감정선을 집요하게 잡아냈다. 유진 배우는 은숙의 현재와 과거에 명확한 대비를 주면서도 자신의 밝은 에너지를 녹여 긍정적인 은숙 캐릭터를 완성시켰다. 이번 <씨네21>과의 인터뷰에 안성기 배우는 사정상 아쉽게 참여하지 못했지만, 오랜만에 스크린으로 돌아온 유진, 김혜성 배우와 함께 <종이꽃>에 관해 긴 이야기를 나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