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1]
지금의 중국 드라마와 영화 트렌드를 파악할 수 있는 작품 BEST10 ①
2020-11-16
글 : 배동미
글 : 김철홍 (평론가)
글 : 오진우 (평론가)
빠르게 변한다, 앞서기 시작한다

최근 중국 영상 콘텐츠의 흐름을 한눈에 살펴볼 수 있는 작품 10편을 엄선했다. 영화와 드라마, OTT 오리지널 시리즈 등 다양한 포맷에서 성취를 거뒀으며, 절반 이상이 올해 공개된 작품들이다. 10편 모두 국내에 서비스되는 작품으로, 각 플랫폼에서 한글 자막과 함께 편하게 볼 수 있으니 안심하고 즐길 것.

<은비적각락> 隱秘的角落

감독 신솽 / 출연 룽쯔산, 스펑위안, 왕성디, 친하오, 왕징춘 / 12부작 시리즈 / 아이치이

드라마가 시작한 지 2분도 되지 않아 노부부가 산 정상에서 기념사진을 찍다가 추락사한다. 그런데 가해자가 카메라를 든 사위이고, 방금 떨어진 노부부가 장인과 장모라면 어떤가. 올해 6월 중국 OTT 아이치이로 공개돼 큰 화제를 모은 범죄 스릴러 웹드라마 <은비적각락>은 충격적인 사건으로 이야기를 시작한다. 이 사건에는 목격자도 있다. 중학생 조양(룽쯔산), 그의 친구 엄량(스펑위안), 그리고 엄량의 여동생 보보(왕성디)는 산에 오른 기념으로 동영상을 촬영했는데, 본의 아니게 후경에서 벌어지는 살인을 보게 된다. 엄량과 보보는 보육원에서 도망쳐 조양의 집에 은신해서 살아가던 중 사건을 목격하게 되고, 살인범 성인 남성 장동성(친하오)에게 큰돈을 요구하기 시작한다.

<은비적각락>은 <무증지죄>를 쓴 쯔진천 작가의 2014년 소설 <나쁜 아이>를 리메이크한 드라마다. 2018년 소설의 판권을 산 아이치이가 오리지널 시리즈로 제작해서 큰 성공을 거뒀으며, 중국에서 자체 제작한 OTT 오리지널 시리즈로서는 각본과 미술, 촬영 등 모든 면에서 한 단계 높은 성취를 거둔 작품으로 평가받는다.

<당인가탐안> 唐人街探案

프로듀서 진사성 / 출연 구택, 장균녕, 왕진아, 진철원, 성소, 장예상 / 12부작 시리즈 / 아이치이

임묵은 방콕 차이나타운의 유명한 사립탐정 당인의 제자다. 당인이 자리를 비운 관계로 임묵은 홀로 사건을 맡는데 하필 파트너로 담당된 경찰 사샤와의 관계가 껄끄럽다. 한 여자의 의문스러운 투신자살에 관하여 수사하던 임묵은 그녀가 몸을 던지기 직전 이상한 춤을 췄다는 사실에 주목한다. 임묵에게는 비상한 능력이 있는데 그것은 바로 뛰어난 후각이다. 그는 냄새를 통해 상대의 동선과 행적을 파악하며 사건의 실마리를 찾아간다.

2016년 국내에 개봉된 바 있는 진사성 감독의 <탐정 당인: 차이나타운 살인사건>(원제 <당인가탐안>) 시리즈의 스핀오프 드라마다. 영화가 당인을 중심으로 진행됐다면 드라마는 전작 주요 캐릭터의 관련 인물들이 극을 이끈다. 영화의 세계관을 넓히게 위해 드라마에서 미리 인물의 전사를 설명하는 전략인데, 개별 에피소드의 완성도가 나쁘지 않고 속도감 있는 전개와 머릿속에서 진행되는 추리를 보여주는 연출 방식이 영국 드라마 <셜록>을 떠올리게 한다. <당인가탐안> 시리즈는 2편이 중국 박스오피스 역대 6위(11월 3일 기준)를 기록하고 있는 메가 히트작이며, 이번 드라마와 3편에는 한국 아이돌 그룹 우주소녀의 멤버 성소가 출연한다.

<침묵적진상> 沉默的真相

감독 진혁보 / 출연 리아오판, 백우, 담탁, 녕리, 조양, 황요, 전소결, 여효림 / 12부작 시리즈 / 아이치이

지하철에서 시체 유기 사건이 발생한다. 용의자는 장차오 변호사, 주검이 된 이는 그의 제자였던 지앙양. 자신의 범행을 인정했던 장 변호사는 재판정에서 모든 진술을 번복한다. 이 사건에 옌량 형사(리아오판)가 투입된다. 때마침 신문사에 한통의 편지가 도착한다. 앞으로 4일마다 사진의 1/9 조각을 보내겠다는 내용이다. 형사들은 사진에 담긴 현장을 추적하기 시작한다.

<침묵적진상>은 지하철 시체 유기 사건의 숨겨진 미스터리를 파헤치는 형사 드라마다. 쯔진천의 소설 <동트기 힘든 긴 밤>을 원작으로 하는 이 웹드라마는 <무증지죄>와 세계관을 공유한다. 그 중심에 옌량 형사가 있다. 하지만 그는 <무증지죄>와 다르게 이 드라마에서 이성적인 면모를 드러낸다. 이를 연기력이 검증된 배우 리아오판이 소화한다. 그는 영화 <백일염화>로 제64회 베를린국제영화제 남우주연상을 수상한 바 있다. 또 지앙양 역에 라이징 스타 백우가 출연하여 로맨틱한 모습부터 다양한 얼굴을 선보인다.

<무증지죄> 無證之罪

감독 뤼싱 / 출연 친하오, 덩자자, 야오루, 대욱, 왕진아 / 12부작 시리즈 / 넷플릭스

“나를 잡아주시오”란 메시지와 눈사람. 연쇄살인 사건 현장에 남은 단서는 이뿐이었다. 피살자는 쑨홍윈. 살해 용의자로 그의 정부였던 주후이루(덩자자)가 거론된다. 사건을 맡은 린(야오루) 형사팀에 좌천됐던 옌량 형사(친하오)가 투입된다. 한편 변호사 사무실의 수습사원 궈위(대욱)는 첫사랑이었던 주후이루를 돕기 위해 일을 벌이다 이 연쇄살인 사건에 얽히게 된다.

<무증지죄>는 전대미문의 ‘눈사람 살인 사건’의 진상을 밝혀나가는 형사 추리 웹드라마다. 이 드라마는 쯔진천의 소설 <무증거 범죄>를 원작으로 하며 연출은 신인감독 뤼싱이 맡았다. 그는 미국 드라마에 영향을 받은 듯한 속도감 있는 전개와 반전을 선보인다. 특히 배우 친하오가 연기한 옌량 형사의 상상력과 직관은 드라마에서 가장 돋보인다. <무증지죄>는 중국판 넷플릭스라 불리는 아이치이가 2017년에 자체 제작한 웹드라마로 넷플릭스에 해외 판권을 판매하여 화제를 모은 바 있다.

<스프링 타이드> 春潮

감독 리나 양 / 출연 하오레이, 진옌링, 쥐줸시, 리원보 / 영화 124분 / 스마트시네마

신문기자 궈지엔보(하오레이)는 딸을 친정어머니에게 맡긴 채 고발성 기사를 쓰는 워킹맘이다. 그의 어머니 지밍란(진옌링)은 ‘마오 주석이 우리 동네 오셨네’란 가사의 문화대혁명 가곡을 부르길 즐기는 구세대적 인물인데, 사회의 문제점을 지적하지만 사생활은 엉망인 딸을 늘 못마땅해한다. 모녀는 궈지엔보의 딸, 궈완팅(쥐줸시)을 두고 주양육권자 위치를 경쟁하면서 서로에게 깊이 새겨진 감정의 골을 확인한다.

<스프링 타이드>란 제목은 태양과 달이 정반대 방향에 있을 때 일어나는 사리 현상을 뜻한다. 이때 밀물과 썰물의 차가 최대가 되는데, 서로에 대한 감정이 넘치거나 혹은 너무 익숙한 나머지 무심해져버리는 모녀 관계를 은유한다. 영화는 또한 당에 대한 중국 인민의 양가적인 감정까지 재현한다. 엄청난 인구가 먹고살 수 있도록 만든 노동당을 향한 지밍란의 향수어린 시선과 자본주의화되면서 등장한 도시문제에 집중하는 궈지엔보의 시선이 핸드헬드 롱테이크로 담겼다. 상하이국제영화제 촬영상 수상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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