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1]
[스페셜④] 웹툰 '스위트홈' 작가, 넷플릭스에 "OO를 원작과 다르게 가달라"
2020-11-19
글 : 조현나
<후레자식>에 이어 김칸비, 황영찬 작가가 두 번째로 함께 작업한 스릴러 웹툰 '스위트홈'
©김칸비, 황영찬

잔뜩 솟은 승모근에 씨익 웃는 얼굴로 “…프…로…틴…”을 외치는 거대한 ‘근육 괴물’. 주먹 하나로도 쉽게 벽을 부수고 단백질 섭취를 위해 식인도 서슴지 않는, 가히 세계관 최고의 빌런이다. 근육 괴물을 비롯한 <스위트홈>의 괴물들은 본디 전부 인간이었으나 ‘괴물화’ 현상으로 인해 자신의 욕망만을 좇는 기괴한 생물체로 변했다. 아파트에 고립된 주인공 현수와 인물들은 이 괴물들과 싸우며 생존을 도모한다. <스위트홈>은 전작 <후레자식>에 이어 김칸비·황영찬 작가가 두 번째로 함께 작업한 스릴러 웹툰이다. 전작의 흥행으로 팬들은 <스위트홈> 첫화부터 “돌아오셨다, 레드 카펫 깔아드리자”며 작가들의 귀환을 반겼고 <스위트홈>은 누적 조회수 5억뷰, 평점 9.97로 네이버 금요 웹툰의 최상위권을 차지했다. 지난 11월 3일, 한국만화영상진흥원이 꼽은 ‘2020 오늘의 우리만화’에 선정돼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두 작가는 <후레자식>을 연재할 때부터 <스위트홈>의 시나리오를 구상했다. “처음엔 식인을 즐기는 고위층이 오피스텔로 인간들을 유인해 식인 파티를 여는 범죄물을 생각했다. 하지만 메이저 플랫폼에서 연재하기 어려운 소재라 판단해 결국 괴물이 나오는 크리처물로 수정했다.” 식인 소재, 아파트란 한정된 공간 등 초기의 주요 골자는 유지된 셈이다. 스토리를 담당한 김칸비 작가는 “그림 작가의 마음이 편해야 작품이 잘 나온다는 걸 알기 때문에” 콘티 단계부터 황영찬 작가의 의견을 최대한 수용했다.

소년성장물을 선호하고 등장인물의 연령대를 낮춰야 한다는 황영찬 작가의 의견에 따라, 방구석에서 게임만 하다 세상 밖으로 나와 괴물들에 맞서는 18살 차현수 캐릭터를 탄생시켰다. <스위트홈> 13화에서 현수는 아래층 어린이들을 구하기 위해 괴물에게 자신의 전부인 컴퓨터를 집어던진다. 황영찬 작가는 현수의 변화가 시작되는 이 13화를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에피소드로 꼽는다. “현수가 용기를 쥐어 짜내는 모습을 공들여 묘사했는데 독자들의 반응도 좋아서 행복했다.”

©김칸비, 황영찬

괴물의 신체에는 인간 시절의 욕망이 그대로 반영된다. 때문에 ‘근육 괴물’은 운동 중독, ‘눈알 괴물’은 관음증 환자, 말처럼 단단한 허벅지를 소유한 ‘육상 괴물’은 과거 육상 선수였다는 이력을 즉각적으로 파악할 수 있다. 김칸비 작가는 “한 가지 목적으로 움직이는 좀비 같은 괴물도 매력 있지만 개체마다 목적을 가진 괴물도 만들어보고 싶었다. 여기에 인간 모두가 지닌 욕망이란 소재를 대입하면 흥미로울 것 같았다”고 전했다. 생김새도, 특성도 제각각인 괴물들이 어디서 어떻게 튀어나와 공격할지 예측할 수 없기 때문에 인간들은 매번 다른 전략으로 맞서야 한다.

아파트라는 공간도 변수였다. “공간이 한정돼 있다 보니 장면의 디테일이 중요했고, 이로 인해 인물과 사물의 배치와 동선을 설정하는 과정이 굉장히 까다로웠다.” 동선이 단순할 땐 황영찬 작가가 임의로 배치 등을 조정해 작업했으나 동선이 지나치게 복잡할 경우, 김칸비 작가가 건물의 전개도에 인물의 위치, 이동경로, 떨어져 있는 물건 등을 브리핑하듯 마킹하는 영상을 촬영해 전달했다. 꼼꼼하게 설정된 인물의 움직임을 따라 빠르게 스크롤을 내리다 보면 어김없이 “이제 숨 쉬어도 된다”는 베스트 댓글이 등장한다.

현수는 괴물화가 조금씩 진행되어가는 캐릭터다. 김칸비 작가는 “현수가 자기 내면의 괴물과 계속 소통하기 때문에, 현수가 내외면을 계속 오고 가는 순간을 어떻게 하면 설득력 있게 연출할 수 있을지 고민이 많았다”. 주인공 현수의 변화와 성장이 <스위트홈>의 주요 서사이긴 하지만 김칸비 작가는 그런 현수 외에도 리더 격인 은혁에게 특별히 애정이 많다. “은혁은 이중적인 성격을 가진 캐릭터다. 누구보다 냉정하고 이성적이지만 감성적이기도 하다. 스스로를 희생해 모두를 구하는 뜨거운 면모도 지녔다. 그런 점이 가장 마음에 들었다.” 반면 황영찬 작가는 상황을 빠르게 파악하고 현실적으로 대처하는 은혁의 동생 은유와 단단한 신체와 체력으로 괴물에 맞서는 상욱 캐릭터를 아낀다. “조금 솔직히 말하면 그리기 쉽다는 이유도 한몫했다.”

©김칸비, 황영찬

지난 7월 연재가 끝난 <스위트홈>은 네이버웹툰의 자회사인 스튜디오N과 스튜디오드래곤의 공동 제작으로 드라마화가 확정됐다. <태양의 후예> <도깨비> <미스터 선샤인> 등을 연출한 이응복 PD가 연출을 맡았으며 배우 송강, 이진욱, 이시영, 이도현, 박규영, 김갑수 등이 출연한다.

드라마 <스위트홈>은 회당 30억원가량의 제작비가 투자된 대작이다. 김칸비 작가는 이응복 PD에게 되도록 드라마 결말을 원작과 다르게 가달라고 부탁했다. "계약 당시엔 드라마가 웹툰이 완결되기 전에 방영될 예정이어서 웹툰의 결말이 미리 공개되는 걸 원치 않았기 때문이다.” 두 작가 모두 스토리가 어떻게 변화했을지, 또한 “국내 첫 크리처 드라마인 만큼 괴물들이 어떻게 표현됐을지, 새로 추가된 서이경은 어떤 인물일지” 한껏 기대하는 모습이다. “내 작품이 다른 이에 의해 어떻게 변화하는지 지켜보는 건 꽤 즐거운 일이다.” 넷플릭스 관계자에 따르면 드라마 <스위트홈>은 머지 않은 시기에 넷플릭스에서 만나볼 수 있을 예정이다.

황영찬 작가와 김칸비 작가는 모두 만화창작과를 졸업했으며 각각 2009년 <비흔>, 2007년 <교수인형>으로 데뷔했다. <후레자식> <스위트홈>에서 황영찬 작가와 합을 맞추기까지 김칸비 작가는 <우월한 하루> <멜로홀릭> <죽은 마법사의 도시> <후레자식> <돼지우리> 등 꾸준히 웹툰을 연재해왔다. 김칸비라는 필명은 호러 게임인 <어둠 속에 나 홀로> 시리즈의 주인공 이름에서 따온 것이다. 10여년간 올곧게 호러, 스릴러 장르물을 연재해온 작가의 이력에 과히 어울리는 필명이다.

“예전에는 독자의 기대를 배신하는 반전의 매력에 심취해 스릴러물을 제작했지만 현재는 그저 순수하게 독자에게 긴장감과 스릴을 전한다는 것에 흥미를 느낀다. 오랫동안 한 장르에 집중하다 보니 다른 장르를 다루는 게 쉽지 않다는 점도 이유다.” 황영찬 작가는 영화관에서 영화를 관람하는 것을 좋아하지만 최근엔 네이버의 무협 웹툰 <고수>를 재밌게 보고 있다. 반면 김칸비 작가는 현재 다른 웹툰을 의도적으로 보지 않고 있다. “작품을 준비할 때만큼은 다른 웹툰을 보지 않는데, 본 작품이 훌륭하면 질투에 휩싸이고 반대로 별로면 자만하게 되기 때문이다.” 대신 그가 최근 인상 깊게 본 영화는 <조조 래빗>이다. 한달여간 휴식 시간을 가진 후 현재는 새로운 차기작을 준비 중이다. “<스위트홈> 시즌2 계획은 따로 없지만, <스위트홈>의 세계관과 차기작의 세계관이 연계될 예정이다.”

©김칸비, 황영찬

<스위트홈>은 어떤 작품?

네이버웹툰 / 완결

방구석에 틀어박혀 게임만 하는 히키코모리 현수는 가족 여행에 합류하는 대신 혼자 집에 남는다. 그러나 여행을 떠난 가족들이 모두 사고로 죽고, 혼자 남겨진 현수는 삶의 이유를 찾지 못해 자살 예정일을 세운다. 그 무렵, 인간들이 욕망이 극대화된 괴물로 변하는 ‘괴물화’ 사태가 벌어진다. 컴퓨터가 세상의 전부였던 현수는 문을 박차고 나와 아파트에 고립된 사람들과 합심해 괴물에 맞서기 시작한다. 다종다양한 괴물과 인간의 끝없는 대립, 화려한 액션 신들이 <스위트홈>의 관람 포인트다. 더불어 본래 인간이었던 괴물을 죽이는 것이 과연 옳은지, 살기 위해 괴물을 죽이는 자신들이 그들과 다를 바가 무엇인지 질문하는 인물들의 고민이 작품에 깊이를 더한다.

김칸비, 황영찬 작가(왼쪽부터).
©김칸비, 황영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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