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2]
[스페셜①] 한국과 중국 영화의 미래가 여기에
2020-11-25
글 : 김성훈
제7회 한중청년꿈키움단편영화제 리포트
허춘펑 감독(대외우호협회상 <안개가 흩어진 후에>), 린멍 PD(대리 수상, 심사위원대상 <왕따>(감독 왕쯔이)), 장위퉁 감독(4DX 특별상 <성인식>), 왕자오양·덩나이촨 감독(각본상 <바다오리>), 리위안시·천린펑 감독(감독상 <늦바람>), 런쓰이 PD(대리 수상, CJ꿈키움상 <강연>(감독 옌하오하오)), 자오저위엔 PD(CGV인기상 <마법사: 추리게임>(감독 스탄쉬안)).

코로나19도 한국과 중국, 양국 재능들의 뜨거운 열기를 막지 못했다. 지난 11월 18일 중국 베이징 CGV인디고점에서 한중청년꿈키움단편영화제(주최 중국인민대외우호협회, CJ문화재단) 시상식이 열렸다. 한국과 중국의 감독들이 베이징에서 모여 서로가 만든 영화를 감상하고, 관객에게 소개하며, 한국과 중국 영화에 대한 대화를 나누고 관계를 쌓았던 예년과 달리 올해는 코로나19가 장기화되면서 행사가 온오프라인으로 병행해 진행됐다.

지난 11월 17일에는 중국 입선작 20편과 한국 초청작 10편(<우리가 꽃들이라면>(감독 김율희), <아유데어>(감독 정은욱), <토마토의 정원>(감독 박형남)등)이 베이징 CGV인디고점에서 상영됐다. 하루 뒤인 11월 18일에는 영화제 관계자들과 초청작 감독들이 참석한 가운데 베이징 CGV인디고점에서 시상식이 열렸으며, 한국 관객은 동시간대 웨이보의 CJ차이나 채널에서 온라인으로 시상식을 관람했다.

많은 관객과 참가자들이 베이징 CGV인디고점에 모였다.

올해로 7회를 맞은 한중청년꿈키움단편영화제는 한국과 중국의 젊은 영화 감독들이 상호 교류하는 장으로 자리 잡았다. 한국과 중국의 실력 있는 신인감독을 발굴하고 그들이 만든 영화를 선보일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CJ문화재단이 CJ중국 본사와 함께 운영하는 글로벌 사회공헌사업이다. “한국과 중국 영화는 지난 8년 동안 뛰어난 발전을 해왔고, 양국 국민들에게 큰 힘을 주었다. 한국과 중국의 청년 감독들이 더 많은 문화 교류를 통해 전세계 영화산업을 선도하길 바란다”라는 리시쿠이 중국인민대외우호협회 부회장의 말대로, 한중 청년 감독들이 꿈을 실현하는 데 도움을 줄 뿐만 아니라 문화 교류를 통해 한중 우호 관계 증진에도 기여한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7년째 꾸준히 운영되면서 입소문이 대륙에 퍼진 덕분인지 올해는 무려 715편의 단편영화가 출품됐다.

한 관객이 인기상 투표를 하고 있다.

그중 올해 영화제에서 입선한 단편영화 20편은 장르도, 소재도 제각각이지만 현대 중국 사회의 문제를 날카롭게 포착하고, 그것을 둘러싼 사람들의 고민을 현실적으로 그려냈다는 공통점이 있다. 가족, 교육, 사회와 개인의 관계, 자본주의사회의 계급 문제, 여성 서사 등 다양한 현실 문제들을 엿볼 수 있었다. 이것은 블록버스터나 화려한 시각특수효과(VFX)의 외형을 두른 SF영화를 주로 내놓으며 산업의 몸집을 키우는 데 집중했던 선배 세대들과 확실히 다른 점이라 하겠다.

또 최근 <은비적각락> <침묵적진상> 같은 ‘바링허우’(1980년대 출생자) 세대 감독들이 만든 시리즈가 중국 사회의 이면을 그려내며 시청자들로부터 큰 인기를 모은 현상과도 무관치않다. 심사에 참여한 김성수 감독(<아수라> 등 연출)은 “이전에도 중국 단편영화들을 심사한 적이 여러 차례 있었는데 올해 입선작을 보니 완성도가 무척 높고, 한국영화와 연출이나 편집 스타일이 많이 비슷해 깜짝 놀랐다”면서 “무엇보다 한국에 비해 심의가 엄격한데도 사회적인 문제를 적극적으로 다루려는 젊은 감독들의 의지가 보여서 인상적”이었다고 심사평을 전했다. 그는 “한국과 중국 영화가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면서 변화하고 있는 것 같다”라며 “코로나19가 끝나면 양국의 젊은 감독들이 모여서 함께 기획, 연출, 촬영하는 등 빈번한 교류가 이뤄졌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심사위원대상 수상작 <왕따>.

올해 영화제에서 심사위원대상을 수상한 왕쯔이 감독의 <왕따>는 리지엔단과 황뭐, 초등학교 6학년인 두 아이를 통해 주입식 교육을 예민하게 풍자한 학원물이다. 리지엔단은 자신의 주장이 강하고 의사를 솔직하게 표현하며, 황뭐는 다소 우유부단하고 어리숙한 아이다. 그들의 담임선생은 남들과는 다른 두 아이에게 학교 규율을 따를 것을 강요하지만, 아이들은 선생의 권위적인 태도를 이해하지 못한다. 영화는 반에서 고립된 두 아이가 서로 의지하며 학교생활을 버티면서도 왕따가 되고 싶지 않은 복합적인 마음을 세심하게 그려낸다. 연기 경험이 전혀 없는데도 갈팡질팡하는 감정을 자연스럽게 빚어내는 아역배우들의 연기가 기억에 남는 작품이다.

<늦바람>

감독상을 받은 <늦바람>(감독 천린펑, 리위안시)은 ‘임시 가정’이라는 생소한 가족 형태를 소재로 한 이야기다. 해변 도시 칭다오가 배경으로, 홍메이는 목욕탕에서 세신사로 일하는 여성이다. 그는 생계를 꾸리기 위해 고향에 아이를 둔 채 도시로 왔다. 그곳에서 역시 일자리 때문에 고향을 떠나온 남자 량저우를 만나 임시로 가정을 꾸린다. 연고도 없는 타지에서 심리적으로, 생리적으로 위안을 얻기 위해 임시로 꾸린 가정은 매일 힘든 노동을 하는 두 사람에게는 버틸 수 있는 우산인 동시에 고향에 두고 온 가족에 대한 생각으로 죄책감을 안긴다. 하루하루 간신히 살아가는 두 남녀의 고단한 삶과 잠깐이나마 삶의 숨통을 틔우는 순간은 아슬아슬하면서도 애잔하다. 이 영화는 배경보다는 인물을 집중적으로 보여주는 촬영이 인상적인 작품이다.

<바다오리>

<바다오리>(감독 왕자오양, 덩나이촨)는 혼자 노모를 보살피는 40대 여성 화즈의 고단한 삶을 그린 작품이다. 배를 타고 물고기를 잡으며 생계를 꾸렸던 그의 어머니는 요독증 말기로 물을 마시지 못한 채 집에서만 지낸다. 오빠가 하나 있지만 어머니를 보살피는 건 화즈의 몫이다. 관광지에서 기념품을 파는 화즈는 하고 싶은 일도, 가고 싶은 곳도 많지만 어머니 때문에 손발이 묶인 상태다. 프랑스인 남자 친구가 있지만 그의 어머니는 화즈가 외국인을 사귀는 걸 반대한다. 하루하루 살아가는 게 만만치 않은 현실이지만, <바다오리>는 여성의 고민과 외로움, 꿈, 가족에 대한 사랑을 따뜻하게 그려내며 작은 희망을 내비친다.

성공 가능성이 낮지만 그럼에도 아들의 수술비를 마련하기 위해 집을 팔아야 할까. 아니면 아들이 세상을 떠난 뒤 혼자 살아가기 위해 집을 가지고 있어야 할까. 대외우호협회상의 주인공인 <안개가 흩어진 후에>(감독 허춘펑)는 두 부자 앞에 놓인 안타까운 딜레마를 다룬 이야기다. 장팡인은 암말기 환자로 시한부 인생을 살고 있다. 그의 아버지는 집을 팔아서 그를 수술시키고 싶어 하지만 그는 자신이 죽은 뒤 아버지가 새 인생을 살아가길 원한다. 아버지가 급하게 집을 부동산에 내놓으려고 하자 장팡인은 아버지에게 일출을 보러 산에 갈 것을 제안한다. 아버지가 새 인생을 살길 바라는 아들의 마음도, 최선을 다해 아들에게 수술을 시켜주고 싶은 아버지의 마음도 안타깝기만 하다. 영화는 우선순위를 매기기 힘든 가치들을 얘기하면서 두 부자가 이별하는 과정을 보여준다.

<강연>(감독 옌하오하오)은 코로나19가 몰고 온 풍경과 흡사한 2003년 사스를 배경으로 한 시의적절한 작품이다. 2003년 무더운 여름날, 베이징의 한 초등학교는 사스 때문에 외부와 격리된다. 학부모들은 자녀들이 괜찮은지 확인하기 위해 학교 정문 앞에 모여들지만 방역 지침 때문에 만나지 못하고 발걸음을 돌린다. 서로 잘 알지 못했던 소녀 셋은 교실에 모여 언제 집으로 갈지 몰라 걱정하는 동시에 일상에서 느끼지 못했던 자유를 경험한다. 이 영화는 불안해하면서도 평소 겪지 못한 상황에 호기심을 느끼는 아이들의 복합적인 감정을 세심하게 그려낸다. 17년이 지난 과거지만, 지금 전세계에서 벌어지는 상황과 꽤 유사해 절묘하다.

이 밖에도 꽃뱀 조직을 탈출해 새로운 출발을 하기로 결심한 17살 소녀 천안치의 고군분투를 그려낸 <타이베이 블루스>(감독 장진솨이)는 방황하는 청춘을 현실적으로 그려냈고, 영화의 엔딩 장면이 잔인하다는 이유로 제작사로부터 편집 수정 요구를 받은 감독이 영화 속으로 빠져들어가 영화 속 세계의 규칙을 바꾸려는 이야기를 그려낸 <몽타주>(감독 리우샤오리)는 영화 만들기 과정을 재기 넘치게 풀어냈다.

이처럼 재능 있는 감독들이 화수분처럼 발견됐다는 점이 이번 영화제의 의미다. 심사에 참여한 중국 감독 겸 배우인 바오베이얼(<우리가 잃어버릴 청춘> <로스트 인 홍콩> <대인물> 등에 출연, <팻 에이전트> 등 연출)은 “이번에 수상하지 못했더라도 작품을 못 만든 걸 의미하는 게 아니니 항상 초심을 잃지 말고 계속 만들어라. 어떤 역경을 겪더라도 나보다 더 훌륭하게 될 거라고 믿는다”라고 후배 감독들에게 애정 어린 조언을 잊지 않았다.

2022년 베이징 동계올림픽을 앞두고 한국과 중국 정부는 문화 교류를 확대하기 위해 2021년과 2022년을 한중 문화 교류의 해로 지정하고 다양한 활동을 준비하고 있다. 지난 7년 동안 문화 교류를 주도해온 한중청년꿈키움단편영화제의 역할과 의미는 앞으로 더 중요해 보인다. 올해 영화제를 진행한 김국일 CJ문화재단 과장은 “코로나19가 종식된다면 예년처럼 입선작 감독과 관객이 만나 영화에 대해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자리를 만들고 싶다”라며 “한중청년꿈키움단편영화제가 CJ차이나의 대표적인 사회 공헌사업인 만큼 수상 감독과 CJ ENM 영화사업부문과의 협력이 가능한 프로그램을 기획해 청년 감독들이 꿈을 키워갈 수 있도록 지원하고 싶다”라고 포부를 밝혔다.

경쟁부문 수상작

심사위원대상 <왕따> 왕쯔이 감독 감독상 <늦바람> 천린펑·리위안시 감독 각본상 <바다오리> 왕자오양·덩나이촨 감독 대외우호협회상 <안개가 흩어진 후에> 허춘펑 감독 CJ꿈키움상 <강연> 옌하오하오 감독

비경쟁부문 수상작

CGV인기상 <마법사: 추리게임> 스탄쉬안 감독 4DX 특별상 <성인식> 장위퉁 감독

사진제공 CJ문화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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