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따>는 반에서 왕따가 된 두 초등학생을 통해 중국의 주입식 교육 문제를 다룬 이야기다. 두 아역배우의 자연스러운 연기가 인상적인 작품이다. 심사위원대상을 수상한 왕쯔이 감독은 “온라인으로 시상식에 참석했는데 심사위원대상을 받게 돼 영광이다. 함께 모여 영화를 관람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주셔서 감사하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왕따>는 주입식 교육 문제를 다룬 이야기인데, 어떤 계기로 구상하게 됐나.
=초등학생 때 실제 경험한 일을 바탕으로 구상했다. 선생님의 권위에 이의를 제기하는 학생은 왕따로 취급당했는데 나도 그런 아이 중 하나였다. 이 경험을 통해 의심하는 사고를 품게 됐고, 그러면서 두 초등학생이 선생님 때문에 고립되어가는 이야기를 써내려갔다.
-주인공인 리지엔단은 자기 주장이 강하고 자신의 의사를 명확하게 표현하는 초등학생인데, 실제 인물을 모델로 한 캐릭터인가.
=리지엔단은 어린 시절의 나와 많이 닮았다. 그래서 리지엔단을 지나치게 억울한 캐릭터로 묘사하지 않을까 하는 걱정도 있었다. 리지엔단의 밉살스러운 면모도 부각해 최대한 객관적인 시선에서 만들려고 했다.
-리지엔단과 황뭐는 장기를 두며 서로에게 의지한다. 왜 장기인가.
=장기는 초등학생, 중학생 때 많이 유행했었다. 그때는 장기를 학교에 가져와 점심시간에 두는 것이 유행이었고, 성적이 안 좋은 학생들은 선생님에게 장기를 빼앗기는 일도 있었다. 지금 초등학생들은 점심시간에 장기를 두는 일이 거의 없다. 아역배우들의 말에 따르면 요즘은 다 휴대폰 게임을 한다고 한다. 그럼에도 장기 두는 걸 설정한 것은 어린 시절에 대한 그리움 때문이다.
-서로 의지하지만 왕따가 되고 싶지 않은 아이들의 마음이 솔직하게 묘사됐다. 황뭐가 친구들과 리지엔단을 잡으러 가다 화장실에서 리지엔단이 불의의 사고를 당하는 영화의 후반부 시퀀스는 꽤 섬뜩했다.
=이것도 초등학생 시절의 경험이다. (웃음) 그때 어떤 규정을 어겨서 친구들에게 쫓겼는데 제일 앞에서 대걸레를 들고 나를 쫓아오던 아이가 평소 성적이 안 좋고 늘 무시당하던 아이였다. 내가 영리하게 1층 여자 화장실로 들어가 창문을 넘어 도망을 갔다. 이 기억이 먼저 떠올라서 시나리오를 구상하게 되었으니 이 장면이 내가 만든 첫 신이라고 봐야 할 것 같다.
-영화감독이 되겠다고 생각한 특별한 계기가 있나.
=초등학교 4학년 때 게임을 좋아해서 게임 음악의 뮤직비디오를 스스로 제작하곤 했다. 중학교 1학년 때 선생님이 내가 편집, 촬영을 어느 정도 한다는 사실을 아시고 단편영화공모전에 참가할 것을 권유했다. 당시 살던 곳이 베이징이었는데 마침 겨울방학이고 ‘춘절대이동’ 기간이어서 기차역에는 사람들로 가득하고 기차표 사기도 하늘의 별 따기였다. 그 풍경이 어떤지 늘 보고 싶었던 까닭에 비디오카메라를 들고 베이징서역에 나가, 광장에서 애타고 피곤한 모습으로 줄 서서 집에 돌아가기를 갈망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하루 종일 찍었다. 그렇게 찍은 단편다큐멘터리가 <방향>이다. 그때 ‘영상으로 내 생각을 이야기할 수 있구나’ 하는 것을 깨달았다.
-가장 많은 영향을 받은 감독은 누구인가.
=많지만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을 가장 좋아한다. 그의 영화는 자연적이고 평화로운 모습 아래 냉철하고 객관적인 시각이 숨겨져 있고 생활 속의 따뜻함, 유머, 부득이함을 동시에 담고 있다.
-앞으로 어떤 감독이 되고 싶나.
=베이징에서 태어나고 자란 젊은 사람으로서 늘 평범하게 도시 생활을 했다. 중국영화 속 베이징의 이미지는 국제 대도시로서의 번화한 모습일 뿐 평범한 거리에서 평범하게 사는 사람들의 모습은 거의 보이지 않는다. 당분간은 평범한 사람들의 생활과 그들이 마주하는 문제를 이야기하는 감독이 되고 싶다. 현재 대학원 졸업작품으로 단편영화를 만들고 있는데 <왕따>와 마찬가지로 중학교를 배경으로 하는 학원물이다. 이번에도 소년 시절의 경험과 현재 마주한 시대적 불안을 녹여내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