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월27일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된 <콜>에서 무시무시한 살인범 영숙 역을 맡은 배우 전종서가 화제다. 데뷔작 <버닝>에서 미스터리한 면모로 눈길을 끌었던 그가 이번에는 반사회적 인격 장애를 가진 살인마로 변신했다. 아이 같은 천진난만함부터 폭발적으로 돌변하는 광기까지. 전종서는 <버닝>에서도 보여줬던 어디로 튈지 모르는 매력을 스릴러 장르에 접목시켜 관객과 평단의 호평을 받고 있다.
<콜>은 단편영화 <몸 값>으로 이례적인 주목을 받았던 이충현 감독의 장편 데뷔작이다. <콜> 시나리오를 작업 중이던 이충현 감독은 <버닝>에서 전종서를 처음 본 뒤 영숙 캐릭터를 구체화했다. 시나리오가 배우에게 맞춰진 만큼 전종서는 캐릭터에 자연스럽게 녹아드는 모습을 보였다. <버닝>과 <콜> 단 두 편의 영화로 관객들을 사로잡은 전종서. 데뷔작 <버닝>에 관한 이야기, 배우가 되기 위한 노력, 차기작 등 앞으로가 더욱 기대되는 배우 전종서에 대해 알아봤다.
이창동 감독이 발견한 원석
이창동 감독의 8년 만의 신작 <버닝>은 칸국제영화제 경쟁 부문 초청 등 개봉 전부터 많은 관심을 받았다. 배우 유아인, 스티븐 연과 함께 극을 이끈 이는 신인 배우 전종서였다. 혜미 역 캐스팅을 위해 여러 배우들을 만난 이창동 감독은 전종서를 처음 본 순간 "이 사람밖에 없다"는 확신을 느꼈다고 한다. "용모, 감성 등 지금까지 한국영화에서는 볼 수 없었던 배우라고 생각했다"고. 단번에 이창동 감독을 사로잡은 전종서는 결국 데뷔작부터 칸국제영화제 레드카펫을 밟으며 한국영화계를 이끌어갈 재목으로 자리 잡았다.
<버닝> 개봉 전, 전종서는 <씨네21>과의 인터뷰에서 "오디션은 떨리지도, 복잡하지도 않았다. 맹목적인 자세로 가지 않았던 덕분에 자연스럽게 임할 수 있었다"며 이창동 감독과의 첫 만남을 회상했다. 이창동 감독의 선택에 대해서는 "내가 특별히 무언가를 잘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스스로 괜찮은 사람이라고 말할 수 있는 건, 사람에 대한 호기심이 많다는 거다. 그렇기 때문에 내가 어떤 사람인지 중요하게 생각하며 산다. 그 점에서 감독님이 저를 좋게 봐주신 듯하다"고 답했다.
배우의 길
전종서는 어린 시절부터 영화나 드라마를 많이 접하며 배우의 꿈을 키웠다. 친척들이 거주하던 캐나다에서 중학교를 졸업했으며 연기를 배우기 위해 한국으로 돌아와 예술고등학교에 진학했다. 이후 세종대학교 연극영화과에 입학했다. 그러나 학교에서는 원하는 경험을 할 수 없다고 여겼고, 스스로의 가치관과 맞는 회사를 찾기 위해 2년간 여러 매니지먼트를 찾아다녔다. 2017년 지금의 소속사인 마이컴퍼니와 연을 맺고 3일 뒤 치렀던 오디션이 이창동 감독의 <버닝>이었다.
2018년 <버닝> 인터뷰 당시 전종서는 "어떤 배우가 되고 싶나"라는 질문에 대해 앞서 이야기한 '사람에 대한 관심'을 말했다. "사람에 대해 더 알고 싶다. 사람들과 부대끼면서 대화하고, 마음을 주고받으며 인간적으로 가질 수 있는 경험들을 많이 하고 싶다“는 뜻을 전했다. 또한 ”매 순간 느끼는 감정을 기억하는 습관을 가져야겠다"며 이를 바탕으로 "감정을 연기라는 메시지를 통해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싶다"는 포부도 밝혔다.
첫 예능 나들이
지난 3월 전종서는 <콜> 홍보를 위해 김성령, 박신혜와 함께 JTBC 예능 프로그램 <아는 형님>에 출연하기도 했다. 첫 예능인만큼 긴장된 모습이었지만 동료 배우, 패널들과 함께 유쾌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방송에서 그는 "나는 소심하고 내성적이다"며 스크린 밖 실제 성격을 말했으며 "밖에 나가면 아예 나가 있고, 집에 있으면 몇 주 동안 집에만 있기도 한다", "행복한 부모님 밑에서 자라 일찍 결혼하고 싶다" 등 일상적인 자신의 모습을 이야기하기도 했다.
이외에도 그는 <콜> 촬영 중 있던 비하인드를 밝히기도 했다. 피투성이 분장을 지우지 않은 채 매니저와 밥을 먹으러 갔다가 가게 사장님이 "경찰 불러줄까요?"라는 말들 들은 적 있다는 사연, 액션신 때문에 온몸에 멍이 든 채로 마사지를 받으러 갔을 때 마사지사가 걱정하며 "힘든 일이 있으면 가까운 친구에게라도 털어놓으세요"라는 말을 듣기도 했다는, 재미있는 일화를 들려주기도 했다.
차기작
짧지만 강렬한 행보를 보여준 만큼 여러 차기작이 대기 중이다. 우선 <밤을 걷는 뱀파이어 소녀> <더 배드 배치>로 시체스영화제, 베니스국제영화제 등에서 트로피를 거머쥐었던 애나 릴리 아미푸르 감독의 신작 <모나리자 앤 더 블러드 문>에 케이트 허드슨과 함께 주연으로 캐스팅되어 촬영을 마쳤다. <버닝>을 본 아미푸르 감독이 직접 전종서에게 러브콜을 보냈었다고. 영화는 초자연적인 힘을 가진 한 소녀가 정신병원에서 탈출해 뉴올리언스에서 새 터전을 찾아가는 과정을 담는다. 전종서가 맡을 역할의 이름은 ‘루나틱’으로, 이 캐릭터가 정확히 어떤 인물인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한국영화로는 <밤치기>, <하트> 등으로 독보적인 색을 자랑한 정가영 감독의 첫 상업영화 <우리, 자영>(가제)에서 주인공 자영 역으로 캐스팅된 상태. 상대역은 배우 손석구다. 외로운 건 싫지만 연애는 서툰 서른셋 남자 우리(손석구)와 외로움을 느끼지만 연애는 꺼려지는 스물아홉 여자 자영(전종서)이 데이팅 어플을 통해 만나는 이야기다.
이외에도 전종서는 지난 11월에는 넷플릭스 인기 드라마 <종이의 집> 한국판 리메이크에서 원작의 도쿄 역할을 제안받았다. 도쿄는 조폐국을 터는 범죄 집단의 일원으로 자유분방하고 다혈질인 인물이다. 아직 출연 제안을 받은 것이지 확정 소식이 전해지진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