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2]
영화 '내언니전지현과 나' <일랜시아>, 왜 하세요? 다섯 유저에게 물었다
2020-12-09
글 : 김소미
사진 : 오계옥
게임과 현실을 병행하는 '마님은돌쇠만쌀줘' 길드 마스터 박윤진 감독과 4인의 길드원들 이야기

내언니전지현과 나(박윤진 감독)

1992년생 여성, 영화과 졸업작품으로 <내언니전지현과 나>를 연출.

마님은돌쇠만쌀줘 길드 마스터, 일명 ‘길마’다. 유년기부터 지금까지 <일랜시아>라는 가능성의 세계에서 행복을 얻었다. 노력한 만큼 보상받을 수 있다는 점이 자연스럽게 ‘그럼 다음엔 이걸 해볼까?’라는 식으로 무언가 계획하게 만들었고, 이런 게임적 사고가 현실에 영향을 미쳤다. 다큐멘터리를 만든 이유 또한 버려진 <일랜시아>에 관해 한탄만 하기보다 직접 움직여서 변화를 만들어보자는 생각에서였다.

레렐

1992년생 여성, 공시를 준비하며 마트에서 캐셔로 근무 중.

중학교 1학년 때 <일랜시아>를 시작했다. 일과 공부를 병행하는 요즘엔 ‘퇴근하면 공부나 해야지 게임은 무슨’이라는 생각으로 접속을 안 하다가 다큐멘터리 개봉 소식을 듣고 간만에 들어가서 며칠간 공부를 때려치우고 즐겼다. 학창 시절, 시험지 빈칸에 ‘레렐의 미니스커트’라고 끄적이면서 언젠가 게임 속에서나마 재단사가 될 수 있을 거라 꿈꿨고, 2년 전 꿈꾸던 직업과 스킬 목표치를 드디어 달성했다. 막상 목표를 이루고 나니 허탈함도 찾아왔지만 지금은 간간이 옷을 제작해 길드원이나 뉴비 유저들에게 나눠주면서 뿌듯함을 느낀다.

익명

20대, 직업 비공개.

지금은 유령 회원에 가깝다. 사실 넥슨의 관리 부재로 한동안 <일랜시아>가 너무 망가져버린 탓에 접속할 때마다 심한 스트레스를 느꼈다. 게다가 <일랜시아>보다 재밌고 뛰어난 게임은 바깥에 차고 넘친다. 게임 속 채팅보다는 바깥에서 길드원들과 더 활발하게 이야기를 나누는 편이다. 게임 캐릭터와 나 자신도 애초에 분리시킨 편이다. 나를 투영하기보다는 육성에 유리하도록 남자 캐릭터를 키웠다. 아쉬움에도 불구하고 지금껏 끈을 놓지 않은 이유는 과거의 추억과 남아 있는 사람들에 대한 애정 덕분이다.

짬돌잉

1991년생 남성, 엔터테인먼트 회사에서 배우 매니저로 활동.

초등학교 4학년 때 친구 집에서 우연히 <일랜시아>를 접해 고등학교 2학년 때까지 접속했고 학업, 군대, 취업, 아르바이트를 병행하며 멀어졌다가 성인이 되어 다시 시작했다. 내게 <일랜시아>는 일종의 스포츠다. 사회인야구단, 조기축구회처럼 또 다른 나를 키워가고 친목 도모도 하면서 삶의 원동력을 얻는 창구 같은 것이다. 퇴근 후 약속을 잡거나 분기별 모임을 하면서 게임 속 사람들을 만난다. 현실과 다를 바 없이 사람 사는 이야기를 할 때 제일 좋다. 어릴 때는 게임을 하면서도 만날 수 없었던 사람들을 성인이 되어서는 자유롭게 만날 수 있어 좋다.

공아지(길드 부마스터)

1991년생 남성, 기업에서 고객지원(CS) 업무 담당

11살 겨울방학에 <일랜시아>를 시작해 지금까지 함께했다. <일랜시아>는 집밥하고 비슷하다. 더 자극적이고 세련된 음식들도 많지만 이상하게 자꾸 생각나고 한동안 떠나 있으면 그리워진다. 초창기 RPG게임의 본질적인 요소들을 보존하고 있는 <일랜시아>는 요리, 미용, 낚시 등 일상적인 생활 콘텐츠가 주를 이루고, 과금이나 도박형 아이템은 없다. 거창한 성취감은 없는 대신, 부담감이나 상실감도 없는 셈이다. 각자의 마음과 리듬대로 원하는 롤플레잉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20년간 이곳에 머무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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