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한편씩, 길어야 2년 간격으로 신작을 만드는 프랑수아 오종은 프랑스에서 가장 부지런한 감독 중 하나다. 초창기의 익살과 도발, 전성기의 관능과 미스터리를 거쳐 날이 갈수록 우아해지는 오종 영화의 결은 <썸머 85>에서 소년들의 러브 스토리라는 부드러운 소품 형태를 취하며 틈새를 열어보인다. 언제나 두개의 정체성이 중요했던 그의 영화처럼, 오종은 이미 오래전부터 자신의 또 다른 자아와 핑퐁을 하듯 이중의 작품 세계를 운용해온 감독이다. <나의 사적인 여자친구>(2014) 뒤에는 <프란츠>(2016)가, <두 개의 사랑>(2017) 뒤에는 <신의 은총으로>(2019)가 있었다.
그리고 이번에는 에이든 체임버스의 원작 소설 <내 무덤에서 춤을 추어라>를 읽던 자신의 소년 시절로 돌아가, 세상의 모든 10대들에게 말을 걸기로 한다. 그에게 1985년 여름은 “부모님 없이 완벽한 자유를 만끽한 첫 번째 여름휴가”였으며 “자주 취하는 만큼 많은 사랑도 했었던”다시 못 올 날들이다. 사랑과 정체성, 욕망과 감정의 혼란이라는 작가적 테마는 한결 부드러워진 대신 순진무구한 애수가 넘실거리는 <썸머 85>의 시절을 돌이켜보았다. 1:1 화상 인터뷰로 만난 프랑수아 오종 감독과의 대화도 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