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나를 해고하지 않는다>에서 유다인과 오정세는 푸른 작업복을 입고 송전탑에 오른다. 고요한 송전탑 위 세계는 감전되어 죽고 추락해서 죽는, 두번의 죽음이 기다리는 위험천만한 세계다. 유다인이 연기하는 정은은 해고에 가까운 하청 업체 파견 근무를 묵묵히 견디며 자신의 자리를 마련하려 애쓰는 인물이고, 오정세가 연기하는 막내는 정은의 하청 업체 동료로 퇴근 뒤 편의점 아르바이트와 대리운전 일까지 소화하며 악착같이 생계를 꾸려가는 인물이다. 결코 반가운 환경에서 만난 것은 아니지만, 두 사람은 서로의 진심을 알아채곤 서서히 서로의 안전을 걱정하게 된다.
<나는 나를 해고하지 않는다>는 유다인이 보여주는 단단한 의지의 시선과 오정세가 보여주는 무심한 듯 따뜻한 시선이 오래도록 가슴에 머무는 영화다. 촬영 현장에서 조용히 척척 호흡을 맞추던 유다인과 오정세의 두눈에서도 따스한 빛을 읽을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