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는 2년 전 교통사고로 남편을 잃은 희주(김시은)가 고향으로 돌아오면서 시작된다. 남편이 중앙선을 넘어 교통사고를 일으킨 가해자란 낙인이 찍힌 바람에 희주는 가족을 잃은 슬픔과 피해자에 대한 죄책감에 이중적으로 발이 묶인 상태다. 희주는 결혼 후 그만뒀던 공장에 재취업하고, 그곳 식당에서 조리사로 일하는 영남(염혜란)과 우연히 만난다.
영남은 희주의 남편이 일으킨 사고로 인해 의식불명 상태에 빠진 남편을 2년째 간호하고 있다. 갑작스러운 조우와 아물지 못한 상처가 뒤섞이고, 의중을 알 수 없는 영남의 딸 은영(박지후)이 나타나 희주 곁을 맴돈다. 은영은 희주에게 교통사고와 관련된 고백을 하고, 영화는 사고의 가해자와 피해자 관계가 뒤바뀔 수도 있는 국면을 맞는다.
상처를 지닌 두 여성이 부딪히는 이야기란 외피를 걷어내면 <빛과 철>은 한국 사회의 보편적인 노동문제를 다루고 있다. 하청노동, 짧은 근속연수, 산업재해 등 만연해서 익숙하고, 익숙해서 고민하길 게을리했던 한국 노동 현장의 문제를 영화는 진지하게 다룬다. 복잡하게 얽혀 있는 문제를 표현해내는 배우 염혜란, 김시은, 박지후의 앙상블이 빛난다. <빛과 철>은 나홍진 감독의 <곡성> 연출부 출신인 배종대 감독이 각본을 쓰고,연출을 맡은 첫 번째 장편영화다. 2020년 제21회 전주국제영화제 한국경쟁부문에 초청됐으며, 주연배우 염혜란은 전주국제영화제에서 한국경쟁 배우상을 수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