맹성렬 우석대학교 전기전자공학부 교수와 지영해 옥스퍼드대학교 동양학과 교수는 국내 3대 UFO 전문가로 꼽힌다. 맹 교수는 공학자이고 지 교수는 인문학자라, UFO에 대한 입장은 조금씩 다르다. <씨네21>은 이들에게 우선 UFO가 실제로 존재하는지부터 시작해 UFO에 대한 여섯 가지 질문을 던져보았다. 같은 질문을 받고도 두 사람은 서로 다른 의견을 내놓았다.
-UFO가 실제로 존재하나. 어떻게 그걸 믿을 수 있나.
맹성렬 UFO는 미군의 군사용어였다. 오늘날 대중적으로 외계인의 우주선쯤으로 인식되고 있으나 UFO의 원래 의미는, 가능한 모든 과학적 방법을 동원해 확인한 결과 기존 비행체나 자연현상으로 확인되지 않은 비행체다. 실제로 이런 사례는 전체의 약 5%를 차지한다. 기존 현상과 구분되는 UFO의 특징은 ‘현재 기술 수준으로 불가능한 초가속’, ‘회전 반경이 거의 없는 급격한 방향 전환’, ‘저공 초음속 비행 중 충격음을 내지 않음’, ‘완벽한 스텔스 기능’ 등이다.
지영해 존재한다. 수없이 많은 정상적인 사람들이 UFO와 외계인을 전세계에서 수천건에 달할 만큼 목격해온 것이 그 근거다. 사람들이 직접 목격한 것에 대해 반신반의하는 이유는 그런 경험을 소화하고 해석할 수 있는 세계관적 틀이 아직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무엇이, 정말로 존재하는가에 대한 판단은 메타 패러다임 안에서만 이루어질 수 있고, 그것이 없으면 의심을 하게 된다. 우리는 새로운 메타 패러다임이 출현하기 직전의 역사적인 순간에 살고 있다.
-UFO를 조종하는 존재는 누구인가. 그들은 어디에서 오는가.
맹성렬 확정적으로 답하긴 어렵다. 하지만 우리에게 보여주는 기술로 보아 그들이 우리보다 훨씬 높은 문명임을 짐작할 수 있다. 본격적인 우주 시대에 접어들면서 칼 세이건 등이 아광속 비행에 의한 은하 식민지 이론을 내놨다. 그에 의하면 역사가 시작된 지난 5천년 동안 외계인이 지구를 2번 정도 방문했을 것이라고 한다. 이런 학술적 이론에 기반해 에리히 폰 데니켄 등이 주장한 고대 우주인 지구 방문설도 각광받고 있다.
지영해 그들은 지구상에서 인류나 다른 생명체와 같이 진화해왔지만 인간과는 다른 존재다. 보통 생각하듯이 먼 별이나 은하, 다른 차원과 미래 혹은 영적 세계에서 오지 않는다. 그들은 인간의 현재 몸 상태와 문명 상태로는 볼 수도 없고, 만질 수도 없는 우리의 바로 옆 공간을 점유하고 살고 있으며, UFO를 타고 우리 공간으로 들어온다. 바닷속 물고기가 땅 위의 인간 세계를 인식하지 못하고 스스로 건너오지 못하는 것과 반대로, 인간은 잠수함을 타고 물속으로 들어갈 수 있는 것과 같다.
-UFO나 외계인이 출현한다는 건 인간 문명에 어떤 의미인가.
지영해 인간 이외에 다른 존재가 존재한다는 사실 하나로 이미 큰 의미를 지닌다. 더 큰 의미는 지구 혹은 세계를 둘러싼 수많은 다른 생명 공간이 있을 수 있다는 사실이다. 우리를 둘러싼 세계에 대한 인간 의식이 확장된다는 뜻이다. 외계인이 반드시 인간보다 도덕적, 정신적으로 우월하지는 않다. 불완전한 존재로서 실수도 한다. 그러나 질병, 전쟁, 환경 파괴 등 인류가 직면한 문제를 해결해줄 기술과 능력이 있을 수 있다는 점에서 외계인의 출현은 큰 의미가 있다.
맹성렬 한동안 인류는 지구 밖 세상을 신화적 영역으로 간주해왔다. 천문학이 발달하면서 지구 바깥이 더이상 신화적 세계가 아님을 알게 됐다. 이미 인류는 달에 발을 디뎠으며, 오래지 않아 화성에도 갈 수 있을 것이다. 인간과 같은 고등 생명체가 지구 이외의 다른 천체에도 존재할 것이란 생각은 이제 상식처럼 됐다. 지구 바깥의 지적 생명체가 우리를 방문한다면 이는 인류 문명이 지금까지 겪은 그 어떤 혁명적 상황을 훨씬 뛰어넘는 패러다임의 근본적 전환을 일으킬 것이다.
-앞으로 UFO와 외계인 문제는 어떻게 진행될까. 외계인에 대한 한국인들의 인식도 변할 것이라고 생각하나.
지영해 중진국과 선진국의 차이는 인류 운명과 미래에 직결되는, 거시적인 문제에 대해 일반 대중이 얼마만큼 관심을 가지느냐에 있다. 중진국으로서 한국은 아직 산적한 내부 문제 때문에 외계인 문제에 신경을 쓸 여력이 없다. 영미권처럼 UFO 전문가 집단이 형성되지 않으면 한국인들의 인식은 크게 변하지 않을 것이다. 미국에서 빈번히 발생하는 핵시설에서의 UFO 출현, 해공군의 UFO와의 조우 때문에 4~5년 전부터 국방부와 의회 차원에서 UFO를 공식적으로 거론하기 시작했고, 이 때문에 서서히 세계적으로 커다란 인식의 변화가 일어날 조짐이 보이고 있다.
맹성렬 앞으로도 UFO 출현은 계속될 것으로 보이며, 세계의 열강들은 지금까지 해왔듯 그 구체적 사실들을 대중에 숨기려 할 것이다. 어떤 이들은 이미 몇몇 국가들이 외계인들과 손잡고 있다는 음모론을 주장하는데 내가 보기에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왜냐하면 UFO가 보여주는 기술이 지구 문명에 존재하는 수준을 훨씬 뛰어넘기 때문이다. 어떤 획기적인 사건이 일어나지 않는 한 UFO 문제는 계속 ‘톱 시크릿’으로 남을 것이다. 한국인의 인식도 예전보다는 많이 나아졌다. 하지만 미국인들과 비슷한 수준으로까지 이 문제를 심각하게 생각하진 않을 것이다. 미국에서 UFO는 이미 ‘국민의 알 권리’의 문제다. 미국 대선 때마다 민주당 대통령 후보가 이 문제를 언급하는 이유다. UFO는 그들 역사의 일부다. 우리에겐 그 정도로 UFO 문제가 심각하게 다가왔던 적이 없다.
-존재에 대한 믿음 여부와 상관없이 인간은 누구나 UFO 출현 기사나 사진과 영상을 기대하고 그에 반응한다. 인류가 UFO와 외계인에 반응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지영해 인간에게는 천성적으로 눈에 보이고 만져지는 세계를 넘어선 그 어떤 것에 대한 ‘그리움’이 있다. 인간은 영적 존재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UFO와 외계인에 대한 관심은 절대로 막을 수 없다. 앞으로 30~50년 내 이 문제가 인류 보편의 문제가 될 수도 있다.
맹성렬 UFO나 외계인 문제는 파급력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어쩌면 UFO나 외계인은 첨단 우주과학 시대에 기존 우상들보다 훨씬 더 큰 영향력을 갖게 될지도 모른다. 인류 대다수는 타 천체에서 나타나는 신적 능력을 보여주는 외계인에 대한 믿음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이미 <슈퍼맨> 시리즈나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감독 스탠리 큐브릭), <프로메테우스>(감독 리들리 스콧)와 같은 할리우드영화가 이런 문제를 다뤘고, 향후 비슷한 내용이 증폭 변조돼 대중문화에 깊숙이 스며들 것이다.
-외계인을 소재로 한 수많은 영화가 있다. 훌륭하다고 생각하는 작품은 무엇인가.
맹성렬 오락적 요소가 강한 외계인 소재 영화들은 대부분 합리성이 결여되어 있다. 먼 우주로부터 여행해 우리에게 도달한 외계인들이, 인간 수준과 크게 다르지 않은 행동과 판단을 하는 것처럼 묘사하고 있는데, 이는 난센스다. 문명 수준이 크게 차이난다면 행동 패턴과 생각 패턴도 크게 다를 것이라는 게 내 판단이다. 이런 문제를 상당히 합리적으로 묘사한 영화로, 칼 세이건의 원작 소설을 영화화한 <콘택트>(감독 로버트 저메키스)와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 <인터스텔라>(감독 크리스토퍼 놀란)를 꼽고 싶다. 이 영화들은 우리보다 고도 문명권의 존재인 외계인이 매우 신중하게 인간과 접촉하는 모습을 그린다. 어쩌면 우리가 아직 UFO의 정체를 파악할 수 있는 결정적 증거를 포착하지 못한 건 외계인이 이런 주의를 기울이기 때문이 아닐까.
지영해 외계인 관련 영화는 다큐멘터리를 빼고도 거의 700편이 넘는 수준이라, 답하기 어려운 질문이다. 우선 헵타포드 외계인과 형상 언어로 소통하는 영화 <컨택트>(감독 드니 빌뇌브)는 <인디펜던스 데이>(감독 롤랜드 에머리히)만큼 엉터리다. 영화와 달리 현실에서는 대부분 외계인들이 텔레파시 방식으로 인간과 소통한다. 대신 <미지와의 조우>(감독 스티븐 스필버그)를 추천한다. <미지와의 조우>는 UFO 연구자들과의 대화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만들어진 영화다. 재미를 떠나 피랍 연구가로서 가장 현실에 가까운 영화는 ‘트래비스 월튼 외계인 피랍사건’을 바탕으로 만든 <트래비의 실종>(감독 로버트 라이버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