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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ME CINEMA] 드라마 ‘대박부동산', 사기는 없고 원귀는 있어요
2021-05-07
글 : 유선주 (칼럼니스트)

일몰 시부터 일출 시까지 영업하는 ‘대박부동산’은 원귀가 붙은 물건만 다루는 특수한 부동산이다. 다양한 형태의 삶과 집에 얽힌 사연이 널려 있는 부동산이야말로 한드 미개발지라 확신하며 누군가 근사하게 뽑아내주길 기다렸던 터라 KBS <대박부동산>이 무척 반갑다.

온통 검은 옷차림에 싸늘한 말투, 특전사급 무술을 구사하는 퇴마사 겸 공인중개사인 홍지아(장나라)가 귀신을 처리하면 신비할 정도로 유능한 사무장 주화정(강말금)이 주변 시세대로 매매 중개를 마무리한다. 퇴마 의식에는 건물에 붙어 있던 원귀를 옮겨 담을 육신, 영매가 필요한데 가짜 귀신으로 돈을 뜯는 사기꾼 오인범(정용화)이 뜻밖에 훌륭한 영매의 조건을 갖춰 대박부동산에 합류한다. 컨셉이 강한 인물들이 모인 드라마를 볼 때 과한 설정이 우스꽝스럽게 느껴지는 경우가 있다.

<대박부동산>은 홍지아가 검은 옷만 입는다면, 옷은 어디서 구매하는지(홈쇼핑이다) 과거에도 검은 옷만 입었는지 연쇄 고리를 따라가며 인물을 구체화한다. 느닷없는 반전으로 불쾌할 일은 없으리란 신뢰도 여기서 출발한다. 원귀가 된 사연들, 못 이룬 소망과 억울함은 수없이 재연된 보편적인 정서지만 <대박부동산>은 이를 설득하는 벽돌 하나하나를 성실하게 쌓는다. 극중 빌라 이중 분양 사기를 당한 중년 여성(남기애)이 심근경색으로 사망해 지박령이 된 에피소드가 있었다. 임신한 딸에게 물려주고 싶어 무리해서 산 집이었다는 사연을 푸는 과정. 만삭의 임신부가 팔을 뒤로 뻗어 체중을 지탱하며 앉은 자세를 제대로 구현했길래 가볍게 감탄하고 넘어갔는데, 다음 등장은 딸이 기댈 수 있도록 이불을 쿠션처럼 둘둘 말아 앉힌 장면으로 이어진다.

내 눈에도 불편해 보였던 딸의 모습은 엄마 눈엔 더 사무쳤을 테다. 내 자식이 기댈 곳을 마련해주고 싶었던 엄마로 눈물을 뺀 다음 에피소드는 같은 이유로 자식 또래의 젊은이가 일군 사업장의 권리를 빼앗는 부모가 등장한다. 설계가 잘된 이야기. 사기 치지 않는 드라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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