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18일 공개되는 시트콤 <내일 지구가 망해버렸으면 좋겠어>(이하 <지구망>)는 대학의 국제기숙사에서 벌어지는 에피소드를 30분 내외로 풀어낸 시트콤이다. 총 12화 중 새로운 캐릭터와 설정을 설명하는 1화를 잘 넘기고 나면, 어느새 캐릭터들에게 정이 들어 금세 다음 화를 찾게 되는 작품이다.
<지구망>은 청춘시트콤 대가와 홈시트콤 대가의 만남으로 요약할 수 있다. 청춘시트콤 <남자 셋 여자 셋> <논스톱> 시리즈의 권익준 PD가 기획·개발하고, 집 안에서 벌어진 에피소드를 담은 <하이킥> 시리즈의 조연출이자 <감자별 2013QR3>을 연출한 김정식 PD가 촬영을 책임지면서 ‘청춘들의 집’인 기숙사가 주요 무대가 되었다. 국제기숙사 조교이자 기숙사 내 유일한 한국인인 세완을 필두로 여러 국적의 학생들이 뒤섞여 기숙사에서 살아간다. 기숙사에 막 들어온 한국계 미국인 제이미(신현승)는 훈훈한 외모로 기숙사생 사이에서 화제가 된다. 제이미의 룸메이트는 한국계 호주인 쌤(최영재)으로, 특유의 허세를 부리다가 거짓말까지하는 허언증 초기 증상을 보인다. 쌤은 거짓말할 때면 귀가 빨개지는데 그 모습이 밉지 않다.
<논스톱> 시리즈에서 양동근이 보여준 넉살과 여유를 떠올리게 만드는 한량 캐릭터도 있다. 흑인 혼혈 한국인 현민(한현민)은 외모와 달리 한국 국적이라 국제기숙사에 들어올 수 없는 신세다. 누군가가 기숙사 조교 세완에게 현민을 신고하지만, 세완이 돈을 받고 눈감아주면서 이들의 기숙사 생활이 시작된다. 그 중심인 세완은 <논스톱> 시리즈의 짠돌이 경림(박경림)을 떠올리게 한다. 당시 경림이 돈을 아끼고 모으면 언젠가 잘살 수 있다는 희망을 품은 캐릭터였다면, <지구망>의 알바왕 세완은 가끔 ‘내일 지구가 망해버렸으면 좋겠어’라고 생각하는 지금 시대의 청년들과 닮아 있다. 어두운 제목은 세완의 한숨과 같은 혼잣말일 뿐, 작품 전체의 분위기는 코로나19 이전 한국을 닮아 에너지가 넘친다. 풋풋한 20대들이 벌이는 온갖 일들을 지켜보면 웃음이 터지는데, 이게 시트콤의 맛이지 싶다.
드라마 <땐뽀걸즈> <학교 2017>에서 고등학생을 연기하다가 <지구망>에서 대학생으로 분한 박세완, <지구망>으로 첫 작품을 완성한 신현승, 아이돌그룹 GOT7의 멤버이자 연기에 도전한 최영재, 방송을 통해 모습을 알려온 모델 출신 한현민이 한자리에 모여 한국 시트콤의 귀환작인 <지구망>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대학교 과방처럼 왁자지껄한 분위기 속에서 나눈 대화를 옮긴다.
그동안 각자가 활동해온 영역이 드라마, 영화, 웹드라마, 무대, 모델 등 달랐다. 시트콤은 어떻게 달랐나.
최영재 아이돌로서 무대에 서면 내가 잘하든 못하든 한번에 모든 게 끝나버린다. 연기가 쉽다는 뜻은 절대 아니지만 연기는 한번에 끝나지 않고 계속할 수 있다는 점에서 안정감이 있다. 덜 긴장됐고 오히려 더 잘할 수 있겠다 싶었다. 무대에서는 한번에 무조건 잘해야 한다는 압박감이 심해서 예민해졌다면, 연기할 땐 마음이 편했다.
신현승 <지구망>이 첫 작품이다. <지구망>이 끝나고 3일 있다가 웹드라마를 촬영하러 갔다. 나로선 다 처음 경험하는 것이어서 수업 받는다, 배운다는 느낌으로 촬영에 임했다.
한현민 이 작품이 세 번째다. 이전에 드라마와 영화를 찍어봤는데 시트콤은 처음이다. 본래 직업은 모델이고, 처음 연기했던 건 카메오였다. 이전엔 연기에 관심이 없었는데 서로 합을 맞추면서 교감하는 기분이 너무 좋았다.
박세완 시트콤에 처음 도전하는데, 장르도 장르지만 여러 명과 호흡을 맞추다보니까 시청자의 반응이 너무 궁금하고 걱정도 된다. 일단 현장에서 정말 재밌게 찍었으니까 시청자도 그만큼 에너지를 받았으면 좋겠다. 감독님은 최대한 우리가 자연스럽게 나왔으면 좋겠다면서 진짜 우리를 놀게 해주셨다. 최대한 촬영 같지 않게 해주셔서 동선도 우리 마음대로 놀면서 했다.
러브라인도 있고 청년 생활의 생활고, 인정 욕구, 정체성에 대한 고민 등 여러 가지 이야기가 녹아 있다. 연기하면서 내 이야기다 싶은 게 있었나.
최영재 세완 누나의 이야기가 가장 공감 간다. 지금 시대는 20대 대학생들이나 취업준비생들이 자신의 무언가를 많이 포기하면서까지 열심히 노력하는 분위기다. 다들 얼마나 힘들겠나. 세완의 어려움에 제일 공감이 갔다.
신현승 대학 생활을 하고 있고 그 나이대여서 모든 캐릭터가 내 친구 같은 느낌이었다. 연애, 경제적인 문제 등 모두 그 나이대인 20대가 하는 고민들이다.
대학을 기준으로 배우의 인생에서 현재 몇 학년쯤 된 것 같나.
최영재 중학생? 아직 대학을 못 갔다. 중학교 3학년 정도. 겉으로는 대충 아는 척하지만 아직 그 정도는 아닌 것 같다
박세완 나는 이미 졸업한 상태인 것 같다. 지금이 순수하지 않은 건 아니지만 연기를 막 시작하는 1학년이 제일 좋았던 것 같고 그때로 돌아가고 싶다. 그땐 아무것도 모르니까 상상도 많이 하고 ‘앞으로 난 이럴 거야 저럴 거야’라고 생각했다면 지금은 사회생활도 많이 한 것 같다.
신현승 나는 1학년 1학기 3월쯤에 있는 것 같다. 모든 게 새롭고 다 배워야 하고 신기하다. 모르는 것에 대한 기대와 설렘, 두려움이 다 섞인 상태다. 막상 지나고 나면 재밌게 할 텐데 그전에 걱정이 많은 것 같다.
한현민 나는 고1 정도인 것 같다. 아직도 배울 게 많다고 생각한다.
도전해보고 싶은 장르나 작품은 무엇인가.
최영재 연기를 하고 싶다는 생각이 처음 든 건 <조커>에 나온 호아킨 피닉스를 보고나서였다. 호아킨 피닉스의 멋진 연기를 보고 감탄했다. 나도 언젠가 호아킨 피닉스처럼 사이코패스 캐릭터를 연기해보고 싶다.
신현승 <해리 포터>를 너무 좋아하는데, 한국 감성이 묻어난 <해리 포터> 같은 작품을 하고 싶다. 한국영화 <전우치>가 한국 감성에 무척 잘 맞는 판타지의 예라고 생각한다. 마법사, 인어, 용과 같은 존재들이 나오는 작품에 출연하고 싶다.
한현민 상상력이 좋네. (웃음)
최영재 취향을 처음 알았네. (웃음)
한현민 나는 로맨스. 사심은 절대 아니고 호흡을 맞춰가는 연기의 매력이 있어서, 정극을 제대로 해보고 싶다. 여태까지 해왔던 배역이 잘 맞고 좋았지만 다 밝은 연기였다. 다른 걸 해보고 싶다.
박세완 장르를 가리지 않고 다양하게 도전하고 싶다. 실제로 작품을 선택할 때 안 해본 것 위주로 선택하는 편이다. 밝은 이미지의 학생을 많이 연기해와서, 액션 연기나 잔인한 캐릭터를 연기해보고 싶다.
*인터뷰 전문은 <씨네21> 1311호에서 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