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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계숙의 맛터사이클 다이어리', 맛이라는 즐거움
2021-07-02
글 : 유선주 (칼럼니스트)

관음도에서 괭이갈매기 무리를 만나자 “갈매기 나래 위에 시를 적어 띄우는”(최백호 <영일만 친구>)을 불러 젖히는 인간 주크박스. 전망대로 향하는 가파른 계단을 오르면서 <울릉도 트위스트>를 부르고 흥겨운 춤에 온몸을 맡겨버리는 중년 여성. 신계숙 배화여자대학교 전통조리과 교수는 한국 최초의 중식 여성 셰프이자 57살에 대형 바이크 면허를 따고 전국을 누비는 음식 기행의 호스트다. 이성을 놓은 춤사위로 자신을 알아본 관광객에게 신 교수는 “채널이 400개인데 어떻게 절 봐주셨슈”라고 맞인사를 건넨다. 그 입담에 감탄하다 문득 채널 수는 어쩌다 알았을까 궁금해졌다.

EBS <신계숙의 맛터사이클 다이어리> 시즌2가 종반으로 접어드는 즈음, 회차를 하나씩 거슬러 올라가며 답을 찾았다. 그도 집에만 있다시피 하면서 ‘내가 우울한가?’ 느끼는 때가 있었단다. (사람이면 당연하다.) 다만, 그는 시도하고 경험할 때 몸에 활기가 도는 짜릿함을 포기하지 않는다. 그의 이력을 감히 따르지는 못해도 가만있는다고 찾아오지 않는 즐거움을 자기 삶으로 끌어들이는 방식만큼은 닮고 배우고 싶어진다.

신계숙은 먹으러만 다니는 사람이 아니다. 길에서 맺은 인연으로 푸짐한 한상을 받은 다음에는 자신의 중식 조리기술과 지역 식재료를 이용해 누군가를 대접하는 균형이 프로그램의 큰 매력이다. 부산 편에서는 아파트 단지를 병풍처럼 두른 너른 파밭에 앉아 웍을 잡고 명나라 황실 요리 ‘대파 해삼 조림’을 만들었다.

특산물인 명지 대파가 도시개발로 인해 올해가 마지막 수확이라며 감정이 북받치던 농부가 잠시 시름을 잊고 해삼 요리에 푹 빠져들었다. 아파트, 파, 해삼. 생전 처음 보는 조합이자 마지막 풍경이겠구나 싶은데 농부는 “궁중 음식을 파밭에서 먹으니 참…”이라고 해서 웃음이 빵 터졌다. 음식 기행 프로그램들이 다루는 식재료나 식당이 대략 비슷비슷해도 신계숙이 가는 곳은 예상 밖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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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테마기행>

EBS

<신계숙의 맛터사이클 다이어리>는 EBS 채널의 본방송과 재방송 시간을 놓치면 홈페이지 월간 구독으로만 볼 수 있다. 한꺼번에 몰아보고 싶었다면 곧 시즌2를 마치는 지금이 적기다. 신계숙 열풍의 시작점인 5부작 기행 <세계테마기행> ‘꽃중년 길을 나서다’도 함께 볼 수 있다. 중국 남부 소수민족 거주지역에서 시작해 대만에까지 이르며 현지인과 오빠, 자매가 되는 친화력은 물론이고, 중국 고조리서를 번역하고 연구해온 그의 전문성이 빛난다.

<필이 좋은 여행, 한입만!>

넷플릭스

어디서든 어울리는 친화력을 지닌 음식 기행 호스트로 필립 로젠탈을 빼놓을 수 없다. 호기심을 숨기지 않는 동그란 눈으로 서울도 방문했던 그는 마복림 떡볶이집을 찾아 떡볶이의 본질을 간파했다. 고탄수화물에 또다시 밥을 볶는 것! 누구라도 좋으니 먹을 것 좀 달라는 흥겨운 오프닝 송을 따라부르다 보면 이것도 일종의 <각설이타령>인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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