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전쟁>
감독 두기봉 / 왓챠, 웨이브, 네이버 시리즈온
중국 본토의 마약 범죄 수사관 장(손홍뢰)과 홍콩의 마약 조직 보스 차이(고천락) 사이의 지독한 추격전을 다룬 두기봉 감독의 걸작이다. 이해영 감독의 <독전>의 원작이기도 하다. <독전>이 서울을 배경으로 암약하는 마약 조직의 이미지를 무국적으로 묘사한다면, <마약전쟁>은 중국과 홍콩의 오랜 정치, 역사적 배경을 누아르와 서부극 장르에 이식해 만든 영화다. 고천락의 속을 알 수 없는 비겁한 범죄자의 표정, 손홍뢰의 무시무시한 추격자의 아우라를 따라가다 보면 하드보일드한 범죄영화의 매력을 느낄 수 있다.
<안나: 죽지 않는 아이들>
감독 니콜로 암마니티 / 왓챠
어른들만 걸리는 바이러스가 전세계를 뒤덮고 아이들만 살아남게 되는 디스토피아를 다룬 드라마다. 아이러니하게도 이 드라마가 촬영을 시작한 지 6개월 만에 코로나19 사태가 전세계에 퍼지면서 드라마의 내용이 마치 현실을 실시간으로 반영한 것 같은 상황이 되어버렸다. 바이러스로 뒤덮인 세상에서 부모를 잃고 동생과 남겨진 주인공 안나(줄리아 드라코토)의 시점으로 바라보는 풍경은 처참하다. 안나는 유약한 동생을 데리고 엄마가 죽기 전에 남긴 ‘생존 노트’ 하나만을 가지고 험한 세상을 살아가야 한다.
<키드 디텍티브>
감독 에번 모건 / 넷플릭스, 구글 플레이 무비, 네이버 시리즈온
캐나다의 미스터리 드라마. 매일 술에 찌들어 사는 남자 아베는 왕년에 이 지역에서 소년 탐정으로 이름을 날렸다. 주변의 비웃음에도 불구하고 꿋꿋하게 시시한 사설탐정 일을 하던 그에게 어느 날 갑자기 충격적인 사건 의뢰가 들어온다. 고등학생 캐롤라인이 자신의 남자 친구 패트릭을 죽인 범인을 찾아달라는 것. 엉뚱하고 어설퍼 보이는 이 성인 남자 루저의 시선에서 조금씩 드러나게 되는 사건의 진실은 ‘소년 탐정’의 눈으로 바라보기에 너무 씁쓸하다.
<비기: 할 말이 있어>
감독 에밋 말로이 / 넷플릭스
1990년대 힙합계의 상징적인 인물, 노토리어스 B. I. G.의 삶을 재조명하는 다큐멘터리다. 역사상 가장 영향력 있는 래퍼로도 알려진 그는 당시 주변 지인들이 남긴 홈비디오 속에서 여전히 살아 숨쉰다. 너무나 갑작스럽게 찾아온 부와 명예 사이에서 그저 어리고 어린 20대 청년일 뿐이었던 ‘크리스토퍼 월리스’의 모습을 만날 수 있다. 이미 그과 관련한 다큐멘터리가 넷플릭스에만 여러 편이 있고 드라마 <원점수사>에서도 투팍과 비기의 총격전에 대해 집요하게 파고든 바 있다.
<홀스턴>
감독 대니얼 미너핸 / 넷플릭스
전설적인 패션 디자이너 홀스턴(이완 맥그리거)의 인생을 담은 드라마. 홀스턴은 1970년대와 80년대 뉴욕 패션계를 휘어잡으며 럭셔리와 섹슈얼리티의 상징 같은 인물이 되었다. 그런데 기업 합병 문제에 휘말리며 자신의 가장 소중한 자산이라 할 수 있는 ‘홀스턴’이라는 이름의 주도권을 놓고 싸우게 된다. ‘스튜디오 54’를 중심으로 퇴폐적인 밤문화를 주도했던 그는 마약과 사업 실패, 에이즈와 싸우며 비극적인 최후를 맞이하게 된다. <글리> <아메리칸 호러 스토리>를 만든 작가 겸 감독 라이언 머피가 제작을 맡았다.
<기생충 흑백판>
감독 봉준호 / 시즌, 티빙
<기생충> 흑백판은 컬러판과 어떤 점이 같고도 다를까. 시각적으로 가장 두드러지는 차이는 질감이다. 기존의 컬러 버전에서는 잘 느끼지 못했던 박 사장(이선균)네 집을 구성하고 있는 벽면, 거실 바닥의 자재, 식탁의 무늬, 저 멀리 시야에 잘 보이지 않는 화분의 문양까지 마치 3D 효과를 보는 듯 눈앞에서 일렁이는 느낌을 받게 된다. 거실 장면에서 빛이 어디로 들어와 어디를 비추는지 더욱 또렷해 보이기도 한다. 기택(송강호)의 가족들을 볼 때는 그들이 흘리는 땀방울이나 먼지의 입자 같은 것들이 더욱 선명하게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