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여름을 더욱 찝찝하고 불쾌하게 해줄 어마무시한 호러 영화 <랑종>이 공개됐다. 지난 7월 2일 CGV용산아이파크몰에서 언론배급시사회가 끝난 뒤 진행된 기자간담회에서 영화를 연출한 타이의 반종 피산다나쿤 감독과 프로듀서로 참여한 나홍진 감독이 참석해 함께 작업한 일화를 꺼냈다. 잘 알려진대로 <랑종>은 신내림이 대물림되는 한 가족이 겪는 미스터리한 현상을 그려낸 이야기다.
시나리오 원안을 쓴 나홍진 감독은 “진심을 다해서 정말 무섭고 제대로 된 호러 영화를 만들어 보자는 것이 이 영화의 시작”이었다며 “원안을 쓰고 굉장히 습하고 비가 많이 내리는 울창한 숲, 포장되지 않은 도로의 이미지가 떠올랐다”고 말했다. 그는 “반종 피산다나쿤 감독이 생각나 연락했고, 자연스럽게 타이를 이야기의 무대로 결정했다”며 “그렇다고 이 작품을 내가 직접 연출할 마음도 절대 없었다. 작품이 쌓이면 반복적인 것이 생길 수밖에 없는데 이전 작품과의 차별화에 고민이 컸다. 가장 거리를 둬야 하는 작품이 <곡성>이었고 <랑종>이 <곡성>과 흡사해지는 것을 원하지 않았다”고 만남의 출발점을 설명했다.
평소 박찬욱, 봉준호, 이창동, 나홍진 등 한국영화를 챙겨보기로 유명한 반종 피산다나쿤 감독은 “나홍진 감독의 열렬한 팬이었기에 그로부터 처음 연락을 받았을 때 굉장히 흥분됐고, 기뻤다”며 “그로부터 건네 받은 시나리오 원안을 읽고 많은 영감을 얻었고, 그간 접해보지 않았던 새로운 차원의 영화라 느꼈다”고 연출을 하게 된 계기를 전했다.
영화가 타이의 무속 신앙을 세세하게 묘사할 수 있는 건 “반종 피산다나쿤 감독의 섬세한 취재와 연출” 덕분이다. 나홍진 프로듀서는 “반종 피산다나쿤 감독은 오랜 기간 태국 무속 신앙을 취재했다. 덕분에 영화 속 무속인들의 모습과 의식 장면들이 더욱 잘 담길 수 있었다”고 만족해했다. 반종 피산다나쿤 감독은 “최대한 실제와 가깝게 묘사하려고 했다. 기본적인 가이드 라인을 갖고 현장에서의 현장감과 리얼함을 최대한 살려 촬영했다”고 설명했다. 나홍진 감독은 “<곡성>을 연출할 때 귀신의 존재 유무가 정말 많이 궁금해 깊이있게 조사했다. 귀신은 분명히 있다”며 “실제로는 겁이 많고 공포영화도 못 볼 정도”라고 말했다.
성적인 묘사, 동물 학대, 영아 살해 등 일부 장면의 윤리적 재현을 의식한 발언도 나왔다. 나홍진 감독은 "표현 수위를 자세히 보면 그렇게 높지는 않다. 그건 내 역할이 컸다. 반종 피산다나쿤 감독님께서는 수위가 높은 장면을 더 넣고 싶어 하셨는데 내가 ‘사운드나 효과로 극대화 하자’고 설득했다. 그래서 우리 영화가 청소년관람불가를 받게 됐다”고 전했다.
프로듀서와 감독으로서 각각의 역할 분담에 대한 얘기도 나왔다. 나홍진 프로듀서는 “매일 타이에서 촬영한 영상을 보며 놀랐고 연출에 뛰어난 재능을 갖춘 감독이라는 사실을 실감하게 됐다”며 “반종 피산다나쿤 감독이 연출에 집중하는 동안 서사를 다듬는데 더욱 집중할 수 있었다. 이것이 함께 일하면서 상호 간에 얻는 장점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반종 피산다나쿤 감독 또한 “나홍진 프로듀서와 작업을 하며 영화의 완성도와 제작 수준을 한층 더 높일 수 있었다”고 전했다. 한국과 타이, 타이와 한국을 각각 대표하는 호러 영화 감독이 함께 작업해 화제가 되고 있는 영화 <랑종>은 7월 14일 극장 개봉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