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STREAMING]
KBS2 '경찰수업', 경찰대의 캠퍼스 드라마?
2021-08-27
글 : 유선주 (칼럼니스트)

좋아하는 것도, 바라는 미래도 없이 미적지근하던 19살 강선호(진영)에게 유도 선수 오강희(정수정)는 꿈의 마중물이 된 사람이다. 또렷한 욕망으로 눈이 이글거리는 강희에게 매혹된 선호는 강희를 따라 경찰대학에 지원하고, 막연하던 간절함을 자기 것으로 구체화하면서 성장한다. 경찰대학을 무대로 한 캠퍼스 드라마 <경찰수업> 얘기다.

신입생이 받는 청람교육에서 3조 자치장이 된 선호가 동기들을 살피는 에피소드는 상당히 올드한 편이고, 기숙사 규칙을 위반한 동기의 이름을 발설하지 않고 혼자 벌을 받겠다고 운동장을 도는 모습은 애초에 저지른 죄의 무게(라면을 반입했다)에 비해 지나치게 비장하다. 그래도 주눅 든 채로 살아온 선호의 맥락을 살피면, 처음 책임을 맡고 기대에 응하면서 몰랐던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는 감격이 얼마나 클까 싶다. 감정이 차오르는 장면마다 직설적인 줌인-클로즈업을 쓰는 연출이 민망해도 청춘의 열띤 흥분을 그렇게 전하겠다면야.

하지만 너그럽기 힘든 낡음도 있다. 강희가 주로 선호에게 걱정이나 지지의 눈길을 보내는 반응화면으로 소비되는 것이 그렇고, 2학년 여자 선배가 사격 시범을 보이면 신입생 남학생 둘이 반해서 서로 다투는 장면이 따라오니 <경찰수업>에서 여성 캐릭터의 뛰어난 능력은 이성이 반하는 장면으로 가치 평가를 반복하는 문제가 있다. 이들은 학생인 동시에 현직과 같은 제복을 입는 예비 경찰이다.

엄마와 갈등을 빚는 강희의 개인사는 선호를 견제하는 동급생 박민규(추영우)가 ‘너보다 내가 먼저 강희를 좋아했다’고 주장할 때의 회상으로 이용된다. 법정에 선 강희가 자기 엄마의 불법 도박 사실을 증언하는데 그 모습에 반했다는 정신세계를 이해해보려다 고개를 저었다. 강희라는 인물의 맥락이 이렇게 누군가가 반하는 상황에서만 드러난다면, 고만 때려치우려 했다. 한데 손바닥에 손톱자국이 패도록 꽉 쥐었던 주먹의 열기를 식히라고 강희에게 쭈쭈바를 건넨 이가 선호도 민규도 아니라서 계속 지켜보려 한다.

LINK

<라이브>

티빙, 넷플릭스

경찰대학을 졸업하면 경위 계급부터 시작한다. 그리고 우리가 일상에 자주 접하는 순경직은 경찰공무원 시험에 합격한 후 8개월간의 중앙경찰학교 과정을 마치고 정식 임용 전까지 1년간 실무를 익히는 시보 생활을 한다. <경찰수업>이 풋풋함과 설렘의 비중이 높은 편이라면 tvN 드라마 <라이브>는 짠내 풀풀. 종종 억장이 무너지는 현실의 농도가 짙다.

<레디 고!>

웨이브

<경찰수업>에서 선호와 가장 끈끈한 관계를 맺는 수사학과 유동만 교수(차태현)가 선호를 닦달할 때마다 배우 차태현의 캠퍼스 드라마를 떠올린다. 24년 전에 방영된 MBC <레디 고!>의 97학번 박찬기는 동만보다 한살 많으니 얼추 비슷한 대학 시절을 보냈을 터. 찬기는 학점이 짜서 폐강 위기에 몰린 역사철학 교수의 그윽한 러브콜을 받는다. “자네 내일 수강 신청 때 무슨 과목을 신청할 텐가?”

관련 영화

관련 인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