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케팅팀으로부터 귀여운 사진을 전달받았다. <씨네21> 추석 선물 이벤트에 응모한 독자가 보내온 일러스트인데, <오징어 게임> 트레이닝복 굿즈를 꼭 받고 싶다며 <씨네21> 로고가 새겨진 폴더폰 액정 화면 속 애정 어린 메시지를 가득 적어 보내주었다. 이번 씨네리 추석 이벤트에서 인기 만점인 오징어 게임 참가자들의 초록색 트레이닝복을 비롯해 프런트맨의 가면, 달고나 키트, 관리자들의 핑크색 작업복까지, 한국 제작진이 만든 시리즈의 의상과 소품이 세계적으로 화제를 모으는 현상을 보니 <기생충>에 이어 다시 한번 한국영화 프로덕션의 저력을 실감하게 된다(<오징어 게임>에는 황동혁 감독을 비롯해 많은 영화 스탭들이 주요 제작진으로 참여했다).
한편 이러한 현상을 마주할 때마다 글로벌 관객을 사로잡을 만큼 매력적인 한국영화 프로덕션의 결과물들이 어떻게 관리되고 보존되고 있는지 돌아보게 된다. 현재 영화필름과 시나리오, 포스터 등의 부속자료는 한국영상자료원에 입수되어 영구 보존된다. 그러나 소품의 경우 대부분 개봉을 마무리한 뒤 폐기 처분되고 있는 실정이다. 보존할 공간이 마땅치 않거나 보관의 어려움이 크기 때문인 것으로 알고 있다. 영화사적으로 중요한 가치를 지닌 소품의 소실을 우려해 한국영상자료원에서 한국영화유산 수집 캠페인 ‘영화관 옆 박물관’을 통해 주요 한국영화의 소품 수집을 이어가고 있지만, 그 절대적인 양이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다.
지난 9월 중순, <씨네21>은 한국 매체로는 유일하게 미국 아카데미 영화 박물관의 프레스 투어에 초대받았다. 임수연 기자가 추석 연휴까지 반납하며 취재한 박물관 탐방기를 읽어보니 아카이빙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실감하게 된다. 아카데미 박물관이 자랑하는 1300만점 이상의 컬렉션은 단지 과거의 위대한 유산을 보존하는 데 그 의미가 있지 않다. <시민 케인>의 로즈버드 썰매와 <스타워즈>의 R2-D2, ‘넷플릭스 라운지’가 공존하는 아카데미 영화 박물관의 다양성은 우리의 현재를 돌아보고 미래의 흐름을 상상해보는 성찰의 순간을 제공해줄 것 같다. ‘내 인생의 버킷 리스트’에 아카데미 영화 박물관 탐방을 추가하며, 한국에도 <기생충>의 수석, <아가씨>의 드레스, <지옥>의 컨셉아트 등 한국영화의 유산을 총망라한 영화 만신전의 공간이 언젠가 생겨나길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