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니 빌뇌브 감독의 <듄>을 둘러싼 수많은 캐릭터의 기본 배경을 정리했다. 각 인물이 속한 가문에 따라서 입장 차이가 분명하게 나뉘며 1부에서 그리 비중이 크지 않거나 이야기 전개상 많은 설명을 할 수 없는 인물은 제외했다. 이들 캐릭터의 배경만 충분히 숙지하고 봐도 헷갈리지는 않을 것이다.
폴 아트레이데스
티모시 샬라메가 연기하는 폴 아트레이데스는 사람들에게 존경받는 레토 공작의 아들이자 아트레이데스 가문의 후계자다. 비록 나이는 어리지만 자신의 이름에 걸맞은 책임감을 느끼며, 훌륭한 교관, 스승들과 함께 전투 기술 연마는 물론, 학문을 게을리하지 않고 살아간다. 성년을 앞둔 폴은 새로운 삶을 위해 칼라단 행성을 떠나 아라키스로 향해야 하는데 밤낮으로 신비로운 여성에 대한 환영에 시달리고 있다. 그가 미래에 놓인 운명에 맞서는 모습을 보면 마치 메시아의 탄생을 보고 있는 듯하다. 시시각각 찾아오는 죽음에 대한 불안감과 억압받는 프레멘을 구원할 존재가 자신이라는 걸 서서히 깨달아갈 때 스스로의 마음을 다잡는 모습은 명불허전이다. 티모시 샬라메야말로 왕이 될 상이다.
레이디 제시카
<닥터 슬립> <미션 임파서블: 폴 아웃> 등의 장르영화에서도 고전적인 매력을 뽐냈던 배우 레베카 페르구손이 연기하는 레이디 제시카는 베네 게세리트라는 신비한 자매단의 일원이다. 제시카는 정치적 이유 때문에 딸을 낳으라는 지시를 받지만 개인적인 이유로 아들을 낳아 제국 전체에 혼란을 일으킨다. 신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강하게 단련되어 있는 전사 같은 존재다. 기계 문명 이후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신비로운 힘이라 일컬어지는 ‘보이스’를 사용할 줄 안다. 발화 능력을 무기로 삼는 기술이다. 상대방의 의지를 꺾어버리는 제다이와 같은 힘을 발휘한다. 그녀는 폴이 타고난 운명을 받아들이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그 방향을 제시해주는 인물이다.
레토 공작
폴의 아버지 레토 공작은 그가 다스리는 백성에 대한 의무와 가족에 대한 사랑으로 무장한 인물이다. 그는 악의보다는 자비, 권력보다는 원칙, 두려움보다는 용기를 중시하며, 두터운 신임을 얻고 있는 정치가이자 따뜻한 아버지다. 위기에 처한 아라키스 행성에 평화를 가져오라는 황제의 명령을 받은 그는 하나뿐인 아들 폴의 목숨을 지키기 위해 지혜를 발휘한다. 그는 아무런 능력이 없는 존재지만, 정신적인 존재감만은 칼라단 행성에서 가장 강력하다.
거니 할렉
데이비드 린치 감독의 <듄>을 기억한다면 패트릭 스튜어트가 연기했던 거니 할렉과 인류의 영원한 타노스, 조시 브롤린이 연기하는 거니 할렉이 당혹스러울지도 모르겠다. 그는 폴이 태어났을 때부터 그의 신변을 보호해왔고 친아들처럼 사랑하는 군 총괄 지휘자이다. 이 세계에서는 워마스터라는 직책으로 불리며 아트레이데스 가문을 지키기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하려는 인물이다. 사실 그에겐 과거 하코넨 가문에 의해 가족을 잃은 아픔이 있다. 거니 할렉은 덩치가 산만 하지만 검술이 매우 뛰어나다.
던컨 아이다호
동료 군인들로부터 존경받으며 폴과 제시카를 가장 근거리에서 지키는 수석 기사다. 제이슨 모모아가 연기하는 던컨은 아트레이데스 가문의 가장 치명적인 무기다. 용맹한 조종사이자 잠행에 뛰어난 정찰 전문가로 황제의 명이 떨어지자마자 아라키스 행성에 먼저 잠입해 동태를 살피고 온다. 모두가 그의 귀환을 기다리고 있을 만큼 신의가 두텁고 끈끈한 충성심을 지녔다.
유에 박사
던컨 아이다호가 물리적인 분야의 수호자라면, 아트레이데스 가문의 믿음직한 의사이자 레토 공작의 최측근인 유에 박사는 조용하면서도 그만큼 강인한 영향력을 지녔다. 장첸이 표현한 유에 박사는 의문투성이의 질문을 남기는 인물이다. 레토 공작과 주변 사람들의 건강을 오랫동안 돌봐왔고, 복잡한 압점 기술을 사용해 상처를 찾아내고 질병을 미리 감지하며 환자의 심리 상태를 파악해 다스리는 걸 업으로 삼고 있다. 장첸이 영어권 영화에 출연한 건 <듄>이 처음이다.
라반(aka 비스트)
데이브 바티스타가 연기하는 ‘비스트’ 라반 하코넨은 유능한 행동대원이다. 또 하코넨 남작의 조카로 안하무인이다. 그는 필요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 제국을 보호하는 임무를 맡고 있는데, 분노를 조절하지 못하며 아주 극악하고 잔인한 천성을 지녔다. 하코넨 가문에 대한 충성심은 상당히 깊고 호전적인 캐릭터라 주인공 폴과 세게 부딪친다.
스틸가
하비에르 바르뎀이 연기하는 스틸가는 우주에서 환경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인물이다. 현대사회의 석유와도 흡사한 <듄>의 스파이스를 놓고 가문과 가문끼리 서로 싸우고 죽이는 모습을 대수롭지 않게 여긴다. 듄에 등장하는 모든 행성들이 아라키스와 그곳의 스파이스를 갖고 싶어 하지만 그 누구도 프레멘의 허락 없이는 아라키스 행성에서 마음껏 활개 치고 다닐 수 없다.
챠니
챠니는 폴 아트레이데스의 꿈을 통해 소개된 인물로 이번 영화의 오프닝 신을 장식하는 캐릭터다. 배우 젠데이아가 연기하는 챠니는 푸른 눈을 지녔으며 듄에서 태어나 자유민으로 자랐다. 아라키스의 자연 속에서 당당하고 반항적이며 위험한 전사로 성장한 그녀는 사랑하는 이들을 철저하게 보호하고자 한다. 아름다운 자연을 해치는 모든 외부인들에 맞서 싸울 마음의 자세가 되어 있다.
리예트 카인즈 박사
아라키스 행성에 관한 한 최고의 전문가인 리예트 카인즈 박사는 아라키스 행성의 권력 이양 과정을 감독하는 임무를 맡은 제국인이다. 그는 아트레이데스 가문과 함께 일하고 있지만 실은 프레멘이기도 하다. 프랭크 허버트의 원작 소설에서는 남성으로 묘사됐지만 드니 빌뇌브 감독은 이 역할을 여성으로 바꾸고 싶어 했고 샤론 덩컨브루스터를 캐스팅했다. 영화의 대부분을 끌고 가는 캐릭터가 남성이기 때문에 카인즈 박사가 처한 미묘하고 복잡한 상황이 그를 더욱 입체적으로 보이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