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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원더 우먼', 100% 리얼 탄산
2021-10-08
글 : 최지은 (작가 <이런 얘기 하지 말까?>)

“누난 몇십억, 몇백억, 이런 거 유산균 말고 돈으로 먹는 인생 살고 싶다!” 서울지검 비리 검사계의 에이스, 서평 남문파 적통 후계자, 권력의 미어캣을 자처하는 조연주(이하늬)는 선언한다. 뛰어난 성적으로 검사가 되었지만 돈 없고 ‘빽’ 없는 여자라 호구 취급당하다 분연히 떨쳐 일어난 그는 연줄이 이끄는 삶을 향해 성실히 뒷돈 챙기며 살아간다. 그러나 의문의 교통사고를 당한 연주가 재벌가 며느리 강미나(이하늬)로 오인되면서 소동이 시작된다. 역행성 기억상실증을 진단받은 연주는 자신이 누구인지는 몰라도 전투력만큼은 여전하기 때문이다.

헤어졌던 첫사랑과의 로맨스, 재벌가 후계 구도를 둘러싼 음모, 검은돈이 오가는 미술품 거래 등 <원더 우먼>을 구성하는 여러 요소 가운데 가장 흥미로운 것은, 이 드라마가 가부장제의 여성 차별과 착취를 은근하고도 꾸준히 고발하고 있다는 점이다. 역시 재벌가 딸이지만 혼외자식이라는 이유로 멸시당하고 정략결혼의 희생양이 되었던 미나는 시가에서도 모욕과 천대를 감내해왔다. 퇴원 후 가사노동을 떠맡는 바람에 새벽 댓바람부터 매끼 수차례 밥상을 차려내던 연주는 미나의 친정 그룹 총수 자리에 오르고도 집에 가면 며느리라는 신분으로 격하된다. 그중에서도 며느리를 혈맥이나 재산 등 ‘쓸모’로만 따져온 시모가 아들에게 “얼른 임신시켜서 들여앉히라”라고 종용하는 대목은 상징적이다.

출산에 대한 여성의 의사가 무시되고 타인의 요구가 우선시되는 상황은 드라마 속 재벌가에서만 일어나는 것이 아니기에, “무슨 아들 사생활을 창피한 줄도 모르고 며느리한테 대놓고 물어봐요? 돼지 접붙이나?”라는 연주의 일갈은 전국 며느리들의 ‘시월드’를 향한 경고를 대리하는 것처럼 보인다. 이처럼 천연덕스럽고 대담하며 두뇌 회전이 빠른 연주의 캐릭터에 이하늬만 한 적임자는 없을 것이다. 특히 시조부 추모 예배에서 시가 식구들의 부당한 태도에 폭발했을 때의 원맨쇼가 압도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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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라더>

넷플릭스

유물 발굴로 한몫 잡으려는 석봉(마동석)과 실직 위기에 처해 고향에 온 주봉(이동휘) 형제 앞에 정체를 알 수 없는 여자 오로라(이하늬)가 나타난다. 자신이 기억상실에 걸린 문화재청 공무원이라 주장하는 그가 불쑥불쑥 던지는 말들은 대체 무슨 의미일까? 종갓집과 유교 전통문화를 그린 가족 코미디로, 이하늬의 엉뚱하면서도 사랑스러운 연기는 이야기의 한축을 적절히 담당한다.

<로열 패밀리>

웨이브

시가에서 천대당하던 며느리가 판을 뒤집는 이야기의 힘은 2011년에도 강력했다. 원작은 모리무라 세이치의 소설 <인간의 증명>이지만, 재벌가 권력 다툼을 중심으로 각색된 드라마에서 진짜 볼거리는 배우들의 불꽃 튀는 연기다. 이름 대신 ‘K’라 불리는 고난의 세월을 보내다 반전을 꾀하는 주인공 김인숙을 염정아가, 집안의 절대 권력자 공순호 회장을 고 김영애가 연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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