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아시아콘텐츠&필름마켓(ACFM)이 10월11일 개막했다. 마켓의 부대행사인 ACFM 콘퍼런스에선 분야별 콘텐츠 전문가들이 참여해 산업 전반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특별대담 ‘글로벌 필름마켓 위원장과의 만남’, 패널 토크 ‘플랫폼 다변화 시대 영상 콘텐츠 제작과 배급’ 등 다양한 주제의 심도 있는 이야기들이 준비되어 있다. 그중 기조대담 ‘박찬욱 감독과의 대화-미디어와 플랫폼 다변화 시대의 시청각 스토리텔링’, 루크 강 월트디즈니컴퍼니 아시아퍼시픽 사장의 기조연설 ‘급변하는 미디어 환경 속 엔터테인먼트 콘텐츠 비즈니스의 미래 비전’의 내용을 정리해 전한다. 콘퍼런스 영상은 마켓 배지 등록자의 경우 10월11일부터 ACFM 2021 온라인(online.acfm.kr)에서 관람 가능하며, 13일부터는 부산국제영화제 유튜브 공식 채널에서 누구나 관람할 수 있다.
“극장용 장편만이 영화가 아니다”
박찬욱 감독과의 대화-미디어 플랫폼 다변화 시대의 시청각 스토리텔링
콘텐츠&필름마켓 콘퍼런스에서 ‘박찬욱 감독과의 대화’를 마련했다. 이무영 감독이 진행을 맡은 이번 프로그램에서는 최근 급변하는 미디어와 플랫폼 환경 속에서 창작자로서 박찬욱 감독이 보고 듣고 느낀 바를 솔직하게 전했다. 박찬욱 감독은 영화뿐 아니라 2018년 BBC드라마 <리틀 드러머 걸>을 연출한 바 있다. 박찬욱 감독은 “<헤어질 결심>의 음악과 VFX 작업 중이다. 아무리 늦어도 연말에는 끝날 것 같은데 개봉일이 결정되지 않아서 계속 만지게 된다. HBO에서 하는 7부작 드라마 <동조자>도 현재 작업 준비 중이다”라고 근황을 전한 뒤 바뀌는 것들과 바뀔 수 없는 것들에 대한 이야기를 꺼냈다.
“(스토리텔링 콘텐츠 산업에서) OTT와 숏폼 콘텐츠가 갈수록 비중이 커지고 있다.” 이무영 감독이 최근 미디어 환경의 변화에 대해 묻자 박찬욱 감독은 <리틀 드러머 걸> 연출 당시 경험으로 대신 답했다. “드라마 시리즈는 영화에 비해 촬영횟수가 짧고 후반 작업도 짧을 수밖에 없다. <박쥐>는 100회 가까이 촬영하는 호사를 누렸다. 반면 <리틀 드러머 걸>은 1시간 씩 6회 분량을 80회 촬영으로 찍었다. 편당 13회 정도다. 2주치 분량의 완성된 각본을 놓고 촬영을 시작한 것도 영화에서는 해보지 못한 경험이었다. 단점일지 아닐지는 생각하기 나름이다. 단기간 집중해서 만들어내는 재미도 있다. 내 인생에 그렇게 열심히 일해본 적이 없었다.(웃음)” 드라마 연출이 어떤 경험이었냐는 질문에 대해 “만약 그 경험이 좋지 못 했다면 HBO의 <동조자>를 다시 맡지 않았을 것”이라며 “어렸을 때 TV 드라마에서 다음 회를 궁금하게 만드는 엔딩들이 좋은 기억으로 남아 있다”고 말했다.
박찬욱 감독은 전반적인 미디어 환경의 변화에 대해서는 기회와 가능성의 차원에서 긍정하면서도 “<리틀 드러머 걸>의 일부를 극장 상영했는데, 큰 스크린에서 펼쳐지는 시각적인 감흥, 섬세하게 만든 사운드 이펙트들이 느껴질 때 잊고 있던 극장 체험을 새삼 깨달았다”며 양가적인 감정을 고백했다. 그럼에도 새로운 포맷에 들어가면 거기에 맞는 연출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마지막으로 박찬욱 감독은 극장의 미래에 대한 이야기를 전했다. “살아남을 것인지 아닌지는 내가 말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다. 차라리 살아남아야 한다고 말하고 싶다. 새로운 매체와 포맷은 끊임없이 주어질 것이다. 우리는 호기심을 가지고 할 수 있는 것들을 해봐야 한다. 극장용 장편만이 영화는 아니다. 이미지와 사운드로 무언가를 만들어낸다면 그것은 이미 영화다. 어디서 선보이느냐를 걱정하지 말고 더 나은 창조의 기회로 삼길 바란다.”
기회의 시대, 한국 콘텐츠의 힘
루크 강 월트디즈니컴퍼니 아시아태평양 사장의 기조연설, ‘급변하는 미디어 환경 속 엔터테인먼트 콘텐츠 비즈니스의 미래 비전’
루크 강 월트디즈니컴퍼니 아시아태평양 지역 총괄 사장이 ‘급변하는 미디어 환경 속 엔터테인먼트 콘텐츠 비즈니스의 미래 비전’을 주제로 한 기조연설에서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잠재력과 엔터테인먼트 콘텐츠의 미래를 전망했다. 우선 루크 강은 코로나19로 인해 “미디어 소비 형태가 디지털 콘텐츠와 스트리밍 서비스로 이동하면서 홈 엔터테인먼트에 대한 수요는 계속 증가하고 있다”면서 지금이 “어느 때보다도 흥미진진한 시기”라고 진단했다. 그러한 가운데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태평양 지역 미디어 엔터테인먼트 산업 또한 급격한 변화를 겪고 있으며, 고도로 성장 중인 이 지역의 “시장 규모, 수준, 잠재력은 절대 과소평가할 수 없다”고 평했다.
“OTT와 스트리밍이 도약할 수 있는 엄청난 기회”의 시대, 월트 디즈니 스튜디오, 월트 디즈니 애니메이션 스튜디오, 픽사, 마블 스튜디오, 루카스 필름, 20세기 스튜디오, 서치라이트 픽처스 등을 포괄하고 있는 디즈니 역시 스트리밍 서비스 ‘디즈니+’로 아시아태평양 전역의 소비자들을 만날 채비를 하고 있다. 현재 디즈니+는 호주와 뉴질랜드, 일본, 싱가포르, 인도,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태국에서 서비스 중이며, 오는 11월12일 한국 출시도 앞두고 있다. 루크 강은 “한국 콘텐츠의 세계적인 인기는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가능성을 보여주는 좋은 예”이며 “지역 밀착형의 다양한 디지털 콘텐츠를 제공하는 브랜드가 향후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중심에 설 것이라 믿는다”고 미래를 전망했다. “스트리밍 세계에서 소비자들은 무한한 콘텐츠 선택권을 갖기 원한다. 그들은 독점적인 오리지널 콘텐츠에 열광한다. 자신의 삶과 실제로 관련이 있는 자기가 속한 지역의 오리지널 스토리에 끌린다.” 다시 말해 현지 제작 콘텐츠, 현지어 콘텐츠, 오리지널 콘텐츠에 대한 투자와 제작이 중요하다는 얘기다. 참고로 디즈니+는 10월14일에 열리는 APAC 콘텐츠 쇼케이스에서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태평양지역의 콘텐츠 라인업을 구체적으로 소개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