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타]
이시이 유야 감독의 신작 '당신은 믿지 않겠지만', 우리가 서로를 이해할 수 있다면
2021-10-27
글 : 조현나
이케마쓰 소스케와 오다기리 조가 말하는 한국 올 로케이션 촬영 비하인드 스토리

이케마쓰 소스케, 최희서, 오다기리 조, 김민재, 김예은…. 캐스팅 소식만으로 화제가 됐던 이시이 유야 감독의 신작 <당신은 믿지 않겠지만>이 드디어 한국의 관객과 만난다. 전작 <도쿄의 밤하늘은 항상 가장 짙은 블루> <마치다군의 세계> 등에서 일본 젊은 세대의 이슈를 다룬 이시이 유야 감독은, 이번엔 한국으로 배경을 옮겨 이야기를 시작한다. 서울에서 사업을 하는 형 토오루(오다기리 조)와 그를 따라 한국에 온 동생 츠요시(이케마쓰 소스케). 타지의 가혹한 현실에 좌절한 두 형제는 새 사업 아이템을 찾던 도중 솔(최희서)과 정우(김민재)와 봄(김예은)을 따라 강릉으로 떠난다. 대화는 잘 통하지 않지만, 함께 위기를 극복하며 가까워지는 이들의 여정이 흥미롭게 펼쳐진다. 이시이 유야 감독의 시선을 따라 <당신은 믿지 않겠지만>의 세계를 들여다보았다. 화상으로 만난 이케마쓰 소스케와 오다기리 조의 인터뷰도 함께 전한다.

“애초부터 서로 이해할 수 없는 관계야!” 한국에서 화장품 사업을 하던 토오루(오다기리 조)는 동업자에게 사기를 당한 사실을 알게 되자 다시는 한국인을 믿지 않겠다며 화를 낸다. ‘애초에 이해할 수 없는 관계.’ 토오루의 이 말엔 그가 한국에서 겪어온 크고 작은 마찰이 함축돼 있다. 체류 기간이 짧은 동생 츠요시(이케마쓰 소스케)의 행보만 봐도 그렇다. 서울에 도착한 첫날, 그는 대화가 통하지 않아 택시 기사와 오해가 생기고 형의 동업자에겐 거칠게 내몰린다. 택시 안에서 읽던 ‘전후 최악의 한일 관계’란 기사 내용이 츠요시의 살갗으로 와닿는 순간이다. 사기 사건으로 길거리에 내몰리기까지, 일본의 두 형제를 경유해 바라본 한국은 자국민으로서 인지하던 것보다 훨씬 차갑고 냉정하다.

<당신은 믿지 않겠지만>은 이시이 유야 감독이 3년의 준비 기간을 거쳐 처음으로 한국 올 로케이션으로 촬영한 영화다. 이시이 유야 감독은 전작, 특히 <도쿄의 밤하늘은 항상 가장 짙은 블루>에서 일본 젊은 세대의 현실과 불안감을 놓치지 않고 짚어낸 바 있다. 이번 작품에서 그는 한국으로 시선을 돌려 한일 양국의 차이에 집중한다. 그래서일까. 영화 초반, 현실의 벽에 부딪혀 낙담하는 형제의 모습이 유독 세심하게 그려진다. 정말 두 형제는 한국인들과 ‘이해할 수 없는 관계’로 남을까. 그 질문에 답하듯 형제 앞에 솔(최희서)과 정우(김민재), 봄(김예은) 남매가 등장한다. 앞선 상황처럼 이들은 매끄럽게 대화를 이어가지 못한다. 주목해야 할 건, 그럼에도 두 가족의 대화는 계속 이어지고 결국 강릉까지 동행한다는 것이다. 배우들은 관객과의 대화(GV)나 인터뷰를 통해 처음엔 소통이 쉽지 않아 어색했으나 촬영을 거듭하며 “생명 공동체라 느낄 정도로 가까워졌다”(이케마쓰 소스케)라고 말한다. 이러한 배우들의 증언은, 성긴 대화 속에서도 진심을 전하고 종국에 일종의 대안 공동체를 형성하는 인물들의 여정에 더욱 몰입하게 만든다. 그 여정에 서 가장 눈에 띄는 건 츠요시와 솔이다. 두 인물이 주요 화자이기 때문이기도 하나 이케마쓰 소스케가 츠요시의 솔직한 감정을 가감 없이 표현하고, 최희서가 <아워 바디> <비밀의 숲2>에서 보여준 세밀한 감정선을 다시 한번 펼쳐 보인 덕이 크다.

<당신은 믿지 않겠지만>이란 제목은 자연스레 그 뒤에 이어질 말을 상상하게 한다. 어쩌면 ‘당신은 믿지 않겠지만’ , 대화가 통하지 않아도 전할 수 있는 마음이 있으며 그렇게 타지에서 새롭게 가족을 꾸려 다시 시작할 수 있다고, 영화는 명확하게 메시지를 전한다. 박정범 프로듀서와 여행을 떠났던 이시이 유야 감독은 그 여정에서 <당신은 믿지 않겠지만>의 아이디어를 떠올렸다고 한다. 그리고 자신과 마찬가지로 인물들을 강릉으로 떠나보내며 화합하는 과정을 영화에 담는다. 타국의 감독이기에 볼 수 있는 한국의 이면과 양국의 차이를 꼼꼼히 드러내면서도, 그 위에서 관계는 다시 시작되고 깊어질 수 있다고 힘주어 이야기한다. 타인과의 거리가 어느 때보다 멀게 느껴지는 요즘, 이시이 유야 감독이 전하는 따뜻한 위로의 메시지가 우리에게 도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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