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케마쓰 소스케, 오다기리 조에게 <당신은 믿지 않겠지만>은 새로운 도전이었다. 타지에서 화장품 사업을 시작한 토오루(오다기리 조)와 형을 따라 한국으로 건너온 츠요시(이케마쓰 소스케)처럼, 두 배우는 “도쿄보다 추운 겨울날, 강릉이란 낯선 도시”에서 한국의 배우, 스탭들과 합을 맞췄다. 연기도 마찬가지다. 전작 <도쿄의 밤하늘은 항상 가장 짙은 블루>에서 그랬듯 이케마쓰 소스케는 인물의 감정을 솔직하게 드러내면서도, 츠요시의 따뜻함을 강조하는 데에 집중했다. 반면 오다기리 조는 배우 고유의 진중함에 어디로 튈지 모르는 예측 불가함을 얹어 토오루의 독특한 면모를 완성했다. 두 배우의 한끗 다른 얼굴을 확인할 수 있는 <당신은 믿지 않겠지만>에 관해 이케마쓰 소스케, 오다기리 조 배우와 화상으로 대화를 나눴다.
- 두 배우 모두 이시이 유야 감독과 여러 차례 합을 맞춘 바 있다. 이번 작품의 시나리오는 어떤 점이 눈에 띄던가.
오다기리 조 단순하면서도 이시이 유야 감독다운 표현이 많았다. 시나리오를 읽으며 가슴에 큰 울림이 있었다. 해외에서 새로운 도전을 하는 두 형제를 응원하게 되더라.
이케마쓰 소스케 길을 잃은 일본과 한국의 가족이 느슨하게 연결돼 새로운 시대를 맞이하는 게 흥미로웠다. 인물들이 언어와 문화, 국경의 벽을 넘어 자신들이 믿는 것을 찾아가는 여정이 상당히 좋았다.
- 오다기리 조가 연기한 토오루는 한마디로 정의하기 힘든 매력을 지녔다. 엉뚱하게 행동하면서도 한국어를 써가며 유연하게 상황에 대처하는 모습에 눈길이 갔다.
오다기리 조 토오루는 재미를 중요시하는 인물이라고 받아들였다. 아마 한국도 재미를 찾아서 왔을 거다. 한국어 대사 연습은…. (매니저에게 물어보며) 어떻게 했더라? 조감독이 일본인이라 토오루의 대사를 직접 녹음해줬고, 그걸 반복해 들으며 연습했다.
- 한편 츠요시는 아들에 대한 애정이 남다르다.
이케마쓰 소스케 아버지 역할이 처음은 아니지만 이렇게 2시간 내내 아버지를 연기한 건 처음이다. 오다기리 조와 나, 그리고 아들 역의 사토 료 배우와 셋이 정말 다양한 이야기를 나눴는데 그런 시간들이 쌓여 가족적인 분위기가 형성됐다.
- 츠요시를 보며 가장 의아했던 건 솔이(최희서)가 알아듣지 못할 걸 알면서도, 영어를 할 줄 알면서도 계속 일본어로 대화를 시도한다는 점이었다. 혹시 그 이유를 생각해본 적 있나.
이케마쓰 소스케 차이를 극복한다는 은유가 아니었을까. 또 말이 통하지 않기 때문에 오히려 할 수 있는 말이 있다고 생각한다. 그렇기에 친구나 가족에게도 털어놓지 못하는 말을, 한국에서 처음 만난 솔이에게 할 수 있었던 게 아닐까. 말을 다루는 소설가이면서도 언어를 떠나 진심으로 상대를 대하는 캐릭터라 마음에 들었다.
- 두 형제가 기차에서 말다툼을 하거나, 솔이 대신 회사 대표와 싸울 때 상황이 굉장히 유쾌하게 그려지더라. 애드리브를 한 신도 있나.
오다기리 조 틈이 생길 때마다 애드리브를 했다. 특히 기차 신에서는 내 마음대로 대사를 말하곤 했는데 이케마쓰 소스케가 그때마다 정말 재밌게 받아쳐줬다.
이케마쓰 소스케 난 이번에 우리가 연기한 형제가 너무 마음에 든다. 두 사람 다 부족한 게 많은 사람들인데, 개인적으로 이런 캐릭터에 매력을 느낀다. 오다기리 조가 형으로서 감각적으로 리드해줬다. 형이 뭔가를 던지면 동생인 내가 받고, 그렇게 리듬감을 만들어갔다. 오다기리 조와 한국에서 형과 동생으로 놀이하듯 다양한 시도를 해본 건 정말 귀한 경험이었다.
- 한국 올 로케이션으로 촬영했다. 겨울이라 날씨도 춥고, 촬영지인 강릉은 상대적으로 낯설게 느껴졌을 것 같다.
오다기리 조 관광지 같은 느낌이 하나도 들지 않았다. 논밭으로 가득한 한국의 풍경이 신선했다. ‘오늘은 날 또 어디로 끌고 갈까’ 이런 기대감의 연속이었다. (웃음)
이케마쓰 소스케 확실히 가이드북에 나올 법하지 않은, 어떤 쓸쓸함마저 느껴지는 장소였다. 이번 촬영지가 박정범 프로듀서의 본가였다. 그가 이시이 유야 감독을 태우고 이곳에 데려오는 과정에서 영화가 시작됐다고 들었다. 촬영을 위해 들른 바다가 일출을 가장 먼저 볼 수 있는 곳이라던데, 그 바다 너머에 일본이 있다는 것도 의미 있게 느껴졌다. 추운 날씨까지 모든 것을 총괄하는 감각적인 풍경이 전부 영화에 담겨 있다.
- 한국의 삼남매와 함께 트럭을 타고 이동하는 신이 인상적이었다. 좁고 어두운 공간에서 맥주도 마시고, 눈치껏 대화하며 위기를 해결해나가는 과정이 흥미로웠다.
오다기리 조 상대방의 숨소리가 들릴 정도로 좁았지만 그만큼 소통하기 편하고 가까워지기 쉬운 거리였다. 영화의 스토리와 마찬가지로 처음엔 한국 배우들과 서로 잘 모르는 상태로 서툰 영어를 써가며 대화했다. 그런데 촬영이 진행될수록 관계가 편하고 깊어졌다. 그런 과정이 생생하게 드러난 공간이었다.
이케마쓰 소스케 트럭은 이동 시간이 상당히 길다. 그래서인지 상대와 시간을 공유한다는 느낌이 더 강하게 들었다. 덕분에 문제가 생겼을 때도 일본과 한국의 가족들이 단합해 해결하는 과정이 더 잘 보였던 것 같다. 영하 10도에 이르는 추운 날씨에도 트럭 안에 난로를 넣어 다 같이 대기하던 순간이 기억난다.
- <당신은 믿지 않겠지만>은 일본보다 한국에서 먼저 관객과 만날 예정인데, 어떤 기대감을 갖고 있나.
오다기리 조 한국에 무대 인사를 가고 싶은데 그러지 못해 너무 아쉽다. 개인적으로 한국을 정말 좋아한다. 이 영화를 볼 때마다 한국에 대한 마음이 강해진다. 코로나19 유행이 막 시작되던 시점에 찍은 영화기도 하고, 당시의 기억들은 정말 평생 잊지 못할 거다.
이케마쓰 소스케 한국에서 개봉한 후에야 나는 이 영화가 어떤 작품인지 제대로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사실 일본에서 규모가 큰 작품들을 거절하고 이 영화를 택했다. 어려운 시기에 이시이 유야 감독, 오다기리 조·최희서·김민재·김예은 배우, 그리고 한국의 스탭들과 함께할 수 있어 행복했다. 지금까지도 그들을 종종 떠올리게 하는 것이 이 영화가 내게 남긴 소중한 경험이다. 한 시대의 전환점에 이런 영화를 함께 만들고 개봉할 수 있어 기쁘다. 한국 관객이 영화를 어떻게 볼지 무척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