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씨네21 추천도서 <시절의 독서-김영란의 명작 읽기>
2021-11-16
글 : 이다혜
사진 : 오계옥
김영란 지음 / 창비 펴냄

김영란 전 대법관의 독서 에세이. 어린 시절에 읽은 소설들에서 시작해, 여성으로 살아가기에 대한 사유를 보여준 작가들을 지나, 현대인의 삶을 담아낸 이야기들에 도달하는 <시절의 독서-김영란의 명작 읽기>는 개인의 성장사이자 생애사가 책을 통해 어떻게 재구성될 수 있는지 보여준다. 저자의 삶이 중심에 있고 책이 거드는 방식이 아니라, 독서 목록을 재구성하면서 개인사가 살짝 언급되는 식이다. 예를 들어 버지니아 울프의 저작이 비소설을 포함해 다수 남아 있게 된 이유에는 남편 레너드 울프가 출판업자였다는 점이 크게 작용했다. 하지만 “문학사를 위해서는 너무나 행운이지만 버지니아는 마치 몸에서 뽑아낸 거미줄로 집을 짓는 거미처럼 작품 속에 자신의 인생을 온전하게 녹여넣는 방식으로 글을 써왔으므로 글 밖에서는 온전한 자신으로 남아 있을 수 없었”다. 그런 버지니아 울프의 구심점이 된 것이 바로 블룸즈버리그룹이었는데, 저자 자신은 70년대부터 80년대까지 학업을 마치고 사회에 발을 내딛는 동안 격렬한 시대 변화를 경험하면서 자신의 블룸즈버리그룹을 찾을 수 없었다고 회상한다.

<시절의 독서…>는 루이자 메이 올컷, 브론테 자매들, 버지니아 울프, 도리스 레싱, 마거릿 애트우드, 카프카와 쿤데라, 커트 보니것, 안데르센의 삶을 살피며 그들의 작품들을 언급하는 구성으로 되어 있다. 각 저자는 마치 꼬리를 물듯 저자 김영란의 관심사를 이어간다. 마거릿 애트우드 이야기를 마무리지으면서 절망적인 모습의 미래가 다가올지 모른다고 언급하는데, 그것이 어쩌면 프란츠 카프카가 20세기 초의 프라하에서 내다본 세상의 모습이 아니겠느냐며 카프카에 대해 이야기를 시작한다. 카프카를 언급하기 위해 체코 여행과 밀란 쿤데라가 먼저 언급되는데, 쿤데라가 카프카를 읽은 방식을 설명(“쿤데라의 카프카 읽기는 막스 베버가 말한 관료주의화와 정확하게 일치한다”)한 뒤, 법조인으로 일했던 저자 자신이 탐구했던 법해석학을 언급하며 카프카의 <성>을 읽어낸다.

안데르센의 삶

누구에게나 노년을 버티게끔 해주는 힘은 자신이 견지해온 삶의 방식을 조금 더 완벽하게 다듬어가는 것이 아닌가 생각해보게 해주는 삶이 바로 안데르센의 삶이었다.(260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