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관이 뮤지컬의 호소력을 풍부히 견인하니 넷플릭스의 선택지도 늘었다. 넷플릭스 뮤지컬영화 <틱, 틱... 붐!>은 11월19일 스트리밍 서비스 실시를 일주일 앞둔 12일에 극장 상영을 시작했다. 양쪽의 경험을 모두 하고 싶어 온라인 시사 참석 후 집 앞 극장에서 영화를 다시 봤다. 연달아 두번 보고 싶었을 만큼 영화가 좋았기 때문이기도 하다.
<틱, 틱... 붐!>은 뮤지컬 <렌트>를 유작으로 남긴 조너선 라슨이 자전적인 이야기를 풀어낸 동명의 공연을 영화화한 작품이다. 그 안에는 35살에 죽음을 맞기 전 라슨이 뮤지컬을 꿈꾸며 살아온 세월이 서른살 생일을 앞둔 1990년 초입의 며칠로 압축돼 있다. 록 모놀로그로 기획된 최초의 <틱, 틱... 붐!>과 라슨 사후 3인극으로 재편된 <틱, 틱... 붐!>, 영화로 구현할 수 있는 회상과 환상 장면들이 멋들어지게 섞여 있다. 앞서 소개한 <디어 에반 핸슨>의 원안 작가 스티븐 레벤슨이 시나리오를 다듬었고, 올여름 개봉한 <인 더 하이츠> 원작자이자 뮤지컬 <해밀턴>의 크리에이터 린마누엘 미란다가 처음 메가폰을 잡았다. 그는 영화를 만들기 위해 라슨이 남긴 200곡이 넘는 노래와 관련된 편지, 악보, 메모, 사진, 데모테이프를 총망라한 ‘라슨 페이퍼’ 아카이브를 의회 도서관에서 독파했다고 한다.
레벤슨과 미란다 모두 <틱, 틱... 붐!>을 공연한 적이 있다는 사실에서도 알 수 있듯 <틱, 틱... 붐!>은 뮤지컬 극작과 작곡, 연기에 청춘을 바친 이들이 찬미할 수밖에 없는 극이다. 조너선 라슨(앤드류 가필드)은 <틱, 틱... 붐!>에서 뮤지컬 만드는 이들을 “멸종 위기 부족”이라 칭하며 제작되지 않는 극을 붙든 “작가인 척하는 웨이터” 신세를 자조한다. 번듯한 광고 회사에 다니는 친구와 생활수준에서 격차가 벌어지고, 연인은 뉴욕 바깥의 미래를 점치려 한다. 조너선이 서른이 되기까지 이룬 게 없다고 한탄하는 넘버 <30/90>은 영화를 열면서부터 심금을 울린다. 하나 당연히도, 찬미의 영역은 어떻게든 뮤지컬을 워크숍에 올리고자 메모를 계속하고 전자피아노를 껴안고 잠드는 그의 뒷모습이다. 그림자를 따라붙는 건 에이즈와 싸우며 야위어가는 친구들, 기다림에 지친 애인, 잡히지 않는 브로드웨이가 짓고 있는 희미한 표정이다. 그리고 조너선은 그 표정들 사이에서 뚜렷한 미소를 발견한다. 너는 해낼 수 있다는 우정의 메시지 틈에서 유독 빛나는 조각은 그가 존경하는 뮤지컬계의 전설 스티븐 손드하임이 수년 전 건넨 칭찬. 그 말을 붙잡고 달리는 조너선의 발걸음은 잠깐 지칠지 몰라도 멈추지 않는다. 평생 29살일 수 없을까 반문하던 그는 그렇게 라스트신에서 서른살의 케이크를 받아든다.
소원을 빌며 초를 끄고 싶은 멸종 위기종이 뮤지컬계에만 있겠나. 팬데믹으로 촬영을 중단했다 지난해 9월 프로덕션을 재개하며 “라슨의 혼령이 날 쫓아올까봐 열심히 했다”는 린마누엘 미란다 감독의 말처럼, 영화의 멸종을 막기 위해 뛴 이들의 땀이 <틱, 틱... 붐!>에 떨어졌다고 생각하니 영화가 더 애틋해졌다. 시기적 고충을 떠나서라도 <틱, 틱... 붐!>은 한 사람의 창작자가 살아낸 여명의 시간을 유쾌하고도 진실하게 위무하는 작품으로 오래 기억될 것이다. 그 한 사람인 조너선 라슨은 너무 급히 세상을 떠났지만, 그가 “네가 잘 아는 것에 대해 쓰”라는 에이전트의 충고를 새겨들은 덕에 꿈꾸는 이들 곁에 <틱, 틱... 붐!>이 남았다.